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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헝가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후무스 바, 도나우 강, 비트 수프(여행 100일째)

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부다페스트

 

오전에는 집에서 푹 쉬고 데이빗과 장을 보러 슈퍼마켓에 다녀왔다. 마트에서는 뮤슬리만 두 봉지 사서 순식간에 빠져나오고 (살 것을 확실히 정해서 살 것만 사서 나왔다. 배워야 할 좋은 습관) 유기농 매장에 가서 귀리유(oat milk) 두 팩을 샀다. 아직 한국에는 우유의 대체 식품으로 두유 말고는 딱히 없지만, 여기에는 귀리, 아몬드, 코코넛, 쌀 등으로 만든 각종 우유(소 젖이 없는)가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격은 조금 비쌌다. 다음에는 채소 가게에 가서 비트, 감자, 양배추, 당근, 양파, 마늘 등을 잔뜩 샀다. 680포린트가 나왔고 여기서는 내가 돈을 냈다. 야채와 빵 같은 필수 식품을 사는데 돈을 내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 게다가 별로 비싸지도 않다.

 

점심은 데이빗이 전부터 계속 데려가고 싶어 했던 '후무스 바(hummus bar)'로 갔다. 체인점인지 부다페스트 여기 저기 후무스 바가 많이 보였다. 간판이나 매장도 깔끔하고 채식 메뉴도 있어서 좋았지만 약간 비싼 분위기여서 지금의 나에게는 꺼려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체인점을 한국에 낸다면 정말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피타(pita)라는 빵을 버섯이 들어간 후무스에 찍어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피타만 먹어도 맛있는데 따뜻한 후무스와 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하지만 약간 시간에 쫓기면서 먹는게 아쉬웠다. 천천히 즐기고 싶었는데. 

 

피타 빵과 버섯 후무스. 채식 메뉴였고 정말 맛있었다.

 

후무스 바 메뉴. (출처: hummusbar.hu)

 

후무스 바 풍경 (출처: hummusbar.hu)

 

데이빗과 헤어진 후 홀로 책방에 들어가 폐지처럼 쌓여 있는 옛날 사진들, 옛날 잡지들을 구경했다. 가격을 무게당 100포린트로 생각해서 선물용으로 조금 사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1개당 100포린트다.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 햇볕이 좀 있어서 강변을 따라 쭈욱 걸었다. 정말 멋지긴 멋진 곳이다. 점점 익숙해지는 부다페스트의 지리. 이제 지도를 보지 않아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서점 풍경.

 

 

길거리의 맥주집.

 

간판이 예쁜 기념품 가게.

 

초록색 자유의 다리(Liberty Bridge)에서 보이는 언덕위 자유의 여신상(Liberty Statue).

 

강변을 달리는 구식 디자인의 트램.

 

 

도나우(다뉴브) 강 풍경.

 

 

내내 구름이 끼어 있다가 파란 하늘이 보이니 좋다.

 

 

 

 

되뇌르 케밥을 파는 가게가 많이 보인다. 가격도 싸서 한번 먹어보고 싶지만 채식이 아니어서 포기.

 

 

 

 

집에서는 데이빗의 컴퓨터로 헬프엑스(helpx) 리뷰를 적었다. 불가리아에서 트레이시, 폴과 지내던 일을 생각하며 별 다섯개를 주고 나의 솔직한 감상과 고마움을 담아 글을 남겼다. 엄마, 아빠와 영상통화도 했다. 보기 좋은 동글동글한 얼굴들과 아름다운 미소. 지금까지의 신기한 경험, 느낌, 황홀했던 풍경, 친구들 등 할말이 잔뜩이다. 나도 이렇게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할 때도 있는가보다. 내일 사촌 누나 결혼식 때문에 육지로 나간다고 하신다. 엄마는 눈이 안 좋다며 자꾸 끔뻑 거리신다.

 

데이빗이 생각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오전에 장 본 야채들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데이빗의 냉장고에 있던 페스토를 이용한 넓적 감자 볶음비트 수프. 감자 볶음은 러시아에서 파리다(모스크바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했던 것을 따라 했는데, 그것처럼 바삭하게 튀겨지지 않고 약간 닭도리탕 속 감자 비슷한 색깔이 되었고, 약간 덜 익었다. 러시아 슈키예보에서 올가(헬프엑스 호스트)에게 배운 비트 수프는 대성공이었다! 마늘, 양파를 볶고, 감자를 깍둑썰기로 썰어, 비트를 갈아 넣고 소금을 어느정도 넣었다. 데이빗도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데이빗과 또 한참동안 오피스잡(사무직)과 사회 경제 시스템의 노예가 된 사람들,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우리같이 자산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9시부터 6시까지 시계속 태엽처럼 일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필요한 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잔뜩 찾았다. 거절은 단 한번만 당하고, 헝가리에서 슬로바키아 구간의 호스트를 모두 구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 부담없이 열흘 정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위빠사나(비파사나) 명상 센터에 들어갈까 생각도 하고 있다.

 
데이빗을 위해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감자 볶음과 비트 수프. 빵과 함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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