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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영국

영국 헬프엑스: 음식, 청소, 옥스포드 대학 공원 (여행 190일째)

2017년 1월 24일 화요일

영국 옥스포드(Oxford)

안개 꼈다가 맑아짐. 기온은 낮은데 별로 추위는 못 느낌.

[1] 음식: 하루 종일 잘 먹고 있다. 아침은 귀리죽(porridge)과 계란 토스트, 점심은 토마토 수프치즈 토스트, 저녁은 어제 메뉴와 정확히 같은 생선튀김, 샐러드, 처트니(chutney), 으깬 감자, 디저트로는 플럼(plum)액과 크림 요거트를 먹었다. 그리고 사파리 버스기사가 곰에게 건빵 던져 주듯 영감님이 한두 개씩 던져 주는 다이제 2종(초콜릿 입힌 것과 안 입힌 것)을 끼니 사이에 이따금 먹었고, 거의 한 시간에 한 번 씩 차나 커피를 마시고 있다. 불가리아에서 영국인 트레이시네 집에 살 때 하루에 커피를 열 잔씩 마시던 생각이 난다. 

[2] 청소: 아침에는 창고 청소와 의자 수리를 돕고 오븐 청소를 했다. 청소는 절차와 규칙을 정해 놓고 매우 체계적으로 하기 때문에, 마치 청소 전문 업체나 군대에서 청소하는 기분이 든다. 청소 대상의 재질(빤질빤질한 금속, 거친 금속, 나무, 유리, 타일 등)에 맞춰 각종 화학 세정제가 구비되어 있고 어디에 무슨 제품을 얼만큼 사용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다. 청결한 건 좋지만 깐깐한 건 피곤하다. 영감님은 꽤 까다롭다. 그래서 영감님 기분이 어떤지, 작업 결과를 맘에 들어 하는지 눈치를 봐 가며 일해야 했다. 트레이시네 집은 도라에몽 주머니 속처럼 온갖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고양이 다섯 마리가 그것들을 다 헤집어 엎고 다녔지만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 없었고 아무도 스트레스 받지 않았다. 깔끔하고 예민하게 사는 것 보다는 너저분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게 더 좋은 것 같다. 청소가 끝난 후에는 슈퍼마켓 여러 군데에 들러 영감님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사고 유니온 스트릿의 2번집으로 갔다.

[3] 옥스포드 대학 공원(Oxford University Parks): 영감님과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 나가 옥스포드 대학 공원을 산책했다. 햇살이 있으니 건물도, 동물도, 사람도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공원에는 수백 년은 된 듯한 고풍스럽고 거대한 나무들이 수많은 가지들을 하늘로 뻗어 올리고 있었고, 캐나다 기러기, 청둥오리, 갈매기, 백조, 이름 모를 검정색 작은 새 등의 각종 새들이 걷거나, 헤엄치거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도시에는 새들이 많아서, 아침이나 저녁에 온실(conservatory)에 앉아 있으면 아름다운 새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러 물가에 다가서니 오리들은 내가 밥을 주러 온 줄 알고 꽥꽥거리며 졸래졸래 따라온다. 많은 생각을 하며 침묵 속에서 산책을 계속했다. 영감님은 나의 침묵이 어지간히 좋은지, 벌써 몇 번째로 "브라질에 갔다가 돌아오면 안되냐 아니면 아예 안 떠나면 안되냐"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약속은 깨지라고 있는 법.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2번집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나들이를 준비중이다.

유니온 스트릿

옥스포드 대학교 공원

얼지 않은 호수

청둥오리

청둥오리는 머리가 초록색

얼어붙은 호수

오래된 나무들

앞서 걷는 영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