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들꽃
2016년 12월 9일 금요일 스페인 카탈루냐
BV-2128, 08732 Castellví de la Marca, Barcelona
[1]
아무 계획도 없는 느긋한 날.
[2]
여행 초반, 중국 칭따오에서 카우치서핑 모임이 있었다. 모임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사람들 중에 머리를 뽀글뽀글하게 볶은 스페인 남자애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자기도 나처럼 여행하고 싶고, 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항에 갇힌 금붕어가 수면을 솟구쳐 오르는 날치를 바라보듯 동경과 갈망과 아쉬움이 잔뜩 묻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에게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2007)"라는 영화를 봤느냐고 물었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며, 기회가 되면 꼭 보라고 했다.
오늘 그 영화를 봤다. 드디어 봤다. 최고다.
다니엘 수엘로, 톨스토이와 소로 생각이 났다. 알렉산더 슈퍼트램프(크리스)의 위대한 투쟁이 나 자신의 볼품없는 투쟁과 겹쳐지며 눈물이 많이 났다.
[3]
장작, 불피우기, 농장 아저씨가 타고 다니던 백마, 햇살, 과일밭, 초대, 고양이, 개, 정전... 하하, 몇 번이나 계속되던 정전.
[4]
해뜰녘과 해질녘은 아름다운 것들을 오십 배씩 더 아름답게 만든다.
들꽃이 산개한 시골 들판에 석양이 떨어지면 아름다움 지수는 한계없이 상승한다.
따뜻한 햇살에 빨래를 말리자.
꿈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놀고 먹고 먹고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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