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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프랑스 & 벨기에

벨기에 딜센: 위빠사나 명상센터 (여행 129-139일째)

2016년 11월 24일 목요일 - 12월 4일 일요일 아침

벨기에 딜센 위빠사나 명상센터


(명상기간에는 읽기와 쓰기가 금지되어 있어 기록이 없다. 아래는 12월 11일에 기록)


1. 햇살. 고양이. 긴 산책로. 아침 서리가 내린 나뭇잎들. 과일 나무들. 햇살. 찬 공기.


팔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작은 보폭으로 조금씩 조금씩 걷는 할아버지. 저녁 강론(discourse) 시간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앉아있는 기(Guy) 매니져. 명상할 때 의자 받침과 쿠션을 잔뜩 사용하는 앞자리의 백발 아저씨. 그리고 2년만에 듣는 고엥까의 이야기들...


2. 명상 10일째 (묵언의 규율이 풀리고) 대화를 나눈 사람들: 


알고 보니 내 왼쪽 자리였던, 6번째 왔다는 남자. 

원래 이란 출신이고 처음으로 왔다는 남자. 

브뤼셀로 돌아갈 거라는 나이가 지긋하신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 

10일 내내 힘들어하던 룸메이트... 3번째로 왔다는데 몸 여기저기에서 많은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친구 중에 40일인가 100일 명상을 하다가 심한 정신 착란 증세로 그만 두고 적정한 수준에서만 명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내 뒷자리에 앉던 키 크고 머리를 뒤로 묶은 검정 패딩 남자. 나는 명상하면서 자꾸 허리가 구부러지고 자세가 흐트러져서 고민이었는데, 내 뒤에 앉은 이 남자는 항상 꼿꼿한 내 허리와 파란 털모자(불가리아에서 기테가 짜준)를 보면서 위안을 삼고 목표를 삼았다는 말을 했다. (정말 평화롭고 사랑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명상 10일째는 모두들 그런 표정이긴 했지만...) 

처음 명상이고, 프로그램 중간부터 의자를 사용한 창백하고 잘생긴 드라큘라 느낌이 나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남자. 

인도 쪽 혈통인 듯한 (암스테르담 출신) 조그맣고 까무잡잡한 아저씨. 

아프리카에서 오래 살았다는 덩치가 큰 백인 아저씨. 


여기 있는 한사람 한사람이 너무 좋고, 이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다. 내가 하나뿐인 동아시아 인종이어서 눈에 띄였는지 많은 사람이 와서 말을 걸고 질문을 했다.


3. 기억나는 것들: 


갓 구운 빵과 포리지 (빵에 잼, 버터, 피넛버터, 꿀 발라 먹는게 너무 맛있었다).

각종 샐러드.

각종 채식 요리.

후식. 

코코아, 꿀차, 커피.


빵에 대한 집착과 명상할 때 배에서 나는 꾸르륵 소리. 

독실(1인 명상실). 

하루에 두 세번 나오는 똥(하루 두 끼만 먹는데!). 

2인용 침실과 따뜻한 내부 화장실. 

별과 새들...


작은 길을 따라 가면 나오는 명상홀


산책길


이 풍경이 큰 위안이 되어 주었다.


가끔은 새들이 앉아서 떠드는 모습이나, 숲고양이가 살금살금 사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서리가 내렸다.



쉬는 시간마다 하염없이 말없이 돌던 산책길



남자 숙소 건물


식당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