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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신장 히치하이킹: 자갈 사막과 보물찾기 (여행 26일째)

2016년 8월 13일 뤄창(若羌) - 자갈 사막


배경음악: 陳綺貞 Cheer Chen 【 旅行的意義 Travel is Meaningful 】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보물사냥꾼들: 지프차를 타고 보물과 유적지를 찾아 다니는 아저씨들.


1. 아침을 든든히 먹고, 짐을 꾸리고, 쿠얼러(库尔勒)에서 우루무치(乌鲁木齐)로 가는 기차와 호스텔을 예약한다. 이제 중국 체류 가능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히치하이킹으로 기차역이 있는 쿠얼러까지 간 다음, 기차를 타고 우루무치까지 가능한 빨리 가야 한다. 


2. 어제 여기까지 데려다 주시고 오늘 다음 목적지인 쿠얼러까지 태워주기로 하신 보물사냥꾼 아저씨들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체크아웃을 하고, 아저씨들을 만나 선물로 국화차를 드렸다. 역시나 안 받으려고 하시는데, 고마운 마음에 억지로 드린다. 우선 보물사냥꾼 아저씨들과 옥석(玉石)을 찾으러 지프차를 타고 사막으로 향한다. 한참을 달리다가, 길을 벗어나 사막 한 가운데로 다시 한참을 들어간다. 정말 사방이 아무것도 없는, 풀 한포기 없는 (신기하게도 파리는 몇 마리 있는) 광야에 도착한다. '여기서 아저씨들이 떠나 버린다면, 살아서 돌아가기는 힘들겠다...' 혹은 '만약 아저씨들이 나쁜 사람들이어서 여기서 살인강도를 당한다면 시체도 찾을 수 없겠다...' 같은 섬뜩한 생각까지 들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 옥석이나 수정광석은 안 보였지만, 형형색색의 예쁜 돌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색상과 구성의 암석들이 있는걸까? 너무 광활하다. 거리 감각이 없어 몇 십 킬로미터, 몇 백 킬로미터나 이런 자갈 사막이 펼쳐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평선 한 쪽에는 아득하게 멀면서도 우뚝 솟아 있는 산맥이 보이고, 그 외에는 시야에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다. 차를 타고 달리고 달리고 몇 시간을 달려도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는데 이 풍경은 새파란 하늘과, 가끔씩은 석양과, 저 멀리까지 이어진 구름과 어우러져 도저히 질릴 수 가 없다. 사람이 그린 어떤 그림이 이에 견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찍는 사진과 적고 있는 글로 이 풍경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일부 나마 전달할 수 있을까. 자갈 사막에서 아무 돌도 가져오지 않았지만(무거워서) 보물사냥꾼 아저씨 한 명은 새하얗고 투명한 수정 같은 돌덩이를 하나 주웠고, 줄리는 예쁜 돌조각들을 잔뜩 주워왔다. 덜컹덜컹 마을로 돌아오는 지프차에서 햇살과 따뜻한 바람에 취해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존다.


3. 아저씨들이 볼 일을 보고 오겠다고 마을에서 기다리라고 하신다. 줄리가 수박 두 통을 사고, 식당에 가서 쭈아판(抓饭, zhuafan)이라는 신장(新疆) 음식을 시키니 밥, 샐러드, 국이 나온다. 내가 육식을 피한다고 하니, 고맙게도 줄리가 매 식사때마다 고기가 없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준다. 밥을 리필해 먹고, 식당에서 칼을 빌려 수박을 썰어 먹고, 차도 마시며 호강한다. 


4. 그렇게 아저씨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보물사냥꾼 아저씨들에게 연락이 왔다. 예정을 바꿔 오늘 말고 내일 쿠얼러로 간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역시 한 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한다. 내일 도착할 것이라 생각하고 예약해 둔 기차와 내일 묵을 숙소를 모두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이 비싼 빈관에 하루 더 묵어야 하고, 현금은 떨어져 간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땡전 한 푼 없이 알마티에 도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히치하이킹을 하며, 몇 시간씩 차를 기다리며 느낀 것이 그것이다. 걱정을 해도 소용은 없고, 걱정을 안해도 일은 풀려서, 흘러가야 하는대로 흘러간다. 그러니 이번에 계획이 틀어지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도 어쩌면, 아니 분명 뜻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같이 여행 중인 줄리와도 그런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 줄리가 소림사에 방문해 계획이 뒤틀리며 생각보다 오래 머무르게 된 것을 얘기해 주었다. 소림사의 스님이 말했다는 것처럼 어떤 마법같은 힘이, 혹은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신께서, 우리를 인도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은 작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니 여행 일정이 바뀌었지만 뭐 문제될 것이 있을까?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숙소에 돌아와 와이파이를 잡으니, 시닝에 있을 때 마음이 잘 맞았던 요가 선생님 제시카에게 다음의 메시지가 와 있다. "The journey is what brings us happiness, not the destination."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행복을 향한 발걸음이다.)


자갈 사막 풍경


보물사냥꾼 아저씨들의 지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