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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포르투갈

포르투갈 라고스: 항구, 해수욕장, 해안 절벽 (여행 157일째)

마리냐 해수욕장(Praia da Marinha)

2016년 12월 22일 목요일

포르투갈 타비라(Tavira) - 마리냐 해수욕장(Praia da Marinha) - 라고스(Lagos)

[1] 타비라에서의 마지막 아침. 일행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혼자 밖으로 나와서 찻길을 따라 기찻길을 건너 시내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하얀 햇살 속 하얀 동네에서 동네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건내고 있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를 접어신고, 플라스틱 양동이를 든 채 걸어가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같은 방향이기도 해서 그 뒤를 따라 걸었다. 헝가리 에스테르곰에서 성상에 꽃을 바치러 가던 할아버지를 뒤쫓던 것도 생각났고, 아제로스의 스톰윈드에서 어떤 엔피시(NPC)를 따라가던 기억도 났다. 느릿느릿 부두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천천히 배를 물가로 당겨서 한참 동안 줄을 풀고, 보트 위에 올라타 꿈지럭거리시다가, 강물에 시원하게 오줌을 싸셨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어촌 풍경이다. 조금 더 걸어 다리까지 가서 갈매기들과 물고기떼를 구경했다. 하나의 개체인 것처럼 움직이는 수백마리의 물고기들. 어쩜 이렇게 왼쪽 오른쪽으로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순서까지 똑같은지, 하나의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빨래가 널린 풍경

출근하는 어부

다른 누군가의 삶을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다. 그래서 다들 수다를 떨고 글을 읽고 영화를 보는거겠지.

짐짝을 나르는 할아버지와 손자

물고기들

기도가 필요하신가요?

[2] 타비라(Tavira)를 떠나 라고스(Lagos)로 가는길. 가는 길에 실베스(Silves)라는 역사 도시에 들를지,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해수욕장 중 한 곳에 들를지 고민했다. 결국 해변(Praia da Marinha)으로 갔다. 도착해 보니 높은 절벽 위에 주차하는 곳이 있었다. 한국의 백령도와 비슷한 풍경이면서도 물 색깔과 바위 색깔이 달라 색다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통로를 따라 절벽 아래로 내려가니 노란 모래사장이 나왔다. 정말 아름답다. 끝없이 뻗은 파란 수평선과 햇살과 초록색 파도. 물에 발을 담그고 걷다가 난데없이 큰 파도에 옷을 적시기도 하면서 해안을 탐험했다. 두 동강 난 일행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젖은 발을 말리며 쉬다가 다시 라고스로 향했다.

염소떼가 나타났다!

[3] 라고스의 에어비엔비 숙소(Casa Marcela)는 오래된 아파트 건물이었다. 근처 건물들에는 빨래도 널려있고, 창밖으로 우리들을 조용히 내려다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손을 흔드는 사람은 없었지만.

승희는 아파서 쉬고, 나머지 일행과 시내로 나갔다. 친척형이 어디서 포르투갈 해물탕 얘기를 들었는지 해물탕에 꽂혀서 해물탕집을 찾는다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TV, 드라마, 블로그, 영화가 만들어낸 허구의 욕망들이여...)

라고스 남쪽 끝에 있는 해안 절벽 폰타 다 삐에다드(Ponta da Piedade)에도 들렀다. 이곳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오늘은 이미 하루에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감동의 한계치를 넘었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다. 아침부터 나돌아 다니고 여러곳에 들르니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Igreja de Santo António

Ponta da Piedade

Ponta da Piedade

Ponta da Pied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