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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스페인

스페인 카디즈 & 세비야: 해안 요새, 광장, 대성당 (여행 153-154일째)

Robles Laredo, Calle Sierpes, Sevilla

 

2016년 12월 18일 일요일 

스페인 카디즈(Cadiz) - 세비야(Sevilla)

[1] 지브롤터를 나와 카디즈에 잠깐 들렀다. 산 세바스티안 요새(Castillo de San Sebastian)에서 멋진 해안가의 풍경을 구경하고, KFC에 가고 싶다고 노래하는 형을 위해 헤레스(Jerez de la Frontera)라는 도시에 있는 KFC에 잠깐 들렀다. 내가 채식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건 감자튀김이랑 코울슬로 정도.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는 형을 보고 있으면 은근 분노가 솟아난다. 그래도 서로 사랑하며 살자고 하는 짓인데... 미워하지 말자.

[2] 세비야에 도착했다. 하지만 멋진 풍경과 건물들도 별 의미가 없다. 배부른 돼지들의 찍기 관광. 놀라움과 감사함의 연속이던 이전의 여행과 달리, 지금은 새로움도 흥미도 없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 명상센터의 사람들, 세르비아의 사람들이 그립다.

 

카디즈 산 세바스티안 요새 입구
Cadiz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스페인 세비야(Sevilla)

[1] 먹고 자는 걱정이 없는데도 (그래서 카우치서핑, 헬프엑스 메시지를 보내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데도) 오히려 일기를 쓰는 시간이 적어졌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빨리 같이하는 여행이 끝나고 혼자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현재의 (형이 모든 경비를 대주고 있는) 감사한 상황을 기분좋게 즐기기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면이 눈에 자꾸 보이는 것은 그만큼 내가 "내" 사상과 "내" 철학과 "내" 생각들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아를 부숴버리는 것이 목표라고 하면서 실제 하는 행동은 정반대구나. 자아를 조각조각 내버릴 좋은 기회를 눈앞에 두고 언짢아하고 있구나. 이 모든 것이 내 생각의 발현인 것을...

[2] 오랫동안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였던 세비야 (게임 "대항해시대"의 영향). 투우사와 빨간 옷을 입은 플라멩코 댄서. 하지만 막상 세비야에 와서 본 것은 별로 없다. 시내를 관통해 걸으면서 (숙소가 북쪽[Calle Rayo de Luna, 5]에 있었음) 이것저것 사먹고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evilla)을 구경한 것이 전부다.

[3] 친구 중에 한 명은 눈을 감고도 세비야의 이곳저곳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세비야를 좋아하면서도 아직 한 번도 못 와봤다고 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 반면, 나와 우리 일행처럼 무얼 보든 무심하고 감동이 없는 사람들, 그저 사진과 경험담만 몇 개 남기려는 사람들은 떡하니 여기에 와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니! 일곱살 아이에게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읽게 하는 것과 같고, 소 귀에 경 읽기와 같고, 비둘기에게 미슐랭 별 세개 음식을 먹이는 것과 같다. 최악의 자원분배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ña). 날씨도 좋고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일행이 재촉해서 5분만에 지나가 버렸다.
광장을 감싸고 있는 국립지리연구원(Instituto Geografico Nacional) 건물.
세비야 대성당.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친척형이 꼭 보고싶다던 콜롬버스의 관.
대성당 안뜰
종탑에 올라갈 수 있다.
지붕이 예쁘다.
보기 싫게 삐쭉 올라온 빌딩이 하나 있다.
세비야의 경관
Bar Tino, Calle Tarifa
Parroquia San Lorenzo Mártir
가게 셔터에 예쁘게 그림을 그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