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황금도시의 따뜻한 사람들 (여행 35-36일째)

2016년 8월 22일 아스타나 


[등장인물]

알리: 아스타나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본명은 다우렌(Dauren)


1. 오늘은 항상 보살펴 주시는 보모(알리)의 품에서 떠나 3시간 가량 아스타나를 홀로 돌아다녔다. 커다란 텐트 모양으로 지어진 쇼핑몰 칸 샤티르(Khan Shatyr)에서 시작해서, 공원, 동상, 꽃과 조형물, 현대적인 건물들을 구경한다. 파란 하늘과 구름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스타나. 하지만 아무래도 인공적 아름다움에는 큰 흥미가 가지 않는다(그런 면에서 알마티가 더 좋았다).


2. 하얀 얼굴에 황금빛 투구를 쓰고 있는 듯한 누르 아스타나 모스크(Nur Astana Mosque)에 가보니, 모스크 안뜰로 통하는 세 개의 문 중 두 군데와 안뜰 한 가운데에서 구걸하는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모스크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고 대통령 궁전(Presidential Palace) 쪽으로 향한다. 근처의 공원에는 유모차를 밀며 담배를 피우는 덩치 큰 노인이 있고 사진을 찍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화려하지만 허전해 보이는 대통령 궁전을 지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강을 건넌다. 커다랗고 텅 빈 공원과 피라미드 모양 건축물(Palace of Peace and Reconciliation)을 지나, 알리가 추천한 하즈렛 술탄 모스크(Hazrat Sultan Mosque)에 도착한다. 비무슬림도 모스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기에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보지만 기도하는 무슬림들 사이에서 몸 둘 곳을 찾지 못하고 금방 나온다.


2016년 8월 23일 아스타나 - 기차역


3. 아침에는 알리의 친구를 만나러 쇼핑몰에 들른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카자흐 아가씨인데,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일하고 있다. 알리가 한국인을 데리고 가겠다고 하자 "데리고 오면 죽는다!"라고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데려가 소개시켜주는 알리. 쑥쓰러워하는 친구에게 영어나 한국어를 연습해 보라고 응원한다. 한국 드라마 덕분에 한국인의 위상이 높고,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봐 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평소에 한국 드라마를 경원시 하던 자신을 돌아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4. 알리의 도움으로 싼 환전소를 찾아서 달러→텡게→루블 환전을 한 다음, 알리 어머니가 대접해 주시는 차를 마시며 기차 시간을 기다린다. 처음 도착한 순간부터 돈 한 푼 못쓰게 하시고 하루 세 끼 식사와 다과를 대접해주신 알리의 어머니. 마지막날까지 홍차를 끓이고 찻잎을 걸러 찻잔에 따른 후, 우유를 부어 과자와 함께 주신다. 정말 그리워지게 될 순간이다. 알리의 남동생이 터키에 여행을 갔다가 히치하이킹으로 돌아오는 중인데, 그런 아들 생각이 나시는지 아들을 대하듯 챙겨 주신다. 알리는 일을 하러 가야 해서 먼저 작별하고, 알리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인터넷 카페에 가서 기차표를 출력하고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신다. 기차역에서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나를 챙겨주라고 부탁하시고, 기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기다리며 창 밖에서 손을 흔들어 주신다. 아... 과분한 사랑을 받는구나!


세계 최대의 천막이라는 칸 샤티르(Khan Shatyr) 쇼핑몰


칸 샤티르(Khan Shatyr) 내부


칸 샤티르에서 서쪽으로 연인의 공원(Lovers Park), 바이테렉 타워(Bayterek Tower), 대통령 궁전(Presidential Palcce) 등이 일렬로 들어서 있다.



황금빛 모자를 쓰고 있는 누르 아스타나 모스크(Nur Astana Mosque)


'키 큰 포플러 나무'라는 뜻의 바이테렉 타워(Bayterek Tower)


알마티와는 다르게 현대적인 건물들


계획도시 느낌이 물씬 나는 널찍한 길과 아직 키가 작은 나무들


황금빛으로 빛나지만 어딘지 공허한 느낌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