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영국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천장 청소, 이야기 박물관, 마지막 책가게 (여행 198일째)

2017년 2월 1일 수요일

영국 옥스포드(Oxford)

[1] 천장과 지붕 사이: 오전에는 1번집 2층 천장과 지붕 사이의 공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스크를 끼고, 한손에는 후레시, 한손에는 빗자루를 들고, 토끼 걸음으로, 천장장선(들보)을 따라 이쪽에서 저쪽으로 왕복하며, 거미줄을 제거하고 먼지를 털었다. 꽤 재미있었다. 그 다음에는 주방과 거실(TV방) 카페트를 청소기로 밀었다. 오후에는 2번집으로 가서 한국인 박사 하숙생이 나가고 그리스인이 새로 들어올 방을 2시간 동안 청소했다. 벽, 천장, 나무문, 책상, 의자, 창틀을 닦고, 벽의 얼룩을 제거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오늘도 원래 일을 안하는 날인데 일을 하긴 했지만, 영감님 기분도 괜찮았고, 일도 재미있게 했다.

[2] 이야기 박물관: 청소가 끝난 후에는 영감님이 고생했다며 시내로 데리고 나가 커피를 사주셨다. 영감님 단골 카페인 이야기 박물관(The Story Museum)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며, 귀여운 아이들을 구경했다. 카페 벽에는 "음식, 보금자리, 친구 다음으로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이야기이다(After nourishment, shelter and companionship, stories are the thing we need most in the world)"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야기가 과연 무엇이길래 아이들은 뽀로로에 환장하고, 학생들은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읽고, 직장인들은 하루 두어시간 남짓한 자유시간을 드라마로 보내는 걸까. 피천득이 수필 '이야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경험은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과 느낌도 어떤 이야기가 되겠지.

[3] 마지막 책가게: 커피를 마신 후에는 영감님과 헤어져 "마지막 책가게(Last Bookshop Jericho)"이라는 서점을 찾아가, 모로코에서 꼬동형에게 받은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기부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한명도 없었고, 서점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책 기부 받아요?"라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한국어인데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괜찮다고 한다. 묵직한 두 권의 책을 건네주니 무슨 책이냐고 묻는다. "이븐 바투타"라고 하자 처음에는 못 알아듣더니, 모로코 출신 여행자가 몇백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쓴 글이라고 하니 "아- 이븐 바투타!"하며 알아 듣는다. "선물로 엽서 하나 가져갈래요?" 서점 주인이 말했지만 괜찮다고 하고 나왔다. 누군가 사가거나, 마지막 책가게에 마지막까지 남았으면 좋겠다.

Martyrs Memorial

건물 꼭대기에 수탉 풍향계가 보인다.

풍향계의 수탉은 바람에 저항하지 않는다. 수탉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현자도 마찬가지로 우주의 힘에 저항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의 삶은 완전한 조화 속에 있다.

The Story Museum

2시간 동안 청소한 2번집 2층 방

마지막 책가게 (출처: 구글 스트리트 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