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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항저우: 저장대학, 서호, 운하, 역사거리 (여행 7-8일째)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항저우 (저장대학-서호)


[등장인물]

제이슨: 태국에서 같이 일했던 중국 친구. 항저우에서 박사과정 중이고 본명은 니하오.

료루: 제이슨과 같이 일하는 여학생. 발랄하고 예쁘다.

저핑: 제이슨과 같이 일하는 여학생. 코 옆에 큰 점이 있다.


1. 기차에서 해가 뜨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항저우에 도착했고, 제이슨이 항저우역에 보이지 않아 와이파이도 찾아보고 화장실도 갔다 와서 전화를 하려하니 저기 변하지 않은 모습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전철과 버스를 타고 제이슨을 따라가며, G20 문구로 도배된 도시를 둘러본다. 섭씨 40도의 한증막에서 커다란 나무들이 널찍한 도로를 시원하게 덮고 있는 시내를 지나 저장대학(浙江大学) 기숙사와 캠퍼스를 구경했다. 기숙사는 대학시절 교내 기숙사와 비슷한 크기였지만, 오래된 분위기에, 짐더미와 책들이 무더기로 여기저기 쌓여있어서 2016년이라기보다는 1970년대의 느낌이 난다. 방에 있던 제이슨의 룸메이트가 과자와 먹을거리를 주었다. 여기저기서 풍성하게 받는 감사한 여행이다. 곧 팔리고 없어진다는 저장대학의 오래된 캠퍼스를 구경하고, 항저우에서 묵게 될 제이슨의 방으로 온다. 제이슨이 일하면서 잠시 쓰고 있는 방이라서 원칙적으로 외부인이 들어오면 안 되는 곳 같다. 제이슨이 살고 있는 층에는 샤워실이 없어서, 가슴을 졸이며 다른 회사가 사용하는 층인 13층에서 샤워를 하고(쪼그려 싸는 화장실에 점점 익숙해진다), 점심과 음료수도 얻어먹었다.


2. 같이 간 서호(시후, 西湖)는 깨끗하고, 나무가 많고, 조용했지만, 역시나 더웠다. 다행히 그늘이 많아서 황다오 아스팔트 위에서처럼 사막을 걷는 기분은 아니었고, 호수와 산과 나무와 건물들의 어우러짐은 동양화 속을 걷는 것처럼 좋았다. 항저우에서 관광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서호는 세계문화유산인데다가 무료입장이고, 중간중간에 공짜 차를 마실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호수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더위에 지쳐 음료를 마시며 쉬러 간다. 장개석의 별장이었다는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건물에 들어선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그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데, 평소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2잔에 거의 50위안, 하루 숙박비와 식비가 될 만한 돈을 내고 마신다는 게 대단한 아이러니지만 친구가 재워주고 먹여주는데 이런 것 까지 얻어먹을 수는 없어 내가 계산한다. 맥도날드에서 땀을 좀 식히고 나와 숙소로 돌아간다. 제이슨과 같이 건물에서 일하는 여학생들이 머무는 방으로 간다. 


3. 료루와 저핑을 처음으로 만났다. 발랄하고 생기가 넘치는 료루는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있는 눈을 하고 웃음을 자주 터뜨린다. 저핑은 코 옆에 큰 점이 있고 차분하고 푸근한 아이다. 해가 진 거리를 지나 숲속으로 향한다. 마치 꿈속을 걷듯이 어두운 산속을 오르내리고, 보숙탑(保俶塔)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은 후, 서호의 분수쇼를 보기 위해 서둘러 산을 내려온다. 숙소로 다시 돌아올 때는, 외부인인 것을 감추기 위해, 제이슨이 경비아저씨에게 말을 거는 사이에 료루, 저핑과 함께 현관을 슬쩍 통과했다. 무슨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상황이 재미있었다. 여자아이들 방에서 과일과 맥주를 얻어먹고, 제이슨 방으로 돌아와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잔다. 모기가 좀 있었지만 에어컨 덕분에 괜찮았다. 이 모든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적는 대신 한마디로 표현할 방법은 없을까? 어쨌든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상을 보는 것이 두렵지 않다.


2016년 7월 26일 화요일 항저우 (제이슨 숙소-저장대학-차오시역사문화거리)


4. 아침 일찍 일어나 똥 싸고, 샤워실이 있는 13층로 올라갔으나 문이 잠겨있어서 뒤를 깨끗하게 닦지 못한 듯한 찝찝함이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 여행하며 이런 것은 일도 아닐 테지. 다행히 냄새를 풍기지도 않고 아픈 곳도 없이 잘 돌아다니며 일주일이 지나갔다. 약간 피곤하고 권태감이 느껴지면서도 새롭고 에너지가 솟아나는 하루다. 제이슨과 식당에서 커다란 호떡처럼 생긴 빵과 죽을 먹고, 저장대학으로 같이 걸어간다. 아홉시도 되지 않았는데 사우나처럼 푹푹 찌지만, 별로 힘들지는 않다. 제이슨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왜 나는 땀을 흘리지 않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챙겨왔지만 쓸 일이 없었던 손수건을 제이슨에게 주니 오후 내내 잘 사용한다. 내부공사중인 건물의 높은 층으로 올라가 고서들이 잔뜩 쌓여있는 도서관에서 중국책들을 구경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온 후에는 일을 시작한다. 옛날 교과서들을 디지털화하는 중인데, 문제 있는 책들이 있어서, 번호에 해당하는 책들을 골라내는 일이다. 낡은 교과서의 질감과 옛날풍의 삽화, 끈으로 낱장을 엮어낸 구식 제본의 느낌이 좋다. 


5. 제이슨의 도움으로 기차역에 갈 필요도 없이, 항저우-시안, 시안-시닝, 시닝-우루무치 세 구간의 기차표를 모두 예약했다. 제이슨, 료루, 저핑에게 점심을 잔뜩 얻어먹고, 세 친구가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어정쩡하게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며 앉아 있다. 점심을 먹고 다음 도시의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찾으며 쉬다가, 무슨 박물관(운하박물관, 运河博物馆)에 간다기에 따라 나선다. 4위안짜리 길다란 버스를 타고 조금 가서 페리 선착장에 내리니, 많은 사람들로 소란통이다. 노란 옷을 맞춰입은 중국계 외국인 학생들의 왁자지껄 수다떠는 소리 속에서 오랫동안 배를 기다렸고, 배를 탄 후 운하를 따라 공신교(拱宸桥) 선착장까지 올라갔다. 박물관 문은 닫혀 있었지만 차오시역사문화거리(桥西历史街区)의 멋진 풍경을 보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모든 게 아무 의미 없다는 허무감이 든다. 그 어떤 사진에도, 비가 쏟아지던 순간의 두근거림, 시원함, 비가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구름 뒤의 햇살, 무지개의 느낌을 담을 수 없다는 생각...


※ 지출


지출내역 

금액(위안) 

금액(원)

비고

버스 

2

340

전철역-저장대학

버스 

3

510

저장대학-서호 

커피 

40

6800

맥도날드 커피 2인 

아이스 레몬티

20

3400

2인

기차 

173.5

29495

항저우-시안 

기차 

115

19550

시안-시닝 

기차 

198

33660

시닝-우루무치 

버스 

4

680

숙소-페리선착장 

페리 

3

510

공신교


항저우 시내 풍경


친구가 살고 있는 기숙사에 들렀다 간다. 한국과는 달리 바깥에 빨래를 널어 놓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빨래는 태양빛에 말려야지. 


저장대학 캠퍼스 안에 들어와 있는 상점


도시의 좀 더 현대적인 구역. 도로가 널찍하고 오랫동안 자라온 가로수들이 보인다.


회사 식당. 음식은 저렴하고 사람은 많다.


버스를 타고 서호에 왔다. 거대한 자연림과 호수. 유네스코 유산임에도 입장료가 없는 특별한 곳이다.


서호(西湖) 서쪽의 한적한 구역



웨딩 촬영을 하는 신부들이 보인다.




호수를 뒤덮은 연꽃과 연잎





중국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길거리에 잔뜩 세워져 있는 자전거들. 중국은 네덜란드 만큼이나 자전거의 나라다.



보는 동안에는 너무 예쁘고 동양화 속 풍경 같아서 열심히 찍었는데 나온 사진은 별볼일 없군.


장개석의 별장이었다는 건물. 아주 예쁜 건물인데, 지금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다.


다음날 아침, 8위안(약 1350원)짜리 아침식사. 가격에 비해 괜찮다.


제이슨과 저장대학의 오래된 캠퍼스에 있는 도서관에 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아침의 도서관에서 간단한 일을 도와준다.


창밖으로 보이는 항저우의 모습. 저장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이슨은 항저우가 제일 좋다고, 여기서 직장을 구해 살고 싶다고 한다.


이제 제이슨, 료루와 배를 타러 간다.



배를 타고 운하를 따라 간다. 노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어린 중국계 외국인 학생들이 단체로 견학을 가고 있다.


료루는 이전에 생물학을 공부해서 식물(꽃과 나뭇잎) 사진 찍는걸 좋아한다.


역사거리 풍경




띠엔동(전기 오토바이/자전거)을 충전하는 모습. 충전을 위해 전기 선이 실외로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해마를 말려서 팔고 있는 모습.


이건 동충하초 같다.


비가 한바탕 내리더니 무지개가 떴다.




한바탕 소나기가 내린 후 공신교(拱宸桥)에서 서쪽 역사거리로 떨어지는 태양





이곳이 원래 가려고 했던 운하박물관인데 닫혀 있었다. 덕분에 더 흥미로운 구경을 많이 했다.


그렇게 흐리더니 순간 파란 하늘이 보인다.


밤의 역사지구


뭘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싸 보인다.



거리를 밝히는 빨간색 불빛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