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알마티: 메뚜기 산의 독수리 고기 (여행 31일째)

2016년 8월 18일 알마티(Almaty) 아스카네 집


[등장인물]

막심(Maxim): 6개월간 중국을 여행하다가 카자흐스탄에 잠시 돌아온 청년. 알마티행 버스에서 만났다.

아스카(Askar): 알마티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1. 아침 일찍 일어나 이런 저런 고민으로 낑낑댄다. 알마티행 버스에서 알게 된 막심이 메데우(Медеу; Medeu) 산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게 그곳까지 시간 맞춰 가야 할지 모르겠다. 또 온라인으로 예약해 놓은 비싼 아스타나(Astana)행 기차표를 취소하고, 훨씬 저렴한 버스를 예약하고 싶은데 그것도 막막하다. 결국 아스카가 일어나면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준다. 먼저 팔팔 끓인 우유에 오트밀과 설탕을 졸여 아침 식사를 해주더니, 아스타나행 버스 시간표와 가격을 확인해 주고, 메데우 산까지 같이 가 준다고 한다. 오... 모든 문제가 한 순간에 해결된다. 


2.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 막심을 기다리다가(결국 막심은 산에 오지 않았다), 일단 출발하기로 한다. 트롤리, 메트로, 버스 등 다양한 대중교통을 번갈아 타며 산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키맵(KIMEP) 대학교 건물이 보인다. 대학원 다닐 때, 이중학위 프로그램이 있어 관심을 가졌던, 한국인 총장이 있는 대학이다. 알마티의 선명하고 파란 하늘 아래로 늘어선 오래된 건물들이 아름답다. 


"이 거리 이름은 '아바이(Abai) 거리'야. 아바이는 카자흐스탄의 위대한 시인이었어. 그리고 저 길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레닌(Lenin) 거리'였는데,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어." 아스카가 설명해 준다.


이전에 레닌 거리였다는 길을 따라 12번 버스를 타고 산으로 향한다. 집에서 나오기 전 사진으로 보고 별 기대를 하지 않던 메데우 산... 실제로 보니 태양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고, 노랑, 보라, 하양, 파랑색의 꽃들이 초록의 산을 장식하고 있다. 산을 타고 내려오는 계곡 물은 동남아의 황토빛도 한국 산의 갈색빛도 아닌 투명한 녹색빛으로, 시원한 청량음료가 흐르는 것 같다.


아스카는 등산이나 자연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편안한 도시가 좋다는데, 오르막 길과 수백 개의 계단을 함께 올라 준다. 올라가며 궁금한 얘기들도 물어보고, 중간 중간 앉아서 쉰다. 가족들과 아이들이 많은데 카자흐인 보다는 백인(러시아인)들이 많이 보인다.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 보니, 저 너머로 산이 계속되고, 케이블카는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올라가지만, 만년설이 덮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앉아서 쉬며 아스카가 산 밑에서 사 온 고기가 들어간 빵을 나눠 먹는다.


"이거 무슨 고기인줄 알아?"라고 묻기에 모른다고 했더니, "Eagle meat(독수리 고기)"이라고 대답한다. 오... 카자흐스탄에서는 독수리 고기를 먹는구나. 왠지 중앙아시아에서는 그럴 것 같다. "나 독수리 고기 처음 먹어봐, 신기하다"라고 대답하니 웃음을 터뜨리며 닭고기라고 한다. 하하하하하... 깜빡 속아 넘어갔군. 이런게 카자흐식 개그인가? 


내려오는 길에는, 매트가 돌돌 말려 얹혀진 배낭을 메고 꽃을 꺾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손에 한 웅큼 꽃다발을 만들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다.


3. 돌아오는 길에 탄 버스에는 돈 받는 소년이 있다. 잔돈이 없어 2000텡게(약 6600원) 짜리를 내니, 주머니를 탈탈 털어 1920텡게를 거슬러 준다. 저녁 기도 시간에 늦을까봐 아스카의 마음이 좀 불안해 졌다. 아스카의 도움으로 버스터미널에서 아스타나행 버스표를 5100텡게(약 17000원)에 사고, 다행히 기도 시간에 늦지 않게 집에 도착한다. 


※ 여행정보

  • 카자흐스탄 지도: 2GIS라는 앱에서 지원하는 도시들의 지도를 다운 받을 수 있는데, 오프라인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까지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강력추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알마티의 트롤리 버스. 이후에도 구소련 국가들에서 자주 보였다.


청량한 계곡물



메데우 산의 메뚜기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메데우 산 케이블카


메데우 산 전망대. 사실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었지만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온 산이었고 좋은 친구와 함께 있어서 좋았다.


알마티 시내버스의 설표범 문양 



카자흐스탄의 군것질 거리들


중국에서도 그랬지만, 카자흐스탄에서도 한국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 건물과 알록달록한 빨래가 정겹게 어우러져 있다.


중고책 팝니다


쓰레기 버리는 곳. 알마티는 전체적으로 깨끗한 느낌의 도시였다.


고풍스러운 아파트 건물


저녁 무렵의 슈퍼마켓. 널찍널찍한 도로와 공간들, 낮은 건물들 덕에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