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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모로코

모로코 헬프엑스: 똥, 바람, 불모의 땅 (여행 181일째)

2017년 1월 15일 일요일

모로코 타구니트(Tagounite, تاكونيت) 부근

[1] :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린다. 꽤 세게 불고 있고, 공기도 차갑다. 그래서인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잠겨있다(내가 자는 공간은 '1가구 2주택'처럼 출입문이 분리되어 있음). 그래서 아침 일찍 똥을 싸고 씻으려는 계획은 좌절이지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똥은 상황에 따라 아무때나 싸도 상관없다는 것을 배웠다. 여기 도착한 날도 타이밍을 못 잡아서 똥을 안싸고 하루 제꼈다. 이게 가능하다는 걸 그동안 염두에 두지 않았을 뿐... 하루에 두세번 쌀 때도 있으니 이삼일에 한 번 싸는 것도 괜찮아야겠지... 유동적으로 싸자.

언젠가 무하메드에게 볼일 처리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실내에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이 화장실은 여행자들만 쓰고 베르베르인들은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날씨가 안 좋을 경우만 사용). 무하메드는 웃으면서 사막을 가리켰다. "여기도 저기도 다 화장실이야." 건조하기 때문에 사막 아무곳에서나 똥을 싸는데, 땅을 파지도 않고 휴지를 쓰지도 않는다. 싸고 나서 모래로 덮는다고 한다. 닦는 것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돌멩이로 닦거나 물을 쓴다고 한다. 물로 닦을 때는 손을 직접 대지 않고 항문에 물을 뿌리는 방식이다. 물을 말리지 않고 바로 옷을 입어도 여름에는 건조해서 문제가 없지만 지금 같은 겨울에는 엉덩이가 오래 젖어 있어서 춥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나도 손을 대지 않고 물을 뿌려 닦아 보려고 했는데 잘 안된다. 엉덩이 전체와 옷을 적셔야 될 것 같다.)

[2] 떠나는 사람들: 밖으로 나가 인사하지는 않았지만 아침 일찍, 아마도 여섯시 쯤 캐나다 커플(윌 커플)이 떠났다. 그리고 벨기에 커플(안토니 커플)도 오늘 떠난다. 내일 소피까지 떠나면 나만 남는군. 하루 정도는 혼자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사막. 사막 그 자체는 좋다. 죽은 짐승의 시체, 뼈다귀, 새들, 개미, 지루하고 힘든 땅파기. 바깥에서 들리는 강한 바람 소리가 약간 겁난다.

침실. 여기에 모포를 넉넉하게 깔고 침낭에 들어가 잔다. 사막의 밤은 춥다. 20명 정도는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다 떠나고 나만 남았다. 여기서 오래 지낸 소피는 건물 안쪽의 좀 더 좋은 방을 쓴다.

내성적인 검정 토끼. 항상 말이 없다.

집 주변에 있던 이 정체불명의 짐승 사체는 검정 토끼의 아기로 추리된다. 하지만 어미 혼자서 아기를 낳을 수는 없을텐데?

건물 안뜰에서 빨래 건조 중. 빨래는 정말 잘 마른다. 여름에는 더 잘 마른다고 한다.

왼쪽 문은 아흐메드의 방이고 (못 들어가봄) 오른쪽의 조그만 창문은 주방 창문이다.

오늘은 과감하게 사막 탐험을 나서기로 했다.

저 멀리 보이는 언덕까지 가 볼 예정이다.

당나귀 발자국이 찍힌 길을 따라 몇 개의 집과 농장을 거쳐 황무지를 가로지른다.

뼛속까지 정화되는 풍경

언덕 부근에 도달했다. 언덕 위에는 마치 사람이 쌓은 요새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짧은 해는 넘어가고 나는 길을 되짚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