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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몰도바 & 루마니아

몰도바 키시나우: 가난한 도시 (여행 64-65일째)

2016년 9월 20일 화요일 몰도바(Moldova) 키시나우(Chisinau) 알리나네 집

배경음악: Estas Tonne - Internal Flight

[등장인물]

알리나: 키시나우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진우형: 알리나네 집에서 만난 여행자. 고등학교 선배.
마일즈: 캐나다에서 온 여행자. 오데사에서 같은 승합차를 타고 왔다.

1. 신기한 인연으로 만난 진우형. 어제 알리나가 잠자리를 마련해 주며 다른 한국 사람도 여기서 묵고 있다길래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같은 시간에 이렇게 조그만 나라의 조그만 도시에서, 같은 집에서 카우치서핑을 하고 있는 한국인이라니. 그런데 만나서 얘기해 보니 같은 수원 출신이고, 얘기를 더 해보니 심지어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3년 차이가 나서 같은 시간에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이 그대로 겹친다. 진우형이 따라하는 고구마, 미친개, 또이 등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성대모사를 들으며 낄낄 웃기도 하고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도 나눈다.

진우형은 이미 여행한지가 꽤 오래 되었다. 200일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파키스탄과 터키 같은 곳을 지나왔고, 이집트가 싸고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날씨가 추워지면 그쪽으로 갈 계획도 가지고 있는것 같다. 내 예산이 50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자 좀 놀라고, 힘들것 같다고 한다. 히치하이킹, 카우치서핑 등으로 세계일주를 1000만원으로 한 사람을 만났다는데, 그 사람은 너무 힘들어서 '돈을 좀 더 모아서 하지 못한게 후회된다'고 했단다. 그러면서도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다.
(진우형 블로그)

오전에는 버스를 타고 시장에 다녀왔다. 


맥도날드가 있는, 키시나우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시장에서 싼 과일을 골라 한보따리 사왔다. 상태가 좋은 서양자두(plum)가 1kg에 8레이(약 500원), 청포도가 1kg에 10레이(630원)이다. 


몰도바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2016년 1인당 GDP는 1900달러로, 한국의 1인당 GDP 27000달러에 비해 14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사람들이 14배 더 풍족하게 살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알리나의 집에 있는 컴퓨터로 찾아보니, 서울 물가는 키시나우 물가에 비해 약 200% 높다. 가격수준이 3배라는 뜻이다. 특히 서울에서 임대료는 키시나우의 거의 6배 수준, 식료품 구입비는 4.5배 정도 된다. 밑의 예시를 보면, 레스토랑에서 3코스 요리는 서울에서 3.3배 더 비싸고, 콜라는 2배, 카푸치노는 3.4배(역시 한국 커피가 비싸다), 맥주는 3배정도의 가격이다. 그나마 맥도날드 가격 차이는 1.5배로 낮은편이다. 그래서 1인당 GDP가 14배나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사람의 실제적인 구매력은 키시나우 사람보다 약 2.9배 높은 수준이다.


컴퓨터가 있어서 버스표도 쉽게 확인한다. 8시간동안 부쿠레슈티로 가는 버스가 약 70레이(4400원)정도 된다. 


우중충한 거리와 나뭇가지 위의 새


방과후 집으로 가는 귀여운 아이들


진우형과 한국분들이 와인투어를 신청하러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 


몰도바는 와인이 유명한데 값도 무척 싸다. 사진에는 35레이(약 2200원)짜리 와인들이 보인다. 아쉽게도 몰도바에 있는 동안 와인을 마셔보지는 못했다.


한국분들이 묵고 있는 호스텔에 따라와서 차도 한잔 얻어마시고 구경도 했다.


공원 근처. 조각조각 모자이크 형식으로 예쁘게 꾸며진 벽면


공원을 통해 알리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호수에 새들이 많다


가는길 벽에는 만화 캐릭터들이 잔뜩 그려져 있다. 지나가던 아이와 엄마가 재미있게 구경한다.


주거지역 풍경


다시 돌아온 알리나의 집. 알리나도 하루종일 없고, 진우형도 호스텔로 옮긴다고 해서 내 집인것처럼 음악도 듣고 컴퓨터도 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몰도바 키시나우

맑다가 구름끼고 약간 쌀쌀해짐

2. 뻥튀기와 따뜻한 차와 과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차를 끓여 마실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진우형이 알리나의 집에 치약을 놓고 갔다고 해서 갖다주러 한국분들과 진우형이 묵고 있는 호스텔에 갔다. 전날에도 왔었기 때문에 호스텔에 묵는 여행자들과 벌써 얼굴들이 익숙해져 인사를 나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사람도 있고, 일본 혼혈인데 패션 잡지에 글을 쓰는 것으로 돈을 벌어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오후에는 처음 몰도바에 올 때 만났던 캐나다 여행자 마일즈를 만났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고, 부쿠레슈티로 가는 버스표 사는 것을 도와준다고 해서 같이 한참을 걷다가 헤어졌다. 이제 내일이면 몰도바에서의 짧은 체류가 끝나기에 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고 최후의 비상금만 남긴 후에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우연히 진우 형과 한국분들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밥을 같이 먹자기에 장을 한번 더 보고, 다시 그 호스텔로 향한다. 불고기, 야채 무침, 감자볶음 등을 요리하는 걸 도와드리고, 오랜만에 고춧가루와 밥을 먹고, 야채랑 사과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작별 한다.

3. 알리나의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혼자 있다가, 독일에서 온 로라라는 여행자를 맞이해 준다. 알리나가 없기에 지난 3일간 내집처럼 쓰고 있고 이렇게 손님도 알아서 받는다. 문을 열어 주고 얼마 후에 알리나까지 와서 셋이서 차를 마시고, 알리나가 빵집에서 사온 따끈따끈한 치즈롤빵과 맥주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다. 히치하이킹 얘기, 여행 얘기, 지금까지 못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눈다. 알리나도 히치하이킹이 무척 하고 싶은가 보다.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는데, 모스크바의 밤거리를 걸을 때 아코디언 연주가 옆에서 박수를 치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주시던 할머니가 떠오른다(링크). 이런 분들처럼 내면을 깊숙히 다지고, 배우고, 느끼기 위한 것이지 나라 찍기를 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니, 여행의 목적과 삶의 목적을 항상 상기 하자. '일 년 채우기'와 '돈 적게 쓰기'가 목적이 아니다. 그건 단지 바보 짓이다. '두려움을 이기기', '자유로워지기', '평화로워지기'가 목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어제 지나갔던 벽면에 만화 캐릭터가 잔뜩 그려져 있는 거리가 보인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못하겠지만, 집이 없어서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는 뜻인것 같다.


투카노 커피(Tucano Coffee). 한국분들은 여기서 커피를 마셨다는데, 내 기준으로는 비싸서 들어갈 엄두가 안났다.


한 번도 묵지 않았으면서 세 번 찾아가고,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와이파이도 썼던 이오니카 호스텔(IONIKA Hostel).


호스텔 안마당


구름이 개고 햇살이 비추니 전날보다 활기가 넘쳐보이는 키시나우.


이곳이 몰도바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거리에는 과일, 음식 등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맥도날드 앞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쓰고 있는데 귀여운 아이들이 보인다.


신나게 놀고있는 학생들. 외국인을 보자 반가운 손짓을 보낸다.


마일즈와 피자집에 왔다. 고기를 싫어한다고 하니, 자기는 야채피자도 괜찮다며 배려해준다. 피자 가격은 75레이(약 4700원)였는데 둘 다 돈을 아끼려고 음료수나 기타 잡다한 것들은 주문하지 않았다. 나에게 35레이만 내라고 하고 마일즈가 40레이를 냈다. 고마운 친구다.


시장 풍경.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고 해도 먹거리는 풍족한 듯 하다. 먹을 것도 풍족하고, 집값도 싸다. 그렇다면 소비사회가 말하는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폰과 맥북을 살 수 없다는 것? 이렇게 과일과 야채를 파는 상점들이 골목골목 끝없이 이어져 있다.


정겨운 시장 풍경. 각종 생필품과 먹거리를 저렴하게 팔고 있다.


아이 하나가 아이스크림 냉장고 위에 엎어져 있다. 뭐하는 놈인고 ㅋㅋㅋ


행색이 남루한 노인


초라한 노인. 사람들이 휙휙 거리를 지나갈 때 천천히 방향을 가늠하며 걷는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저런 신세가 되고 만다.


호스텔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혼자 먹었으면 빵과 요리하지 않은 야채로 떼웠을 텐데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1리터에 17레이(약 1100원)짜리 맥주. 가격이 좀 더 비싼 와인 대신 맥주를 선택했다. 빈 통을 물병으로 쓰기에도 좋았다.


알리나가 사다 준 맛있는 빵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이렇게 감사한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