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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항저우: 저장대학, 도서관, 빨래 (여행 10-11일째)

2016년 7월 28일 목요일 항저우


1. 아침에 제이슨이 뭘 하고 싶냐고 묻길래, 도서관에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러자고 한다. 저핑은 집에 있는다고 했지만 료루는 도서관에 간다고 들었고, 제이슨도 나를 챙겨줄 필요 없이 공부를 하면되고, 나는 어제처럼 갈 곳 잃은 신세가 되어 터벅터벅 목적지도 없이 하루종일 걸을 필요가 없으니 딱 좋다. 시원하고, 조용하고, 한적하고, 와이파이까지 있는 도서관. 최신 시설도 아니고 오래된 도서관 건물이지만, 입장하는데 카드를 찍는다던가, 신분증을 보여준다던가 하는 절차 없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일기도 쓰고, 전자책으로 책도 읽고, 핸드폰을 와이파이에 연결해 인터넷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에서도 역시 정수기(혹은 냉온수기)는 없는데, 뜨거운 차를 받는 곳은 있다. 좀 제대로 된 물병이 없는게 아쉽다. 저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공부하던 료루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보니, 연결해주면서 조그만 자두를 하나 준다. 


2. 점심으로는 만두국을 먹었다. 국에는 투명하고 하얀 새우가 떠있고, 만두 속에는 고기가 들어 있지만, 감사히 먹었다(김치만두라고 하는데 김치는 없었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지낸다는 것은 고집을 버리고, 타협하는 것이다. 나의 주관과 자아와 자유를 일정부분 포기하는 것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그 무더위와 습기 속에서 주황색 옷을 입고 일을 하는, 까맣게 탄 청소부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보인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얀 피부를 한 사람들이 숭상받는데, 이렇게 야외에서 노동하시는 농부나 노동자들은 더 가난하고 사무 직종은 더 부유한 것도 관련이 있겠지. 더 늙고 약한 사람들이 육체노동을 하는 반면, 더 젊고 각종 운동과 관리로 튼튼한 몸을 가진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며 일한다는 건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3. 저층의 아파트 건물들과, 아파트 창문 밖으로 널려 있는 빨래를 보는게 좋다. 창문 밖 뿐만 아니라 길거리, 나무 사이의 빨래줄 여기저기에 빨래가 걸려 있다. 빨래를 보는게 좋다고 제이슨에게 말하니, 요즘은 사람들 인식이 밖에다 빨래를 보이게 널어 놓는 것을 몰상식한 것으로 여겨 점점 더 꺼린다는 것이다. 그럼 중국에서도 얼마 후에는, 한국처럼 빨래들이 다 집 안으로 숨어 들어가겠구나. 빨래는 햇볕에 말려야 잘 마르는데.


커다란 나무들이 양 옆으로 심겨진 널찍한 길에서는 자전거 전용 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수 많은 전기 자전거를 볼 수 있다(일반 오토바이와 똑같이 생겼는데 동력원은 전기여서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하고, 엔진 소음이 나지 않는다). 전기 자전거를 충전할 수 있는 기반도 이미 마련되어 있으니, 나중에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이 좀 더 용이할 것 같다. 막연하게 중국을 아직까지 뒤쳐진 나라로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중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 


4. 다섯시 쯤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돌아와 저녁을 먹고 쉬다가, 제이슨 기숙사 짐을 빼러 간다. 지금 지내고 있는 곳은 제이슨이 잠깐 일하고 있는 회사 건물에 딸린 작은 침실이고, 대학교 기숙사는 따로 있는데, 항저우에서 열릴 정상회담(G20) 때문에 기숙사 방을 한 달 동안 비워야 한단다. 기숙사까지 걸어가 책을 한 보따리 싸 가지고 돌아온다. 오고 가는 길에는 박사과정 공부하는 얘기, 운동 얘기, 연애 얘기 등 이런저런 잡담을 나눈다.


5.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는 쓸데없는 식욕(배가 고픈게 아닌데 먹고 싶은 것)이나 쓸데없는 수면욕(충분히 잤는데 일어나기 싫어서 누워 있는 것)이 사라진걸 느낀다. 늦어도 아침 여섯시, 해가 뜨는 다섯시 쯤만 되어도 잠이 깨고, 괜히 먹을 것으로 허전함을 달래려 하지도 않는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남의 집이거나 남과 함께 생활하는 호스텔 등에 머물기 때문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 같고, 군것질을 안하는 것은 돈을 아끼려는 마음 때문에, 그리고 하루하루 새로운 장소와 만남으로 부터 자극과 정보가 들어오니 무료함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2016년 7월 29일 금요일 항저우


6. 마지막 날까지 아침과 점심을 얻어먹고, 음료수와 컵라면까지 얻어서 가방에 챙겼다. 이제 시안(西安)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가는데 제이슨이 데려다 준다. 지난 5일 동안 많은 신세를 지게 되었다. 얻어 먹은 밥만 몇 끼인지 모르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태어날 때도 빈손이고 죽을 때도 빈손인 것을 잊지말고, 나도 베풀고 나눌 기회가 있을 때는 아까워 하지 말자. 여행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열흘이 되었는데, 벌써 한달은 돌아다닌 것 같은 기분은 왜일까. 말 그대로 꿈처럼 지나간 시간들이다. 마법처럼 사진은 몇 장 남았지만. 


간단하지만 싸고 맛있는 아침 식사. 8위안 정도 했던 것 같다.


햇볕 아래에서 잘 마르고 있는 빨래들


점심을 먹으러 만두국 집에 왔다


고기와 새우를 먹고 싶지 않지만 손님으로 와서 이것저것 따질 수는 없다. 맨날 얻어먹기도 미안해서 만두국 값을 계산한다.


저장대학의 건물


회사 건물의 숙소. 5일 동안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잤다. 여자아이들 방에서 맥주도 얻어 왔다.


꽃과 벌


다음 기차를 타기전에 물병을 준비한다.


제이슨이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해서 저장대학의 병원에 왔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된 것 같다. 대학병원인데 동네 의원 같은 분위기다.


서양의학이 아닌 전통의학으로 치료한다. 침 치료도 하고, 사진에서처럼 대나무 컵으로 부항 치료도 한다.


오래된 아파트와 빨래


한방차 같은 음료수. 비슷한 음료가 몇 종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