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모로코

모로코 마라케시: 공항, 쇼핑몰, 물가, 메디나, 젤라바 (여행 175일째)

마라케시 메디나. 무슨 행사를 하는지 도로통제가 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나와 있었다.


2017년 1월 9일 월요일

모로코 마라케시(مراكش) 호스텔 키프키프(hostel Kif-Kif Marrakech)


[1] 도착: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에서 부다페스트와 바르셀로나로를 거쳐 마라케시 공항(Marrakesh Menara Airport)에 도착.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5킬로미터 거리다. 일단 방향을 잡고, 핸드폰 배터리를 아끼며 걷는다. 와이파이나 데이터가 없어도 구글맵이나 Maps.me 앱의 지도를 받아 놓으면 GPS가 위치를 잡아주기 때문에 방향을 잡기가 쉽다. 여행하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니, 핸드폰(갤럭시 노트2) 상태가 나빠서인지 위치 파악에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그래서 방향을 잃으면, 위치가 파악될 때까지 핸드폰을 한참 동안 활성화해둬야 했는데, 지금처럼 충전기와 배터리를 분실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이였다.

[2] 걷기: 숙소가 있는 시내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낮에는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 입던(불가리아의 쓰레기통에서 주운) 긴 코트를 입고 다니기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고, 부피가 커서 가방에는 들어가지 않으니 이래저래 골치가 아팠다. 나처럼 공항에서 시내로 걸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가까운 거리니까 현지인들은 버스를 탈 것 같은데, 나는 현지 화폐도 없고, 버스 정보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으니 별 방법이 없었다.

[3] 사람들: 길에는 자전거, 오토바이, 혹은 페달을 밟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 좋다. 이제야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두 발로 걸어서 한걸음 한걸음 목적지로 가는 것. 두 눈으로 직접 마주보는 사람들. 자동차 속에 갇혀 여행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지도상에 녹지(綠地)로 표시되어 있는 지역(Oliveraie, غابة الزيتون)이 있어 그곳을 통과했다. 공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기다란 막대기로 나무를 후드려 패며 열매를 따는 아저씨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해 준다. 참 좋다. 

[4] 물가: 가는 길에 쇼핑몰(Menara Mall)이 있었다. 핸드폰 수리점이 보이길래 배터리 충전기 가격을 물어봤다. 환율은 '1디르함 = 약 120원'인데, 충전기가 150디르함(약 18000원)이라고 한다. 급하고 불안하긴 하지만 너무 비싸서 사지 않았다. 쇼핑몰 안에 슈퍼마켓(Carrefour)이 있어서 들어가 물가를 확인했다. 생수 500ml가 3디르함, 빵이 하나에 1-2디르함, 귤이 1킬로그램에 4디르함이다. 좋아 살만하다. 물론 과자, 음료수, 초콜렛, 고급 과일 등은 비싸지만, 기본 물빵과 현지 과일(귤이나 대추야자)은 충분히 싸다. 7디르함을 내고 물과 귤과 빵을 샀다.

[5] 메디나(medina, المدينة): 마라케시의 중심부인 메디나에 도착했다. 메디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지구다. 숙소 근처에 핸드폰 가게가 바글바글 몰려 있는 시장이 있었다. 이 가게 중 하나에서 충전기를 50디르함에 샀다. 나중에 숙소에서 확인해 보니 충전이 잘 안되어서, 다시 가게를 찾아와 다른 충전기로 교체했는데, 알고보니 충전기 문제가 아니라 호스텔 전기 콘센트와 컨버터 문제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메디나를 돌아다녔다. 길거리의 장난치는 아이들, 꼬깔모자가 달린 마법사 망토(젤라바, djellaba)를 입고 다니는 아저씨와 할아버지들, 엄마와 같이 나온 꼬마 여자아이들이 보였다. 무슨 행사를 하는지, 도로 통행이 막혀있고, 사람들은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길 한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덕분에 버스표를 사러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혀서 여기저기 돌며 빠져나가는 길을 찾다가 사람 구경을 실컷 했다. 길은 못 찾았다.

젤라바를 입은 모로코 남자들 (출처: 위키피디아)

젤라바를 입은 자와(jawa)족. (출처: www.starwars.com/databank/jawa)

[6] 다음 계획: 돈을 아껴야 하므로 오늘 저녁은 물론 굶는다. 이상하게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아까 산 귤을 먹고, 핸드폰을 충전하고, 호스텔에서 시간을 떼웠다. 내일은 나빌라와 살리마를 만나러 아가디르(Agadir)로 간다. 나빌라와 살리마는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쌍둥이 자매인데, 굉장히 예쁘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모로코에 오면서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집에서는 못 재워주는 대신 숙소를 잡아주겠다고 했다. 숙소를 예약해준 게 부담도 되고, 괜히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도 들지만, 이미 정해진 거라 어쩔 수 없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녀와야지... 무언가 뜻이 있겠지. 


마라케시 공항(Marrakesh Menara Airport)

공항에서 시내 가는 길

자전거 및 오토바이 종류가 많이 보인다.

공원인줄 알고 들어가 봤는데 열매 따는 노동자들만 있었다.

대추야자?

휴식 중인 노동자

쇼핑몰(Menara Mall) 앞의 낙타

힘들어서 짐을 내리고 쉬는 중

남쪽으로는 아틀라스 산맥이 보인다!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 모스크(Koutoubia Mosque)의 탑

수레 끄는 당나귀. 오토바이처럼 길가에 얌전히 주차되어 있다.

메디나 골목길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키프키프 호스텔 가는길. 길 찾기는 어려웠고, 골목길에는 호스텔 삐끼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