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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카자흐스탄

중국 우루무치-카자흐스탄 알마티: 28시간 버스 여행 (여행 29-30일째)

2016년 8월 16일 우루무치, 자작나무 호스텔 (White Birch Youth Hostel, 白桦林国际青年旅舍)


[등장인물]

막심: 6개월간 중국을 여행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는 청년. 여행하며 싼 물건을 많이 찾아 무역업을 시작했다.

아스카: 알마티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1. 아침에 일어나 호스텔 근처의 우루무치 박물관(乌鲁木齐博物馆)으로 향한다. 뤄창(若羌)에서 봤던 미라가 인상깊어, 우루무치에서도 미라를 보고 가고 싶었는데, 미라가 있는 곳은 신강박물관(新疆维吾尔自治区博物馆)이라고 한다. 미라는 없었지만, 예쁜 그림들이 있었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2. 국제버스 터미널로 가다가 낭(馕, nang, 납작한 빵)을 종류별, 크기별로 사서 길가의 벤치에 앉아 뜯어 먹는다. 인도가 떠오르는 향이 나는 것과 깨가 잔뜩 뿌려져 있는 것이 있는데 3-4일은 먹을 수 있을 만큼 크다. 가는 길에 홍산공원(红山公园)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낑낑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려와 조그마한 놀이기구, 산책로의 꽃, 탑(红山宝塔)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내 전경을 즐기고 있다.


3. 기차역과 시외버스 터미널에는 X선 검사와 무장 경찰 등 보안이 철저한데, 국제버스 터미널은 그런 것 없이 더 허술하고 허름하다. 보안 검색대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 짐 검사도 없이 통과한 후, 버스 번호를 찾아서 기다린다. 


키가 좀 작지만 다부지고, 아랍인처럼 생긴 젊은 여행자가 말을 걸어온다. 중국에서 6개월간 여행하고 돌아가는 카자흐스탄 사람 막심(Maxim)이다. 카자흐어는 못하고 러시아어만 한다는 걸 보면 카자흐인은 아닌가 보다. 중국을 여행하며 값이 싼 물건들을 잔뜩 사 카자흐스탄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 물건들을 처리하러 2개월 간 카자흐스탄에 갔다가 중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란다. 6개월 전 중국에 와서 배우기 시작했다는 중국어가 벌써 유창하다. 


버스의 2층 침대 위는 허리를 펴고 앉을 높이는 되지 않지만, 그럭저럭 편안하다. 박스와 커다란 보따리들이 차에 가득 실리고, 버스에 시동이 걸린다. 사람이 많아서 버스 두 대가 간다고 한다. 이제 28시간 짜리 버스 여행이 시작된다. 자, 중국 안녕!


2016년 8월 17일 알마티행 버스


4. 버스의 침대는 다리와 허리를 끝까지 펼 수 없을 만큼 좁지만, 22시간 동안 중국 기차의 직각 좌석에 앉아 가던 것에 비하면 호화 객실이 부럽지 않을 만큼 편안하다. 낡은 커튼에서는 플라스틱 부스러기들이 떨어지고, 가방과 모포 때문에 다리를 둘 공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불평할 수 없다! 


5. 밤이 되니 버스가 추워지고, 어딘가에 정차해 있는 동안 다들 숙면을 취한다. 국경 근처의 마을에서는 환전상들이 버스 승객들에게 몰려 드는데, 아저씨 한 명은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환전을 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손이 없다. 마을을 지나 중국 쪽 검문소에서 출국 도장을 받고, 카자흐스탄 쪽 국경 검문소로 간다. 중국어도, 카자흐어도, 러시아어도 못하면서 여권만 달랑 내밀지만, 다행히 막심이 통역을 해주어 별 문제없이 국경을 통과한다. 버스에서 내리고, 기다리고, 버스에 다시 타고, 기다리고를 반복한다. 


버스안에서 본 창밖 풍경, 버스의 승객들과 꼬마들, 내 앞자리에 앉은 예쁜 꼬마 숙녀, 파란 옷을 입은 카자흐인 모녀, 그리고 길게 늘어진 듯한 시간 속을 허우적 거리는 하염없는 생각들.


2016년 8월 17일 알마티


6. 알마티에 도착하니 다행히 아직 캄캄하지는 않다. 그동안 버스에서 수 차례 함께 타고 함께 내리고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대화는 없었어도 얼굴은 모두 눈에 익어버린 정든 사람들과 인사도 없이 작별한 후, 카우치서핑 호스트 아스카(Askar)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받은 주소를 보고,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는데, 아파트 건물에 동수가 적혀있지 않아 한참을 헤맨다. 친절한 러시아인(카자흐스탄에는 카자흐인과 러시아인 등이 있는데, 보통 카자흐인은 무슬림이고 러시아인은 그리스도교인이다.) 아주머니들이 말은 통하지 않는데도 끝까지 도와주셔서 어찌어찌 아스카를 만난다. 수박도 얻어먹고, 얘기를 나누다가, 아스카가 기도할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방에서 자리를 깔더니 절을 하고 기도문을 암송하는데, 무슬림이 눈 앞에서 기도하는 것은 본 적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방으로 자리를 피했다. 기도가 끝난 후, 아스카가 같은 방에 있어도 문제될 것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준다.


우루무치. 호스텔 앞 느긋한 풍경


우루무치. 홍산공원


우루무치. 시장통의 아이들


우루무치. 낭(馕) 가게


알마티행 버스 안. 책 읽는 막심.


중국-카자흐스탄 국경 부근의 중국 마을. 여기서 한글을 볼 줄은 몰랐다.


휴게소에서 파는 잡동사니와 간식거리들


알마티행 버스 안 꼬마아이


카자흐스탄 국경을 통과한 후. 키릴 문자로 카자흐어와 러시아가 병기 되어 있다.


건초 마차 1


건초 마차 2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온 후 휴게소에 있던 메뉴판. 뭐가 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막심이 550텡게(약 1800원) 짜리 고기와 야채가 볶아진 면을 시켜 줬다.


알마티로 가는 길. 창 밖 풍경.


저녁에 들른 휴게소.


낭을 굽는 화덕. 둥글 넓적한 반죽을 화덕 안쪽 벽에 붙이고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