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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스페인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의 고양이 (여행 147-148일째)

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 12월 13일 화요일 스페인 그라나다

배경음악: Ana Vidovic plays Recuerdos de la Alhambra by Francisco Tárrega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1]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카탈루냐에서 안달루시아로 달려왔다. 승희의 추천으로 본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에 나오는 검정색 황소 입간판(Toro de Osborne)을 도로에서 몇 번 지나쳤다. 눈덮인 시에라 네바다. 누르스름한 산과 밭.

Source: Pixabay

[2] 서로에 대한 호기삼과 새로움은 가시고, 서로의 생활방식이 충돌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간다. 그리고 반성.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주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맞춰주고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감사하자.

[3] 알함브라 궁전. 십 오년전, 아니면 그보다 오래 전, 기타곡을 들으며 여기에 오게 되리라고 생각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며, 이곳을 꿈꿔 보았을까. 너무도 편하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에 와 있구나.

Parroquia de Santos Justo y Pastor (Plaza de la Universidad)

Iglesia de San Gil y Santa Ana

==================== 아래부터 알함브라 궁전 ====================

알함브라 궁전의 교회 (Church of Santa Maria de la Alhambra)

고양이와 노는 사람들. 햇살이 좋다.

찰스 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 외부

찰스 5세 궁전 내부 (2층)

공터의 고양이들

그라나다 풍경

일본 청년들

귀엽다

탑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

탑에 올라가 내려다 본 그라나다

고양이가 많다

메인 요리가 나왔지만 에피타이저를 넘 많이 먹어서 맛을 못 느끼겠다.

나사리 궁전(Palacios Nazaríes)

[4] 알함브라 궁전 구경을 마치고 돌아와 소파에서 누워 쉬다가 노랫소리에 잠에서 깬다. 수염을 단정하게 기른 덩치 큰 남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듣기 좋은데, 친척형이 불쾌한 목소리로 시끄러워 죽겠다고 투덜거린다. 하하, 세상에 짜증낼 일도 많구나. 정말 불행한 관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비슷하게 삶의 어떤 부분을 볼 때에는 불행한 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몸의 편안함, 게으름, 안정감, 배부름 등을 정신적 자유로움과 교환한 상태이다. 이런 여행, 지금과 같이 감동도 새로운 만남도 감사도 없고, 그저 먹고 마시고 비싼 입장료를 사서 감정없이 건축물을 보고 나오는 여행이라면, 한국으로 돌아가 노가다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언어나 컴퓨터를 공부하는게 나을수도 있겠다. 

지난 5개월, 명상센터,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 슬로바키아에서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하던 즐거움에 비하면 지금의 여행은 너무나 가식적이고, 탐닉적이고, 피상적이고, 허무하다. 회사에 취직해 적금을 들고 결혼해 사는 삶이 이렇겠지. 병든 눈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에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지적 허영심. 그걸 자극하는 미디어. 돈으로 구매 가능한 경험들... 이곳에서는 절대 행복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 긴 카우치서핑을 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호스트를 받아들이고, 어떤 것이든 아름답게 바라보려 노력하자. 다시 찾은 채식권에 감사하고,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할 시간에 감사하고, 돈의 제약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를 통해 절제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다.

Plaza de la Trinidad, Gr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