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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카우치서핑: 메트로폴리탄 침례교회, 전쟁 박물관, 천로역정 (여행 202일째) 2017년 2월 5일 일요일영국 런던(London)[1] 런던에서 만난 사람들: 정말 멋진 집주인과 멋진 손님들. 10명이 넘는 카우치서퍼들 모두 마음이 순수한 사람들이라 너무 좋다. 체코에서 온 데이빗과 다니엘 형제, 러시아에서 5년째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인 코, 키가 무척 크지만 아직 어리고, 뚱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호기심으로 가득한, 너무도 하얗고 맑은 러시아 소년 블라디, 미국 텍사스에서 온 제프, 어제 셜록 게임을 할 때 같은 팀이었던 홍콩 출신 앨런, 하와이에서 온 조쉬와 알바니아에서 온 에듀알트(둘은 돈과 사회 제도에 대한 열띤 논쟁을 펼쳤다), 그리고 정말 다정자감한 리처드... 논리, 이성, 감성, 이런걸 모두 떠나서, 이 사람이 믿는 종교면 나도 믿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
영국 런던 카우치서핑: 트럼프 반대 시위, 비누방울, 박물관 (여행 201일째) 배경음악: Scotland the Brave (Bagpipes)2017년 2월 4일 토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 - 런던(London)[1] 트럼프 반대 시위: 옥스포드에서 런던행 버스에 탔다. 버스가 런던에 도착할 때 교통체증이 엄청났다. 도심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 기사) 각종 재미있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도 있었고, 손에 맥주를 하나씩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시위라기보다는 축제를 하는 것 같았다. 경찰도 많이 나와 있었지만 긴장감은 없었고 시위대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무리 중의 어떤 남자가 흥분을 했는지 거리에 있던 표지판을 쓰러뜨리면서 다녔는데, 경찰이 바로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했다. 경찰의 ..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마감: 지옥의 밤과 과대요리 (여행 200일째) 진정으로 선한 사람은 끝까지 저 똑바른 길을 걸어가려고 애쓴다. 길을 반쯤 가다가 기운을 잃어버리는 것, 그것을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 중국 금언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2017년 2월 3일 금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지옥의 밤: 어젯밤 영감님은 어깨 통증 때문에 신음하면서 잠 못들어 하더니, 계속 침실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했다. 나는 괜히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꼼짝 않고 누워서 자는척 했다. 깨어 있으면서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일이었다. 잠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영감님의 뒤척거리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잠이 오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밤이었다. 내가 지옥에 떨어져 실시간으로 벌을 받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절망적으로 ..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미스터 손과 영감님 (여행 199일째) 2017년 2월 2일 목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오늘 한 일: 우유 사가기, 설거지, 온실 입구 닦기, 나뭇잎 쓸기, 침구류 빨래 널기.[2] 미스터 손: 영감님은 헬프엑스(helpx) 외에 카우치서핑(couchsurfing) 손님도 받고 있다. 보통 헬프엑스는 일을 도와주는 대신 좀 더 오래 머물고, 카우치서핑은 대가 없이 손님으로 머무는 대신 기간이 좀 짧다. 몇 개월 전에 영감님 집에서 카우치서핑을 했던 '손'이라는 남자가 어젯밤 다시 방문해서, 1번집에서 영감님과 함께 잤다. 덕분에 나는 2번집에서 혼자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1번집으로 가서 영감님과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손'은 늦게 일어났다. '손'이 일어난 후에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다같이 아..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천장 청소, 이야기 박물관, 마지막 책가게 (여행 198일째) 2017년 2월 1일 수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천장과 지붕 사이: 오전에는 1번집 2층 천장과 지붕 사이의 공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스크를 끼고, 한손에는 후레시, 한손에는 빗자루를 들고, 토끼 걸음으로, 천장장선(들보)을 따라 이쪽에서 저쪽으로 왕복하며, 거미줄을 제거하고 먼지를 털었다. 꽤 재미있었다. 그 다음에는 주방과 거실(TV방) 카페트를 청소기로 밀었다. 오후에는 2번집으로 가서 한국인 박사 하숙생이 나가고 그리스인이 새로 들어올 방을 2시간 동안 청소했다. 벽, 천장, 나무문, 책상, 의자, 창틀을 닦고, 벽의 얼룩을 제거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오늘도 원래 일을 안하는 날인데 일을 하긴 했지만, 영감님 기분도 괜찮았고, 일도 재미있게 했다.[2] 이야기 박물관: 청소가..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계속되는 노예생활 (여행 197일째) 2017년 1월 31일 화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배경음악: Dave Greenslade - Cactus Choir[1] 작업: 가스레인지 윗부분 청소, 주방 수납장 청소, 창고 물 샌 것 받은 통 비우기, 사다리 꺼내서 윗부분 솔질하는 것 보조, 욕실 바닥 청소, 수프와 케이크 만드는 것 보조.[2] 새우버거: 오후에는 어떤 인도쪽 계열 남자(아마도 네팔)가 차를 타고 왔다. 남자는 맥도날드 새우버거를 건네주고 영감님과 얘기를 하다가 갔다. 점심으로 그 새우버거를 반으로 갈라 영감님이랑 나눠 먹었다.[3] 성폭력: 케이크를 만들면서 설탕을 저울에 계량하는데, 그램수가 정확히 맞나 확인을 하던 영감님이,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를 껴안으면서 몸을 비볐다. 명백하게 거시기를 내 왼쪽 허벅지에다가 ..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2번집 화장실 청소와 늪지의 새들 (여행 196일째) 2017년 1월 30일 월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 / 흐림, 약한 비[1] 꿈과 여행: 꿈에서는 반 친구들이 졸업 기념으로 다들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만 혼자 딴짓을 하다가 늦게 돌아와서 창밖으로 사진 찍는걸 내려다보며 허둥지둥 내려갈 준비를 한다. 머리가 이상하게 삐직삐직 산발이라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데 친구 한 명이 옆에서 도와준다. 아-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나는 무슨 대단한 우정과 모험을 찾아 여기에 와 있는지. 그래도 새 소리는 아름답다. 새장에 갇힌 새들이 아닌 야생의 새들이 내는 소리다.[2] 청소와 쿠키: 아침을 먹고, 건물 주변 이곳 저곳의 물 고인 것을 바가지로 퍼낸 후, 혼자 자전거를 타고 2번집으로 이동했다. 2번집에서는 어제 영감님이 지시해..
영국 옥스포드: 온실 빗방울, 산책, 존재, 이븐 바투타 여행기 (여행 195일째) 2017년 1월 29일 일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 / 하루 종일 비[1] 온실: 온실 천장에 떨어지는 빗소리. 빗방울 수천 개가 무작위로 유리에 부딪히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타닥타닥 일정하고 규칙적인 리듬이 느껴지는 건지. 데이브 영감님은 팔이 아프다며 온실 소파에 누워 깜빡깜빡 졸고 있다. 저렇게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늙어가는 아빠의 모습이 겹쳐진다. 영감님은 비틀즈(1960)와 스타워즈(1977)의 출현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나에게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먼 훗날 나도 노인이 되어,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에게, 포켓몬(1996)과 해리포터(1997)의 시대에 살았던 얘기를 들려주게 될까?[2] 산책: 영감님과 강을 따라 산책을 했다. 작년인가 ..
영국 옥스포드: 과학 역사 박물관, 애쉬몰리안 박물관, 영국식 건물들 (여행 194일째) 2017년 1월 28일 토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마법의 램프: 며칠 전 영감님이 궁금한 게 없냐고 물어봤을 때 깨달은 것처럼, 눈 앞에 신이 앉아 묻고 싶은게 없냐고 물어본다고 해도 이 순간에는 묻고 싶은게 없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손에 마법의 램프가 있다고 해도, 바라고 싶은 소원이 없다. 나만의 아름다운 농장도, 수백 명의 미녀도, 몇 십 억이 든 통장도, 순간이동 능력도, 그저 그 순간일뿐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무엇을 택하겠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이 침대에 앉아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 일어날 일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하는 것을 택하겠다. 지금 이대로.[2] 성희롱: 데이브 영감님이 희미한 성적 암시를 담고 있는 농담을 할 때나 신체 접촉을 할 때마다(특히 뒤..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모닝티, 이야기 박물관, 죽음과 불안 (여행 193일째) 네가 여태까지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 오히려 비난했던 사람, 나에게 악한 짓을 한 사람을 사랑하도록 노력하라. 만일 네가 그리할 수 있게 된다면 너는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멋진 기쁨의 감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2017년 1월 27일 금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모닝 티: 일어나자 마자 데이브 영감님이 차를 끓여달라고 하신다. 우선 주방으로 가서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주전자를 준비하고 머그컵에 우유와 설탕과 사카린을 적당량 넣는다. 우유는 1.5 센티미터 정도, 설탕은 두 세 스푼, 사카린은 한두 알. 너무 많아도 안되고 너무 적어도 안된다. 물이 끓은 후에는 찻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한 번 헹궈낸 후,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2분 ..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파트너십, 마사지, 작업, 자석 답안기 (여행 191-192일째) 네 눈길을 기만의 세계에서 돌려라. 그리고 오관의 유혹을 물리쳐라. 오관은 너를 기만할 것이다. 오히려 너 자신 속에서, 자아를 망각한 너 자신 속에서 영원한 인간을 찾아라. - 부처의 금언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2017년 1월 25일 수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09:35) 어젯밤 자기 전 데이브 영감님이 기분이 별로라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첫째로는 추워서, 둘째로는 내가 내향적이어서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이 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잠이 안 들어 한시간에 한 번씩 시계를 확인하며 불편하게 밤을 새웠다. 잠을 설쳤다고 해서 아침에 피곤해지지는 않았지만, 어제와 무드가 달라진 영감님을 보고 있자니, 먼 옛날 여자친구 기분 맞춰주던 생각이 나며 급격히 피곤해진다. 떠나고 싶다. 하지..
영국 헬프엑스: 음식, 청소, 옥스포드 대학 공원 (여행 190일째) 2017년 1월 24일 화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안개 꼈다가 맑아짐. 기온은 낮은데 별로 추위는 못 느낌.[1] 음식: 하루 종일 잘 먹고 있다. 아침은 귀리죽(porridge)과 계란 토스트, 점심은 토마토 수프와 치즈 토스트, 저녁은 어제 메뉴와 정확히 같은 생선튀김, 샐러드, 처트니(chutney), 으깬 감자, 디저트로는 플럼(plum)액과 크림 요거트를 먹었다. 그리고 사파리 버스기사가 곰에게 건빵 던져 주듯 영감님이 한두 개씩 던져 주는 다이제 2종(초콜릿 입힌 것과 안 입힌 것)을 끼니 사이에 이따금 먹었고, 거의 한 시간에 한 번 씩 차나 커피를 마시고 있다. 불가리아에서 영국인 트레이시네 집에 살 때 하루에 커피를 열 잔씩 마시던 생각이 난다. [2] 청소: 아침에는 창고 청소와 ..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청소, 자연사 박물관, 지식 (여행 189일째) 2017년 1월 23일 월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청소: 본격적으로 청소 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먼저 진공청소기로 카펫을 청소했다. 그리고 데이브 영감님이 녹음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거대한 기계장비를 청소했다. 기계를 청소할 때에는 청소기를 기계에 가까이 대고 작은 브러시로 먼지를 털어내 먼지가 청소기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 다음에는 화단 식물의 죽은 잎을 뜯어 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설거지를 했다.[2] 유니언 스트릿(Union Street): 청소가 끝난 후에는 영감님이랑 같이 2번집으로 가서 고기가 들어 있는 파이를 먹었다. 이제 곧 다른 집으로 옮긴다는 한국인 박사 아저씨와도 잠깐 대화를 나눴다. [3] 자연사 박물관(Oxford University Museum of Natu..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하숙집, 알란 와츠, 마사지 (여행 188일째) 2017년 1월 22일 일요일영국 옥스포드(Oxford)[1] 하숙생들: 2번집에서 시작된 하루. 대만 도우미는 아침 일찍 떠났다. 2번집에는 한국인 박사가 하숙하고 있는데 곧 나갈 예정이다. 여기서 2년 정도 살며 큰 문제는 없었지만, 변기통에 묻은 똥자국을 닦지 않는 것, 샤워를 오래 하는 것, 너무 집에만 있는 것 등 데이브 영감님 맘에 안드는 부분이 좀 있어서 나가라고 했단다. 새로 들어올 후보자들이 몇 명 집을 보러 왔다. 가격을 시세보다 싸게 내 놓아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지만 영감님은 모두 맘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집구경이 끝나고 1번집으로 돌아갔다.[2] 알란 와츠: 오늘은 1번집에서 그동안 못한 빨래를 하려고 했는데, 영국 학생이 이미 빨래를 돌리고 있었다. 세탁기가 다 돌아..
영국 헬프엑스: 루튼 공항 노숙, 템스 강, 옥스포드 하숙집 (여행 187일째) "안녕하세요, 사과님, 당신도 하루 빨리 썩어서 나처럼 싹을 틔워 나무로 자랐으면 좋겠군요."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영국 루튼 공항(Luton Airport) - 옥스포드(Oxford) [1] 루튼 공항 노숙: 늦은 밤, 비행기는 위험하다는 기분이 들 만큼 급강하를 하더니 거칠게 활주로를 긁으며 착륙했다. 다른 승객들도 무서웠는지 착륙이 끝나자 다같이 박수를 친다. 약간 불안했던 입국 심사를 마치고 들어선 루튼 공항은 모로코의 소피에게 들었던 것처럼 구질구질했다. 여기서 어떻게 아침까지 10시간을 떼우지? 누울만한 장소도 없고, 밤이 깊을수록 점점 추워진다. 새벽 1시까지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곧 공항은 조용해졌다. 나처럼 노숙을 하는 사람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