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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칭다오-황다오: 기차표, 해저터널, 석유대학 (여행 4일째)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아침


[등장인물]

다이(Dai): 칭다오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믈라덴(Mladen): 황다오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불가리아 출신으로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침.

준희: 황다오의 석유대학에서 유학중인 학생.


1. 어제도 모기와 약간의 땀과 찝찝함 때문에 잠을 못 잘 뻔 했으나 꿈까지 꾸면서 잘 잤다. 간밤에도 비가 오더니 아침에는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맑다. 여섯시에 일어났는데 벌써 훤하게 밝다. 맘에 드는 아파트이고 다이도 좋아서 며칠 더 묵으면 좋겠지만 다음 카우치서핑 약속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야겠지. 집주인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나 똥 싸고 씻었는데 쪼그려 앉는 변기여서 왠지 좋았다. 한국에서는 가정집에서 재래식 변기를 못 본지 오래된 것 같은데 중국에서는 재래식을 더 많이 봤다.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오후 황다오(黃島) 석유대학 카페


2. 아침 일찍 다이네 집에서 다이와 같이 나와서 헤어지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버스타는 곳으로 걷는다. 그렇게 가방에서 물건을 빼고 뺐는데도 왜 이렇게 무거운가? 전자기기를 많이 가져온 것이 원인인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무겁다.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오후 11시 믈라덴(Mladen)의 집


3. 그래 어떻게든 짐을 줄이자. 그런데 가방 메고 돌아다니는게 힘들었던 것은 무게 뿐만이 아니라 더운 날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오늘이 대서(大暑)였단다. 정말 심한더위였다. 하지만 이 배고픔, 목마름, 더위, 무거운 짐, 모든 것들이 광야를 걷는 수행자의 길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기뻐할 일이다.


항저우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표를 끊으러 갔는데 300위안, 깎아서 260위안이라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서 칭다오 기차역 서쪽으로 다른 판매처가 있나 가본다(인터넷에 기차역 서쪽에서 출발하는 좀 더 저렴한 버스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창구가 하나 보이기에 아주머니에게 더듬더듬 글과 말과 손짓으로 물어보다가 저리 가라고 퇴짜를 맞았다. 그 근처에 국제여행사가 하나 있었는데, 퇴짜 맞고 나니 의기소침해져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용기를 내서 배꼼 들어가 영어로 교통편을 물어봤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직원들이 있었는데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인터넷으로 번역을 돌려가면서, 전화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까지 부른다. 여행사 사무실 안에 있던 두 명과 밖에서 온 다른 두 명까지 네 명이 모여 도와주고, 사실 싼 버스표를 알아보고 싶었지만 기차시간과 표 사는 곳을 알려주기에 그렇게 하기로 한다.


매표소에는 줄이 무지 길고 창구도 각각 달라서 이 줄이 맞는지 저 줄이 맞는지 확신도 없었지만 일단 줄을 선다.  직원에게 행선지, 날짜, 시간, 좌석등급을 중국어로 적어 좋은 메모를 보여주며, "워 부회이 팅 쫑원-(我不会听中文, 중국말 못 알아들어요)" 라고 하니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표를 끊어주며 영어로 'Hard Seat'이냐고 확인도 해준다. 표를 끊고 나서 할 일도, 갈 곳도, 돈도 없으니 건물 앞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앉아 있다가, 다음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있는 황다오로 가기위해 버스를 탄다.


4. 황다오(黃島)는 칭다오에서 해저터널을 통해 갈 수 있다. 황다오에 도착 후, 약속시간까지 더위 속 갈 곳이 없으니 근처의 버스 터미널로 들어간다. 신발을 벗고 앉아있는데 직원이 와서 똑바로 앉으라고 지적을 하고 간다. 괜히 기가 죽고 버스터미널 이용도 안하는데 앉아있으면 안될 것 같아 나와서 근처의 석유대학으로 갔다. 이곳에서도 학생 아니라고 쫓겨날까봐 걱정되고, 날씨는 덥고, 가방은 무겁고, 처참했지만 도서관까지 걸어갔다. 출입증이 없어서 도서관에는 못 들어가고, 2층 카페 입구가 시원하기에 앉아있다가(잠이 솔솔 왔다) 큰 결심을 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쥬스가 5위안이길래 주문하면서 와이파이를 물어봤는데, 이 학교 학생이 아니면 못 쓰는 것 같다. 카페 앞자리에 앉아 있는 흑인 학생이 친근하게 눈을 마주치고 웃기에 분위기를 타서 와이파이를 물어봤는데, 이 학생도 모르나보다. 나도 중국어를 못한다고, 한국인이라고 말하니까 "여기 북한에서 온 사람 있어"라고 하며 옆 테이블을 가리킨다. 북한 사람이라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이상하게 말이 너무 잘 통한다. 알고 보니 흑인 학생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고 남한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이 준희라는 친구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와이파이를 쓰게 학번을 빌릴 수 있냐고 물어봐 주다가(이 친구도 와이파이 아이디가 없었다) 결국 다른 건물에 와이파이가 열려있는 비밀 장소로 데려가 주었다. 덕분에 오늘의 호스트인 믈라덴에게 연락도 했고, 한 두 시간동안 중국 유학 얘기, 공부 얘기, 여행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고 도움을 받는게 신기하다.


5. 믈라덴(Mladen), 두번째 카우치서핑 호스트이자, 태어나서 처음 만난 불가리아인으로부터 저녁도 얻어먹고, 같이 칭다오 맥주를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중국 사람들이 길에서 오줌 싸는 것, 불가리아에서부터 러시아를 거쳐 중국까지 히치하이킹을 한 것(화물트럭을 타고 며칠 동안 달리고 달려도 풍경이 변하지 않는단다), 조지아의 맛있는 와인, 터키의 난민 문제 등... 지금까지 몰랐던 세상,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세상이 이렇게 버젓이, 커다랗게 존재하고 있구나.


※ 지출


지출내역 

금액(위안) 

금액(원) 

비고 

 버스

1

170

 

기차표

168.5 

 28645

칭다오-항저우

적선

1

 170

할머니

빙과

1

 170

 

버스

2

 340

칭다오-황다오

쥬스

5

 850

석유대학 카페

 맥주 등

30

 5100

믈라덴


※ 여행정보

  • 가방싸기: 여행 출발 당시 가방 무게는 11-12kg 정도로 여행 후반부(콜롬비아에서 5.5kg, 캐나다에서 8.5kg - 선물 및 음식물 때문에 불어남)에 비해 훨씬 무거웠다. 배낭 내용물은 [일기장 2개], [상하의 각각 3벌], [얇은 쟈켓], [속옷 및 양말 각 3벌], [핸드폰 2개], [보조배터리 및 충전함 2개], [전자책 소형], [치약 칫솔 세트], [변환플러그], [여행용 휴지], [필기도구], [유성매직], [수면안대], [반창고], [손톱깎이], [여행용 수건], [메모장 2개], [모자], [플라스틱물통], [팔토시], [마스크], [선물용 홍삼], [커피믹스 및 티백], [플라스틱 물병], [간식] 등 이 있었고, 여행 도중 얻은 매우 유용한 물건으로는 가벼운 [실내용 슬리퍼]가 있다. 옷과 수건은 잘 마르는 얇은 것이면 많지 않아도 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빨래를 하고 몸을 깨끗히 씻어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여행중 샴푸나 비누는 사용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여행 직전(출발 당일) 공기계가 생겨 두 개를 가져갔지만, 도중에 만난 친척을 통해 하나는 집으로 보냈다. 노트북, 카메라, 책이 없어서 무게가 많이 절감되었다. 여행용 배낭이 아니고 일반 배낭이어서 어깨와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갔으나, 덕분에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항상 노력하게 되었다.
  • 통신: 알뜰폰(에넥스텔레콤)의 A-Zero 요금제를 쓰고 있었고, 여행당시에도 요금제를 유지했다. 기본료가 없어서 무료로 장기간 번호를 유지할 수 있는데다가, 자동 해외 로밍도 된다. 해외 로밍시에 데이터를 쓰는 것은 금물이지만, SMS로 현지 호스트와 연락할 수 있고, 전화통화 요금도 현지에서 현지로 짧게 걸 경우는 크게 비싸지 않아 유용하게 사용했다. 국가별로 심카드가 저렴한 곳도 있었지만 스페인에서 친지가 심카드를 사준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카드를 구매하지 않았다. 


다이네 집에서 시작한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건물. 오늘은 햇살이 좋다.


기차역에서 버스표를 한참 찾아 헤매다가 들어갔던 여행사(파란색 간판). 결국 버스는 못 찾고 기차표를 사게 되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메모지에다가 미리 알아봐 둔 기차편명, 출발지와 목적지, 좌석 등급, 이름과 여권번호를 적어 주니 표를 발급해 준다.


칭다오역. 이렇게 셀프 코너에는 줄이 짧지만 중국 카드도 없고 혼자서는 표를 끊기 힘든 상황.


왼쪽의 창구에는 줄이 훨씬 길다. 창구중에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도 몰랐는데, 다행히 표를 끊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황다오에 도착한 후 다음 호스트를 기다리며 앉을 공간이 있고 더위도 피할 수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에 들어왔다. 황다오는 새로 생긴 지역이라서 그런지 건물이 훨씬 깨끗하고 새것이다.


석유대학 도서관. 도서관 열람실로는 들어갈 수 없어서 카페에서 좀 쉬었다.


도서관 입구


믈라덴을 만나기로 한 버스 정류장 근처. 길거리 음식이 맛있어 보이지만 뭔지 알 수 없다.


마침내 도착한 믈라덴네 집. 침대 시트도 없이 매트리스만 달랑 있고, 선반에 놓인 인형이 왠지 으스스하지만 불평할 것 없이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