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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몰도바 &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오데사 - 몰도바 키시나우 (여행 63일째)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sa, Одеса)


[등장인물]

야로슬라브(Yaroslav): 오데사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1. 어젯밤 늦게 카우치서핑 호스트 야로슬라브(이하 야로)네 집에 도착했다. 야로와는 오데사에 도착하기 전부터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처음 내가 보낸 2박 3일 요청에 '아마도(Maybe)'라는 애매한 답변이 왔다가, 내가 재차 요청을 보내자 1박을 승낙해 주었다. 야로는 30대 중반이고 요가 선생님이라는데, 프로필 사진에는 정장을 깔끔하게 입고 있어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편안한 인상이다. 야로의 집에 도착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하룻밤을 보낼 거실의 침대 겸용 소파(평소에는 소파로 쓰다가 소파 밑을 열어 펼치면 침대가 된다)에 짐을 풀었다. 얼마 후 야로의 여자친구가 집에 도착했는데, 키가 꽤 크다. 14년 전에 한국에서 LG홈쇼핑 모델을 했었다고 하니 어쩌면 옛날에 TV에서 한두번 봤을 수도 있겠다.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요가와 한국에 관한 짧은 대화만 나누고, 야로와 여자친구는 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각각 잠자리에 든다.


2. 아침 여섯시쯤 일어나, 집주인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씻고, 이불을 개고, 접이식 소파 원래대로 돌려 놓고, 사과를 하나 먹으며 야로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아침 아홉시가 되도 일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9시 반까지 기다리다가 버스시간에 늦을 것 같아 야로와 야로의 여자친구가 자고 있는 방문을 똑똑 두드린다. 안에서 부스럭 부스럭 옷 입는 소리가 들리더니 야로가 열쇠 꾸러미를 들고 나와서, 현관과 복도의 철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카우치서핑에 추천의 글(reference)을 남겨달라고 부탁한다. 보통 카우치서핑을 하면 집주인과 어디에 함께 간다던가 요리를 함께 한다던가 술을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가 해서 쓸 말이 많은데, 야로의 집에서는 잠깐 머무르며 같이 한 것도 없어서, 쓸 말이 별로 없었다.


다시 묵직한 가방의 무게를 느끼며, 우중충한 날씨의 도시에서 길을 따라 걷는다. 시장을 지날 때, 12그리브나(약 500원)짜리 또띠아 한 뭉치를 사고, 남은 9그리브나 중 5그리브나로 고로케를 하나 사 냠냠 먹으니 4그리브나(160원)가 남는다. 이제 남은 돈으로는 물도 못 사니, 비상시 화장실 갈 돈으로 남겨 둬야겠다.


3. 버스 터미널에 가니 어제 표 사는 것을 도와주셨던 경비 아저씨가 보인다. 과자라도 좀 드리고 싶은데, 맛이 궁금해서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빵을 조금 뜯어 드릴 수도 없어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다. 이렇게 기다리다가 키시나우(Chisinau)행 승합차(van)에 타고, 출발시간을 기다린다. 승객들 중에는 엄마, 아빠, 딸로 구성된 가족이 있었는데, 딸이 아빠를 아주 사랑하고 아빠도 딸을 아주 사랑하는게 느껴진다. 딸이 한마디 할 때마다 아빠와 엄마가 재미있게 웃는다. 하하호호 행복한 가족. 몰도바 여권을 가지고 있던데, 우크라이나로 잠시 여행을 온 건가 보다. 승합차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쪽 국경 검문소에 도달하고, 여권을 모두 걷어가 도장을 찍어 준다. 그곳을 지나가 다시 몰도바 쪽 검문소에서 입국 도장을 받는다. 짐 검사도 없고,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때처럼 심문을 하지도 않고 간단하게 국경을 통과한다.


야로네 집 거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런 나라에서도 삼성 냉장고를 쓰고 있으니 한국이 돈이 많을 수밖에. 냉장고에는 재미있는 자석이 많이 붙어있다.


시장에서 또띠아 한 봉지를 사들고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는 여기저기 광고가 없는 곳이 없다.


국경을 넘어 몰도바로 넘어왔다. 화물 트럭들이 길가에 많이 주차되어 있다.


허름한 화장실을 사용하는 승객들


농사가 끝난듯한 밭. 날씨가 별로 안 좋다.


사람들이 울타리 여기저기에 쓰레기를 꽂아 놓았다.


키시나우행 승합차


시골길의 염소떼


가난한 시골마을 풍경. 자전거를 타거나 히치하이킹을 했으면 좀 더 천천히 몰도바를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차를 타고 쌩 지나와 버려서 조금 아쉽다.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몰도바(Moldova) 키시나우(Chisinau)


4. 우중충한 하늘 아래의 시골 마을들과 양떼들을 지나 생각보다 일찍 키시나우에 도착한다. 키시나우에는 터미널이 여러개 있었는데, 표시를 보니 도착한 곳은 북부(Nord) 터미널이다. 같이 봉고차를 타고 온 승객 중 한명이 영어를 할 줄 아냐면서 말을 걸어온다. 시내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해서, GPS를 켜고 구글맵을 보면서(데이터나 와이파이가 없어도 GPS는 작동한다) 함께 시내쪽으로 향한다. 캐나다에서 온 마일즈라는 친구인데, 이미 몇개월째 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을 여행하고 있고, 키시나우에도 이미 여러번 왔었다. 


키시나우에서 2박 3일동안 지낼 곳은 카우치서핑 호스트 알리나(Alina)의 집이다. 알리나의 집에 저녁에 찾아가기로 해서 시간을 떼워야 하니, 마일즈를 따라 호스텔에 가보기로 한다. 키시나우에 여러번 왔던 마일즈가, 시내의 이런저런 건물들과 장소를 설명해 주지만, 흐린 날씨 때문인지 우울해 보이는 키시나우. 마일즈가 지낼 호스텔에 도착한 후에 와이파이를 받아 보니, 알리나로부터 일찍 와도 된다는 메시지가 와 있다. 찾아가 보니 집은 아주 깨끗하고, 알리나가 수건, 침대, 화장실, 온수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빨래도 하고, 인터넷도 하며 자유시간을 누린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세탁기와 컴퓨터. 여행하다가 이렇게 가끔씩 사용할 기회가 있을 때에는 너무 좋다!


5. 알리나가 떠나면서 한국인 카우치서퍼 한명이 더 올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만나보니 고등학교 3년 선배였다! 고등학교 선생님들 얘기, 여행 얘기 등을 나눈다. 알리나는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몰도바 환율. 1달러에 20레이(lei) 정도 된다.


마일즈와 함께 황량한 길을 지나 시내로 걷는다.


마일즈가 묵는 호스텔에 걸려있던 몰도바 지도


몰도바의 관광지인 듯한 곳의 사진이 붙어 있다.


키시나우 시내


컬러런(Color Run)을 했는지 도로가 알록달록 물들어 있다.



공중전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듯한 도로


분리수거는 하는 듯 하다.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다.


알리나가 사는 아파트


아주 깔끔한 아파트 내부. 몰도바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데, 알리나는 꽤나 부유한 듯하다.



몰도바 레이. 장난감 돈처럼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