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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헝가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루다스 온천, 성 이슈트반 대성당, 거리 풍경 (여행 98일째)

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벌써 부다페스트에서 2박이나 했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별로 한것도 없는것 같은데 말이야. 주로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보다. 혼자서 돌아다니는 시간도 없었고. 그만큼 편안하기도 하다. 우리집에 있는 기분이다. 아니면 친척집에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나.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에는 뭔가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일기장의 위치표시란에 부다페스트라고 적는 것이 왠지 기분이 좋다. 그 내용물이 어떻든간에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주일'이라고 하면 왠지 낭만적이고, 소설의 한 챕터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곳에서는 (지나간 다른 도시나 마을들에서처럼) 마법같은 일들은 없었다. 그저 관광명소를 돌아다니고 친구 집에서 편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래도 좋다. 행복하기 위해서 마법같은 일이 필요한건 아니다.


아침에는 데이빗과 고급 온천(이름: Rudas Baths)에 갔다. 상당히 비싼 곳인데(1인당 3000포린트 = 약 12000원), 데이빗이 자기 돈을 내서라도 나에게 그 멋진 온천을 꼭 보여주고 싶어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날씨는 계속 흐렸고 쌀쌀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리 건너편 부다 지역의 강변에 있는 온천으로 향한다. 입구에 오니 온천의 고급스러움에 또 다시 거부감이 든다. 데이빗이 돈을 내주었고, 손목에 부착하는 카드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내는 금액에 따라 스파 건물 내에서 통과할 수 있는 구역이 달라진다. 지불한 돈에 따라 계급이 매겨져 특정 구역을 사유화하고 격리하고 특권을 주는 시스템이 언짢았지만, 스파 자체는 멋지다. 스파 고객이 따뜻함과 쾌적함을 즐기는 모습이 1층의 유리벽면을 통해 노골적으로 지나가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비춰진다. 쌀쌀하고 축축한 날씨. 잠바를 꼭 껴입고 우울한 표정으로 걷는 사람들. 수영복을 입고 온천을 즐기는 우리들. 지나가던 노숙자가 보면 벽돌을 던지고 싶지 않을까.


데이빗을 따라다니며 여러 종류의 탕과 사우나에 들어갔다 나왔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었지만, 데이빗이 정말 나를 데리고 가고 싶었던 곳은 옥상의 노천 온탕이었다. 수영복 바람으로 옥상에 올라가, 얼굴로는 상쾌한 찬 공기를 맞으며 몸은 따뜻한 물 속에 담갔다. 아주 기분이 좋다. 이렇게 몸을 담그고 있으니 다큐멘터리에서 본 야생 일본 원숭이가 생각난다. 원숭이들이 추운 겨울 온천욕을 하는데, 특권층과 그 가족 원숭이들만 따뜻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 힘이 없는 원숭이 가족들은 온천에 들어오려고 하지만 쫓겨나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쪽 원숭이들과 우리 원숭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 옥상에서는 구름낀 하늘, 먹먹하고 뿌연 하늘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도시, 스파 건물 뒷편의 알록달록한 산이 보였다. 


3시간동안 즐기고 나니 몸안의 냉기가 싹 사라진 듯하다. 중국인 한 커플을 포함해 커플들이 많았고, 배나온 아저씨들, 예쁜 딸 두명과 아빠, 엄마가 함께 온 가족, 그리고 많은 노인들이 보였다. 월요일 아침이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들어올 때는 사람이 적어서 의식하지 못했는데, 나올 때 보니 탈의실이 남녀 공용이었다. 신기하게도 아무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것 같았다.


루다스 온천 (출처: Wiki Commons)


루다스 온천의 노천욕장 (출처: Wiki Commons)


Ludwig Rohbock, engraving from the 1850s of the Rudas Baths. 1850년대의 루다스 온천 풍경. (출처: Wiki Commons)


점심으로는 렌틸죽, 토마토 수프, 비건 패티 튀김같은 것을 먹었다. 데이빗이 비싼 스파 요금을 내주었는데 점심까지 얻어 먹을 순 없으니 어제에 이어 점심을 샀다. 돈이 상처에서 흐르는 피처럼 줄줄 새나간다. 잠깐, 누군가 말했듯 내가 돈을 내 자신의 일부처럼, 피처럼 생각하고 있구나. 아직 갈길이 멀다. 하지만 빵이나 필수품을 위한 돈이라면 아낌없이 쓸텐데, 레스토랑에 돈을 쓴다는 게 좀 그렇다. 데이빗은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한국이나 서유럽 국가의 물가에 비교해서), 가난한 나라들을 지나온 내 입장에서는, 1달러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상황에서 4-5달러를 한끼에 쓰는건 정말 안타깝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누구랑 비교하느냐에 따라) 데이빗은 정말 소박하다고 할 수도 있다. 데이빗이 함께 일했다는 한국 고위 외교관이나, 돈 많은 한국인 관광객처럼 한끼에 40-50달러를 우습게 쓰는 사람들도 많다. (꼭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술값과 유흥에 한번에 400-500달러를 쓰는 사람도 넘쳐나고, 그 보다 더하게 사치를 부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데이빗이나 니시밀로시(피자 사건)를 힐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제보다는 소박했던 채식 점심 식사. 데이빗이 채식 체험을 하고 있는 시기에 잘 맞춰와서 채식 식당 위주로 갔다.


노숙자의 잠자리.


멋진 교회 건물이 많다.


가게 입구의 그림이 맘에 든다.


비키와 데이빗을 위해 세르비아에서 사온 선물.


집에 들어왔다가, 비키를 만나러 나간다. 비키(빅토리아)는 4년전 두바이에서 3개월동안 일할 때 같은 집에 살던 헝가리인이다. 2년전 유럽으로 여행을 왔을 때, 오스트리아의 에서 다시 한번 만났고, 이번에도 만나기로 했다. 몇 번 걸어다니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는 길을 따라 약속장소인 기차역 쪽으로 걷는다. 도시 골목골목에 예술작품같은 건물들이 숨어 있다. 대학교회에 들어가 잠시 앉아있다가, 강변을 따라 걸어 올라가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성 이슈트반 대성당(St. Stephen's Basilica)의 뒷쪽으로 들어갔다. 커다랗고 멋진 건물이다. 그 앞에는 넓다란 광장도 있고, 때마침 구름도 사라져서 해질 무렵의 주홍빛이 사방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지하도의 노숙자.


또 다른 노숙자. 노숙자가 많았다.


길가의 이름모를 건물도 이렇게 멋지다.


헝가리 지폐.


부다페스트에 온 후 처음으로 구름이 개기 시작했다.


이름모를 교회 내부의 천장.


이름모를 건물.


이름모를 거리.


태양이 생기니 도시가 한결 더 아름답다.



다뉴브 강의 석양.


강변을 따라 달리는 노란 트램.


강변 풍경.


노숙자.


성 이슈트반 대성당.


성 이슈트반 대성당 앞의 광장.



성 이슈트반 대성당 정면.




아름다운 거리의 건물들.





기차역 주변 풍경. 관광 버스가 보인다.


해가 저물어가는 부다페스트.


기차역의 맥도날드 앞에서 비키를 만났을 무렵엔 이미 캄캄해져 있었다. 식당에서 무엇을 먹는 대신(돈을 아끼고 싶어서 그렇게 얘기했음), 같이 걷기로 했다. 먼저 국회의사당(Palace Of Parliament Hungary) 건물 쪽으로 갔다. 조명을 받아서 크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길 인도는 비키에게 맡기고 그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편하게 걸었다. 비키는 이직을 준비 중이고, 겨울에는 뉴욕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돈이 쪼들려서 힘들게 살고 있다고, 여행을 다니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비키는 오랫동안 일을 해 왔는데도 돈이 없다는게 조금 신기하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가진걸 다 쓰면서 사는 것도 좋지만, 그 많은 월급이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마트에서 빵을 각각 두 개씩 사서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세르비아에서 사온 커피와 차를 선물로 주고, 한참을 같이 걷다가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서는 데이빗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피를 마셔서인지 밤늦게까지 졸음이 쏟아지지 않았다.


조명을 환하게 받은 국회의사당 건물.


비키와 함께 커다란 성당에 들어가 잠시 앉아 있었다.



이곳은 극장 건물이었던것 같다.


유대인의 성전(시나고그)에 방문했으나 문이 닫혀 있었다. 모자를 벗고 들어가야 하는 기독교 교회와는 달리 시나고그에는 모자를 쓰고 들어가야 한단다.


지저분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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