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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칭하이 차카염호 히치하이킹: 소금 나라와 고원 (여행 24일째)

2016년 8월 11일 칭하이성 차카염호 - 다차이단(大柴旦) - 신장 방면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1. 새벽 5시 30분경 일어나 어둠속에서 차카염호(茶卡盐湖)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꽤나 춥고 걸어도 걸어도 거리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동쪽의 산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고, 해는 아직 산 너머에 있지만 이미 밝아졌을 무렵 기찻길을 만난다. 아저씨 두 명이 해가 뜨는 동쪽 방향으로 커다란 카메라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가, 줄리를 모델로 기찻길을 걷는 모습을 찍어준다. 덕분에 나도 보조물(?)이 되어 같이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차카염호 입구에서 매표소로 들어가는 대신 반대편으로 호수의 동북쪽을 따라 걷자, 소금 공장이 나오고, 산 위로는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한다.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다섯 발자국에 사진 한 장씩 열심히 카메라를 혹사시킨다. 철길을 따라 걷고, 소금 산에 오르고, 소금 절벽에서 소금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너무나 비현실적인 아침의 소금나라에서 둘만이 돌아다닌다. 소금 호수를 만나서 관광지 쪽으로 걸으면서도 햇빛에 반사된 투명하고 하얀 웅덩이, 꽃, 눈이 내린 것 같은 갯벌을 지나 관광객들이 보이는 방향으로 걷는다. 입장료를 내야하는 곳인데 우리가 가던 길은 샛길이어서 군복을 입은 두 명의 남녀가 길을 막는다. 이미 원없이 소금 구경을 한지라, 아쉬울 것도 없이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돌아가는 길이 관광지를 관통하고 있고, 우리는 이미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는 관광구역 내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오래 걸었고, 사람도 너무 많아서 숙소로 돌아간다. 돌아오는 길이 멀어 지나가는 차를 세워 봤지만 잡히지 않아 포기하고 걸어가는데, 세우지도 않은 차가 "빵-!" 하고 경적을 울리며 서더니, 숙소까지 태워준다. 오예~!


2.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는데, 너무 많은 차를 얻어타 모든 운전자들을 기억할 수는 없다. 어떤 아저씨가 톨게이트까지 태워주셨고, 거기서 또 다른 사람에게 엄청 큰 차를 얻어타서 갈림길에서 내렸다. 이 갈림길에서 한시간 반 정도 지나가는 차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카드보드지에 적힌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손을 흔들어 주는 운전자, 깜빡이를 켜고 옆 차선으로 피하는 운전자, 가속하며 지나가는 운전자, 차를 세워서 자신은 시내로 간다고 얘기해주는 운전자, 재미있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아... 오늘은 여기서 자야하나? 아님 시내로 돌아가야 하나...' 비자 문제만 아니면 급할 이유도 없을텐데, 내 비자로는 8월 18일까지, 앞으로 일주일 안에 중국 밖으로 벗어나야 한다. 


3. 그러다가 이미 좌석이 꽉 찬 하얀 BMW가 차를 세우더니 우리를 태워준다. 사실 아까 이미 지나쳤는데, 우리를 태워주려고 길을 되돌아 왔다고 한다. 둔황(敦煌)에 놀러가는 두 커플인데, 뒷자리에 나와 줄리가 추가되니 네 명이 낑겨 앉게 된다. 줄리는 역시나 재잘재잘 재미있게 사람들과 얘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번에는 나도 대화에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윽... 중국어를 못하는게 너무 아쉽다! 낑겨 앉아 있으면서도 창 밖에 펼쳐진 말도 안되는, 천국의 한 귀퉁이 같은 풍경을 본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그 너머의 언덕들,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구름 무리와 햇살과, 그 모든 것들의 조화. 이런 것이 현실에 존재 했다니... 도로는 텅텅 비어 있고 차는 쌩쌩 달렸기에 창문을 열지 못해 아쉬웠는데, 중간에 왕복 2차선 도로 한복판에 차를 한 번 세운다. 포토 타임이다! 다들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는다. 몇 시간을 이렇게 함께 달리다가 주유소에서 우리를 내려준다. 


4. 주유소에서 풍경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는 사이, 줄리는 빨간 옷을 입은 아저씨들과 한참을 얘기하고 있었는데, 돌아와 보니 태워 주신단다! 운전석에 앉은 아저씨는 과묵한 반면, 조수석에 있는 아저씨는 말이 많은 재미있는 아저씨다. "너! 사드(THAAD)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한국이 잘 하고 있는거야?"라며 꾸중하듯이 물어보고 나는 괜히 죄 지은 기분이 든다. 아니, 이런 시골 촌구석에서 사드 얘기를 하고 있게 될 줄이야... 여기서도 대화에는 별로 참여 못하고 창 밖 풍경만 신나게 감상하다가, 시골길 한 가운데 식당과 슈퍼 하나만 덩그러니 들어서 있는 곳에 내린다. 아저씨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줄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UFO가 하나 나와도 이상할 것 없을 파란 하늘 아래의 광활한 평야를 걷는다. 아저씨들이 차를 태워준 것도 모자라 저녁 식사까지 사주신다... 감사합니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고기를 자꾸 권해서 고기도 많이 먹는다. 아저씨들이 가시고 나서는 한 시간 정도 버스를 기다린다. 해질녘 버스를 기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하늘빛을 질리지도 않게 바라보고, 버스 안에서는 캄캄해진 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달과 별과 도로와 하늘을 본다.


5. 밤 10시가 넘어서 이름 모를 마을에서 내린다. 원래 더 멀리까지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었으나, 버스비가 생각보다 비쌌다. 중간에 내려 캠핑을 한 후, 날이 밝으면 히치하이킹을 계속하기로 한다. 어디에서 잘지 장소를 찾다가, 중학교에 들어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텐트는 없지만, 줄리에게 방수포(tarp)와 밧줄이 있어서 그걸로 침낭과 돗자리 위를 덮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농구장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고원의 수많은 별을 본다. 약간 춥지만 침낭 속으로 들어가니 좋다.


※ 여행정보

  • 히치하이킹(중국): 중국에서의 히치하이킹은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 있는 듯 하다. 대중교통이 그 넓은 땅덩어리에 고루 퍼져있을 수는 없으니, 차가 없는 젊은이나 학생들은 히치하이킹을 하는 수밖에. 실제로 중국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눠본 젊은 중국 여행자들 중 많은 사람이 히치하이킹을 해봤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면 물론 더 힘들겠지만, 중국에서 만난 몇몇 유럽 배낭 여행자들은 중국어 한마디 못하면서 손짓발짓으로 히치하이킹을 하고 잘 곳을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시간을 차에서 함께 보내면서 서로 아무런 대화가 없는 것도 미안하고 어색하니, 공부를 좀 해두면 더 좋겠지.
  • 히치하이킹(일반): 히치하이킹은 믿음과 인내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운전자가 있고, 나를 태워줄 운전자가 있다는 믿음으로, 지루함과 불안함과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과 두꺼운 매직펜, 목적지를 적을 만한 종이박스(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가 있으면 준비 완료. 차량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차를 댈만한 갓길이 있는 톨게이트, 고속도로 진입로, 갈림길에서 지나가는 차를 세우거나, 주유소에 서 있는 차량의 운전자들에게 직접 물어본다. 도시에서 멀어질 수록 통행량이 적어지지만, 통행량이 적고 방향이 정해져 있는 시골길에서는 운전자들이 더 쉽게 차를 세워준다. 히치위키(hitchwiki.org)에 들어가면 히치하이킹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각 국가별, 지역별 정보, 히치하이킹 지도까지 있어 큰 도움이 된다.
  • 캠핑: 캠핑을 해야할 경우 텐트가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텐트는 배낭여행객이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울 수 있다. 대신 방수포와 밧줄이 있으면 나무나 구조물 사이에 설치해 비바람이나 햇볕을 차단할 수 있고, 해먹이나 매트를 이용하면 바닥의 냉기를 피할 수 있다. 잠자리를 정할 때에는 학교나 공원의 후미진 곳 혹은 길에서 떨어진 숲 속같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안전하다.

소금 언덕에서 내려다 본 염전


소금산맥


소금 결정



소금나라를 걷는 줄리


차카염호 관광구역 내의 장식


칭하이의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저녁을 먹으러 내린 시골길의 작은 마을. 젊은 남자들이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아 외지인들을 신기한 눈으로 훔쳐보았다.



건초를 가득 싣고 지나가는 농부들


건초를 싣고 가는 모습이 좋아 사진을 연속해서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왼쪽 위에 알 수 없는 물체가 있다.


확대해서 이리저리 조작해보니... 유에프오????? 충분히 UFO가 나올 만큼 한적하고 광활한 곳이었다.


지나가는 건초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