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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프랑스 & 벨기에

벨기에 브뤼셀: 명상 끝,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 시 박물관 (여행 139일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브뤼셀 광장


2016년 12월 4일 일요일 

벨기에 딜센(Dilsen) - 리에주(Liège) - 브뤼셀(Brussel) - 프랑스 파리(Paris)


배경음악: HAUSER - Adagio (Albinoni)


1. 


명상이 끝나고 세상으로 돌아오는 날.


상쾌하고 기분좋은 아침이다. 얻어 탈만한 차가 보이지 않아서 걸어서 젠크(Genk)까지 갔다가 (약 15km 거리) 거기서 브뤼셀과 파리로 가는 기차와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기(Guy) 매니져가 젠크까지 이 날씨에 걸어가기 힘들거라며 차를 더 알아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 한국에 가 본적이 있다는 기 매니져는, 인상도 너무 좋고 항상 바른 자세로 명상을 해서 귀감이 되어 주었다.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너무 좋은 느낌을 받아서 언젠가 다시 만나거나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그 말대로 몇몇 사람들에게 어디로,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근처의 도시까지 가는 차가 있었다. 단, 밴의 뒷쪽 짐 싣는 칸이어서 약간 불편할 거라고 한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차 주인인 마틴(Martin)이 뜨거운 물을 갖다 붓고, 한참을 뚝딱뚝딱 하더니 마침내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잡동사니로 가득한 짐칸을 대충 정리해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햇살이 아름다운 아침이다.


2. 


10일 동안 봉사자로 명상에 참여했던 레게머리 친구와 함께 뒤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며 갔다. 여행 얘기, 마약 얘기(이 친구는 각종 마약을 많이 하다가 명상을 하며 대부분 끊은 상태였다), 직업 얘기 등... 그러다가 목적지인 리에주에 도착한 후에 차에서 내려서 사람들과 작별을 나눈다. 모두들 좋은 사람들이어서 (아니면 함께 고통을 나눈 각별한 동지들 이어서) 그런지 헤어지기가 조금 아쉬웠다. 그 중 한명이 같이 기차를 타러 가자고 했는데, 나는 히치하이킹을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차 주인 마틴이 "리에주에서 좀 볼일이 있는데, 기다릴 수 있으면 브뤼셀까지 태워줄게"라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마틴과 함께 마틴이 내부 공사를 진행중이던 집에 들어가 이것 저것 확인하고 기다리고 구경했다. 마틴도 좀 더 어렸을 때 나처럼 긴 세계여행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특히 호주에서 오래 있었는데,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는 바람에 원하는 것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그 때 울고불고 화나고 억울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현재 결혼은 하지 않았고, 예전 여자친구가 낳은 딸이 있는데, 딸을 끔찍히 사랑한다.)


볼일을 마친 마틴이 다시 차를 몰아 브뤼셀에 태워다 줬다. 앞으로 다시 볼 일이 없겠지만... 좋은 인연이다.


3.


맑은 하늘. 11일 만에 돌아온 브뤼셀을 다시 걷는다. 


부드러운 햇살, 그리고 오줌... 오줌이 너무 마려운데 50센트를 내고 화장실 가기는 너무 아깝고, 여기 저기 무료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돌아다닌다 (박물관과 쇼핑몰 건물). 이 많은 노숙인들이 50센트씩 돈을 내고 화장실을 쓰지는 않을텐데? 그러다가 광장의 어떤 멋진 건물에 살짝 들어가 봤는데 무료 입장인 박물관이다! 화장실 + 와이파이 + 앉을 곳 + 온기 + 이런저런 전시품들까지... 하하 무료로 시간을 잘 떼운다.


좀 춥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그리고 길거리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 모포를 몸에 두르고 구걸하는 사람들.


4.


벨기에의 한쪽 구석 딜센에서 시작된 하루는 리에주와 브뤼셀을 거쳐 파리에서 끝난다.


브뤼셀에서 버스를 타고 파리에 도착한 후 찢어지는 마음으로 1.9유로짜리 전철표를 끊었다. (다음날 10유로짜리 공항철도 표 살때 심정은 어땠겠나.)


파리에서 하룻밤을 신세질 곳은 아리(Ariana)의 집이다. 아리는 태국 방콕의 유네스코에서 같이 인턴을 했던 멕시코 출신 여자인데, 인턴 당시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사무소에 출장을 왔다가 만난 남자와 짧은 사이에 연인이 되었고, 지금은 파리에서 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


오후 11시 20분 정도가 되어서야 아리의 집에 도착했다. 낡고 어두운 건물이다. 1층에서부터 여러 번 비밀번호를 누르고, 불이 켜지지 않는 좁은 계단을 통해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아리는 남자친구와 TV를 보고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반갑게 맞아준다.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둘은 자러 방으로 가고, 나는 분리되어 있는 거실방의 소파에서 잘 준비를 한다. 약간 춥지만 창 밖에는 에펠탑이 보인다. 아! 달콤한 휴식의 시간. 침낭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린다.


마틴 차에 문제가 있어서 리에주에 가는 길에 잠시 멈춰 섰다.


하얗게 내린 서리...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프로스트(frost)... 그 멋진 이름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



마틴이 공사중인 건물이 있는 주택가


다시 홀로 브뤼셀


시 외곽부터 슬슬 걷는다.



근사해 보이는 교회가 있다.



대단하다. 이걸 생각해 내고 지어낸 사람들...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 Cathédrale des Sts Michel et Gudule)



건물 구조의 웅장함과 간결함 + 스테인드 글래스의 복잡함과 화려함



근사하다. 우리 인간도 개미집이나 벌집 못지 않게 멋진 건물을 짓는다.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 Cathédrale des Sts Michel et Gudule)



브뤼셀 거리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아래는 브뤼셀 시 박물관[The Musee de la Ville de Bruxelles (Brussels City Museum)]의 작품들. 


무료 입장한 박물관의 조각품


박물관의 도자기 작품(china)


태피스트리(tapestry). Funeral of Decius Mus



또 다른 태피스트리. 사도 바울의 순교(The martyrdom of St. Paul).


위 태피스트리에 관한 박물관의 설명


아름다운 광장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노숙인, 난민들에게는 힘든 계절이다.



한쪽은 들뜬 크리스마스 분위기, 다른 한쪽(왼쪽 구석)은 추운 겨울.


버스를 타고 파리로...

밤늦게 도착한 아리 집에서 보이는 에펠탑


아리가 남자친구와 살고 있는 조그만 집. 거실에서 침실이나 화장실에 가려면 공용 외부 복도를 통해야 하는 특이한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