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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공항, 렌트카, 바닷새, 거인의 동굴, 불꽃놀이 (여행 166일째)

Bakkavegur 20

2016년 12월 31일 토요일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Keflavík) & 셀포스(Selfoss)

케플라비크의 위도와 경도: 63.9998° N, 22.5583° W
마드리드의 위도와 경도: 40.4168° N, 3.7038° W

[1] 아이슬란드행 비행기: 북쪽으로 23°, 서쪽으로 19° 이동했다. 동지가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쪽으로 갈수록 해가 짧아진다. 한편 서쪽으로 갈수록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으로부터 도망가는 꼴이기 때문에 해가 느려진다. 비행기의 우측 창가 좌석에 앉아 북쪽(창문 밖의 왼편)부터 동쪽(창문 밖의 오른편)까지 시야에 담을 수 있었던 나는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일출, 도깨비처럼 어디론가 사라지는 태양,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금새 밝아지는 변덕스러운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창가에 앉으면 화장실에 가기가 불편해서 공짜 맥주를 포기해야 하지만, 이렇게 신비한 현상을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

[2] 공항: 상당히 규모가 작은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했다. 가장 시급한 일은 이동수단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미리 예약한 렌트카 회사(Reykjavik Cars)의 편지에는 공항 바로 근처(500미터)에 위치한 블루 카 렌탈(Blue Car Rental) 회사에서 차를 수령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혼자였다면 충분히 걸어갈만한 위치였지만, 친척형과 친척형의 짐들(캐리어 두 개와 아이스박스 하나)을 챙겨서, 찬바람을 뚫고 가기는 먼 거리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완전히 감을 잃고 헤매다가 셔틀버스 타는 곳을 발견했다. 렌트카 회사들이 위치한 구역으로 태워다 주는 무료 버스였다.

[3] 렌트카: 어찌어찌 렌트카 회사를 잘 찾아와 서류 작업을 하고 차를 수령했다. 자동차 문을 열어 뒀다가 바람에 의해 문짝이 뜯겨 나가는 경우, 오프로드나 자갈길을 달리다가 받는 손상, 개울이나 강물에 들어가는 경우, 모래와 화산재로 인한 손상 등 보험에 의해 처리되거나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복잡하게 섞여 있었다. 물론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가장 범위가 넓은 보험을 선택했는데도 왠지 불안했다. 가격이 꽤 비싸서 운전자는 친척형 한 명만 등록했다. 여행 내내 문짝이 날아갈까봐 차문을 꼭꼭 닫아 두었고, 길이 아니다 싶은 곳 근처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4] 케플라비크: '렌트카 수령' 퀘스트 다음은 '심카드 구입'과 '점심 식사' 퀘스트 차례였다. 이 두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공항 옆 조그만 마을인 케플라비크(Keflavík)로 이동했다. 렌트카 회사 직원에게 물어봤을 때 심카드는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우선 마을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Nettó)을 찾아갔다. 하지만 여기서는 심카드를 구할 수 없었다. 슈퍼마켓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유소에 가면 있을 거라고 했다. 슈퍼마켓에서 아이슬란드의 후덜덜한 물가를 느낀 후, 근처에서 주유소(N1)로 이동해 심카드를 샀다. 친척형만 사고 나는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 사지 않았다. 식당을 찾는 것도 꽤 힘들었다. 슈퍼마켓이 있는 쇼핑몰 단지에 KFC도 있었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도미노 피자 간판도 보였지만 역시 닫혀 있었다. 마을 자체가 작아서(인구 15000명) 식당 자체가 별로 없었고, 연말이 겹쳐서인지 가끔 보이는 식당들도 거의 닫혀 있었다. 차를 느릿느릿 몰며 굶주린 하이에나들처럼 좌우를 샅샅이 살피다가 마침내 반짝반짝 불이 들어와 있는 식당을 하나 발견했다. 올센 올센(Olsen Olsen)이라는 햄버거 가게였다. 비쌌지만 아이슬란드 물가를 감안하면 준수한 가격이었고, 채식 메뉴도 있었고, 무지 맛있었다. 각자 커다란 햄버거를 하나씩 잡아 해치우고, 특대 사이즈의 감자튀김을 각종 소스에 찍어 맛있게 먹었다. 

[5] 일행: 같이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렌트비와 숙박비를 나누기 위해, 친척형이 몇 주 전부터 인터넷으로 열심히 아이슬란드 동행을 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행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막판에 다 취소해버리는 바람에 비용을 친척형 혼자 감당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친척형은 고육지책으로 렌트카를 무료로 공유하고 숙박비만 뿜빠이 하자는 글을 올렸고, 다행히 두 명이 미끼를 물었다. 한 명은 오늘 저녁 아이슬란드에 오기로 했고, 다른 한 명은 내일 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공항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어야 했다.

[6] 마을 탐험: 형은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잔다고 했다. 난 절대 그러기 싫었다. 아이슬란드까지 왔는데! 형은 주차할 곳을 찾아 공항으로 갔고, 나는 케플라비크 마을에서 혼자 돌아다니기로 했다. 스페인에 비하면 확실히 춥기도 했고 바람도 거세게 불었지만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을 동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니 조그만 부두(Smábátahöfnin í Keflavík)가 있었고, 그 너머로는 야생 지대로 통하는 산책로(20 Bakkavegur)가 있었다. 눈덮인 검은 바위들 사이로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다. 떼지어 해수면을 부유하며 어디론가 둥둥 떠내려가는 새들이 보였다. 계속 걸어 올라가다 보니 사람 발자국은 점점 사라지고 새 발자국과 개 발바국만 종종 눈에 들어왔다. 파도치는 바다를 향해 일렬로 서 있는 검은 새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절벽 쪽으로 가다가, 눈 속 웅덩이에 발을 푹 빠뜨리며 오른쪽 신발을 적셔버렸다. 다른 한쪽으로 미끄러졌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눈밭에 주저 앉아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산책로를 빠져나온 후에는 거인의 동굴(Giantess Cave - Skessuhellir)을 구경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혼자 가만히 동굴에 들어와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숨소리가 들려서 움찔 놀랐다. 거인이 코고는 소리였다! 잠시 차가운 바닷바람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거인이 잠에서 깰까봐 서둘러 동굴을 빠져 나왔다. 

[7] 공항 가는 길: 중간에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길(Vesturgata)이 있어서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한시간 정도 걸었다. 

[8] 불꽃놀이: 공항에서 첫번째 동행인 재혁이를 만났다. 재혁이는 얼마전 취직했고, 친척형이 올린 인터넷 글을 보고 즉흥적으로 아이슬란드 여행을 결정했다고 했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싱글싱글 웃는 인상에 시원시원한 아이였다. 에어비엔비에서 찾은 오늘의 숙소는 셀포스(Selfoss)라는 곳에 있었는데, 공항에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내일 다시 공항에 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먼 곳에 숙소를 잡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후 4시에 이미 해는 떨어졌기 때문에 어두운 밤길을 한참 달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성대한 저녁 식사와 함께 면세점에서 사온 예거와 맥주를 마시며 첫만남의 어색함을 지우고 금새 친분을 쌓았다. 재혁이와 친척형 둘 다 오로라에 대한 열망이 컸다. 밤 11시 정도부터 밖에서 폭죽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폭죽이 점점 더 짧은 간격으로, 더 많이 터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술을 먹다 말고 11시 반쯤 나갔다. 앞뒤좌우 동서남북 하늘에서 빛줄기가 솟구쳐 올라 섬광으로 된 민들레꽃을 수백 송이 피우고 있었다. 이 환상적인 순간, 길거리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불꽃을 구경하고, 쏘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찾아온 섬뜩한 깨달음. 각기 다른 집에서 길거리로 나온 수십 명의 주민들은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아이슬란드 현지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아마 다들 어디론가 휴가를 갔겠지. 그리고 집은 에어비엔비로 내 놓았고, 그 빈 집에 우리들과 중국인들만 들어와 있던 것이다. 아름다운 섬나라에서 현지인들의 신년제를 함께 즐기고 있다는 무의식적 환상이 산산히 부숴졌다. 어떤 영화의 소름끼치는 반전을 보는 듯한 순간이었다.

올센 올센(Olsen Olsen)

Ægisgata, Keflavík, Iceland

Reykjanes Art Museum부근

고래 투어 사무소 - 닫혀 있었다.

수평선 너머의 분홍빛 설산과 호기롭게 서있는 검정 새들 - 정말 멋지다!

께 보니또

Smábátahöfnin í Keflavík

거인의 동굴

아이슬란드의 가정집 양식

공항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