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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불가리아

불가리아 헬프엑스: 도브리치 번화가 나들이 (여행 70일째)

2016년 9월 26일 월요일 불가리아 다보빅

오늘도 한 일이 별로 없는데 기테와 플레밍이 일을 많이 했다고 칭찬해 준다. 

아침식사는 다같이 먹는게 아니고, 찬장의 빵과 냉장고의 치즈, 야채 등으로 각각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뚝딱 먹고 나서, 기테와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도브리치(Dobrich)라는 인구가 약 9만명 정도 되는 꽤나 큰 도시로 나들이를 간다. 걸어갔으면 하루종일 걸렸을 16km 거리이지만 차를 타고 가니 금방이다. 가는 길에는 철길이 하나 있는데, 건너기 전에 멈춰서서 기테는 왼쪽, 나는 오른쪽을 살핀다. 도시까지 가는 가로수 길을 좌우에서 감싸듯 덮고 있는 나무들이 아름답다. 지나는 길 너머로는 대부분은 밭이다. 옥수수, 해바라기, 이런 것들이겠지. 농사가 끝났는지 태우고 있는 밭도 있고, 갈아 엎은 곳도 있다. 땅이 기름지고 날씨도 좋아서 일년에도 여러번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도브리치는 생각했던 것 보다 크다. 마을 규모가 아니라 확실히 건물들도 높고(5-6층 정도 되어보이는 아파트 건물) 멀리까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기테가 경찰서라고 해서 간 곳은 이민국 비슷한 곳이었는데, 관공서여서 그런지 분위기가 딱딱하다. 기테와 나 둘 다 불가리아어를 못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줄에 끼어들고, 직원이 불가리아어로 얘기할 때는 기테한테 패닉이 오는 것이 느껴진다. 집에 있을 때는 농담도 잘하고 푸근한 할머니 같은 기테이지만, 정신없는 도시에 나오니 연약한 노인이 되어 도시가 주는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다행히 유럽연합(EU)시민 거주증(4년짜리)을 받고 건물을 빠져나온다. 이번에는 시내 중심지로 나가는데, 많은 차들이 좁은 길을 따라 끝없이 늘어서 있고, 주차공간 찾기도 힘들어서 기테의 패닉 상태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올라갔지만, 다행히도 주차하고 화장실까지 갔다 오니 상태가 좋아졌다. 

도브리치의 구시가지(올드타운)을 구경하러 간다. 아주 조그맣고 예쁜 곳이다. 마치 영화를 찍으려고 만들어 놓은 세트장 같다. 올드타운에 있는 중고가게에서는 무게단위(kg)로 가격을 매긴다. 옷이나 신발이 1kg에 1000원 이런 식이다. 또 다른 중고가게에서 기테가 이불과 츄리닝바지를 사고, 슈퍼마켓에서 감자, 버터, 점심거리를 사서 광장으로 간다.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옆에 앉은 노부부가 말을 건다. 독일에서 놀러온 꽤 나이가 많은 백발의 부부다. 기테 말로는 옆에 앉은 사람들이 알콜중독이란다. 점심 먹은 후에는 해리포터 신간을 사러 서점으로 간다. 영어로 된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가 있어서 신나게 책을 집어든 기테. 하지만 카운터에서 카드까지 건네주고 나서 책을 열어보는데,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연극 스크립트인 것을 보고 실망한다. (사실 책이 원래 연극 대본으로 나온 것이었지만 기테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기테는 서점 직원에게 "당신들 불쌍하게도 사기 당해서 책을 잘못 받아온 것"이라고 말하며 카드를 돌려 받은 후 서점을 나왔다. 길거리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더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에는 나보고 한국 요리를 해 달라고 한다. 한국 요리라... 김치도 된장도 없는데 무슨 요리를 할 수 있을까. 있는 재료로 계란 볶음밥을 만들고, 샐러드와 감자 볶음을 준비해서 대접해 준다. 기테는, "훌륭해. 내가 음식에 소금을 안 치고 먹는건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돼"라며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기테와 플레밍의 집


마당의 인형. 개 두마리가 가지고 논다.


집과 마당 풍경


도브리치의 개


도브리치의 올드타운





도브리치 중심지 풍경



도브리치 풍경



저녁 산책중. 하늘의 구름과 석양이 아름답다.



산책중에 기테가 길에서 박하를 뜯어준다. 향기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