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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모로코

모로코 헬프엑스: 사막, 마을, 다도(茶道), 화덕 (여행 180일째)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모로코 타구니트(Tagounite, تاكونيت) 부근

[0] 사막의 아침

아침 산책

사막 식물과 비닐 쓰레기

버려진 건물

사막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자동 건조된다.

사막 식물. 어떤 식물을 먹으면 몸에서 심한 열기가 난다고 한다.

빵과 잼과 버터와 귤과 차.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조식이다.

[1] 마을 방문: 소피와 함께 마을(타구니트)에 다녀왔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30-40분 정도를 걸으니 마을에 도착했다. 어제는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다. 학교를 하나 지나, 우체국 앞에 있는 마을 유일의 ATM에서 소피가 돈을 뽑는 것을 기다렸다. 계속 오류가 났지만 ATM언어 설정과 출금액 등을 바꿔가면서 간신히 돈을 뽑았다. 돈을 뽑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Wi-Fi 가능'이라고 써붙인 작은 호텔 겸 카페가 몇 개 보였다. 소피가 큰 도시로 가는 버스 타는 곳(CTM 매표소)과 인터넷이 (비교적) 잘 되는 카페를 가르쳐 줬다.

사막 식물

마을 학교. 이 주변에 ATM이 있었다.

인터넷이 되는 카페. 맞은편 벽에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2] 모로코 다도(茶道): 카페에서 차를 하나 시켜 소피와 나눠 마셨다. 이쪽에서는 차에 우유를 넣지는 않지만 설탕을 꽤 많이 넣어서 마신다. 마시기 전에는 차를 잔에 따랐다가 다시 주전자에 붓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맥주처럼 거품층이 생기게 한다. 이 거품이 차 안에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향을 안에 가두어 더 맛있게 한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받아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카페 와이파이는 평소에 꺼두었다가 지금처럼 손님이 있을 때만 켜는 듯 했다. 진한 차를 마시며, 쓸데없는 메시지들을 확인하고, 카페 앞을 지나가는 당나귀 마차, 오토바이, 사람들을 구경했다.

차 따르는 모습 (Source: flickr)

모로코 찻주전자와 거품층이 두껍게 생긴 찻잔 (Source: Wiki Commons)

돌아오는 길에는 잡화점과 구멍가게에 들렀다. 소피가 얼마 후 잠시동안 영국에 돌아갈 예정인데 그동안 마실 차를 사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소피는 잡화점에서 싸고 튼튼해 보이는 찻주전자를 하나 샀고, 구멍가게에서는 15디르함짜리 차, 담배, 과자 등을 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꼬맹이들과 함께 남쪽 사막의 집을 향해 걸었다. "싸바(Ça va,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는 꼬마, 손을 흔드는 꼬마, 앞에서 걸으며 힐끗힐끗 뒤돌아보는 꼬마도 있었고, 외국인들에게 관심없는 듯한 소년들도 있었다.

하교하는 꼬마들

[3] 다시 사막의 집: 사막의 집으로 돌아와 드래곤 라자를 읽었다. 이제 마지막 부분이다. 슬픔과 행복이 뒤섞인 묘한 엔딩 부분을 읽으며 약간의 우울함과, 아쉬움과, 해방감을 느꼈다. 자, 너의 여행은 어떻게 끝날 것이냐.

사막투어에 갔던 윌 커플토비아스 커플이 돌아왔다. 사막을 걷고 싶었는지, 옆 마을에서 내려달라고 해서 한참 동안을 걸었다고 한다. 다들 밝은 표정이었다. 두 커플 다 내일 떠날 예정이라고 분주하게 빨래를 했다. 건조해서 빨래가 금방 마르기 때문에 내일 새벽이면 충분히 마른다.

저녁 시간에는 집주인 아흐메드가 빵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덕에 불을 지피고 빵 반죽을 넣으면 반죽이 부풀어 오르고 그걸 나뭇가지로 꺼내 바구니에 넣고 수건으로 덮는다. 따뜻한 주황색 불빛과 화덕의 온기와 매운 연기와 향긋한 빵 냄새가 어둠 속에서 뒤섞였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는 아흐메드가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다른 곳에서 온 베르베르인 손님도 같이 장단을 맞췄다. 이제 곧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작별의 선물인 것 같았다. 

식수통

대추야자 포대와 식수를 시원하게 보관하는 짚더미

물을 길어올리는 기계?

생선 찌꺼기와 알 수 없는 아기동물의 시체

동물의 엉덩이에는 지푸라기가 붙어 있다

화덕에서 빵 굽는 아흐메드

오늘도 밝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