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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저장대학, 도서관, 빨래 (여행 10-11일째) 2016년 7월 28일 목요일 항저우 1. 아침에 제이슨이 뭘 하고 싶냐고 묻길래, 도서관에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러자고 한다. 저핑은 집에 있는다고 했지만 료루는 도서관에 간다고 들었고, 제이슨도 나를 챙겨줄 필요 없이 공부를 하면되고, 나는 어제처럼 갈 곳 잃은 신세가 되어 터벅터벅 목적지도 없이 하루종일 걸을 필요가 없으니 딱 좋다. 시원하고, 조용하고, 한적하고, 와이파이까지 있는 도서관. 최신 시설도 아니고 오래된 도서관 건물이지만, 입장하는데 카드를 찍는다던가, 신분증을 보여준다던가 하는 절차 없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일기도 쓰고, 전자책으로 책도 읽고, 핸드폰을 와이파이에 연결해 인터넷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에서도 역시 정수기(혹은 냉온수기)는 없는데, 뜨거운 차를 받는..
중국 항저우: 등산, 서호 둑길, 배드민턴 (여행 9일째) 2016년 7월 27일 수요일 항저우 [등장인물] 제이슨: 태국에서 같이 일했던 중국 친구. 항저우에서 박사과정 중이고 본명은 니하오. 료루: 제이슨과 같이 일하는 여학생. 발랄하고 예쁘다. 저핑: 제이슨과 같이 일하는 여학생. 코 옆에 큰 점이 있다. 1. 더 많은 가능성과 선택지는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제약과 갈등이 된다. 헬프엑스(Helpx)를 통해 청두(成都)에 있는 영어 학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중국 학생들과 영어로 대화해 주면 대가로 숙식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 헬프엑스에 정회원 가입비를 내고 아직 사용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청두 시로 가버리면 기존의 대륙을 동에서 서로 횡단해 한달만에 카자흐스탄으로 빠져나가려던 계획이 틀어지게 되버린다...
중국 신장 쿠얼러 - 우루무치: 기차와 포도 (여행 28일째) 2016년 8월 15일 쿠얼러(库尔勒) - 우루무치(乌鲁木齐)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1. 공원 놀이기구에 설치한 방수포 아래 잠자리가 아늑하고 달콤하여 떠나기 싫지만, 날이 밝아와 짐을 꾸린다. 나는 오늘 기차를 타고 우루무치로 떠나지만, 줄리는 쿠얼러에서 더 머무를 예정이어서 줄리가 묵을 호스텔로 향한다. 이제 이별이구나! 가는 길에 호수가 있는 공원에 들렀는데, 아침 일찍부터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도 한 구석에 짐을 내려 놓고서, 줄리가 소림사에서 배워온 운동을 한다. 어떤 아저씨 한 분은 공원에서 주무셨는지 부스스한 차림새로 이불을 몸에 두르고 앉아 있다. 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
중국 신장 뤄창 - 쿠얼러: 누란의 미녀와 미라 (여행 27일째) 2016년 8월 14일 뤄창(若羌) - 쿠얼러(库尔勒)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보물사냥꾼들: 지프차를 타고 보물과 유적지를 찾아 다니는 아저씨들. 1. 아침에 일어나 빈관에서 나오는 밥을 먹고 잠을 좀 더 잔다. 아저씨들이 언제 출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줄리만 든든히 믿고 있다. 박물관에 가자기에 따라 나선다. 전혀 흥미도 없고, 정오의 태양은 따갑지만, 그냥 따라간다. 그저 주어진 대로, 흘러가는 대로 갈 뿐이다. 불만도 없고 이견도 없다. 지금 가는 곳은 러우란(누란, 楼兰, Loulan, 현재의 신장-위구르 지역에 존재하던 고대국가) 박물관이다. 박물관 벽면에는 누란의 미녀(楼兰美女, Loulan Bea..
중국 신장 히치하이킹: 자갈 사막과 보물찾기 (여행 26일째) 2016년 8월 13일 뤄창(若羌) - 자갈 사막 배경음악: 陳綺貞 Cheer Chen 【 旅行的意義 Travel is Meaningful 】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보물사냥꾼들: 지프차를 타고 보물과 유적지를 찾아 다니는 아저씨들. 1. 아침을 든든히 먹고, 짐을 꾸리고, 쿠얼러(库尔勒)에서 우루무치(乌鲁木齐)로 가는 기차와 호스텔을 예약한다. 이제 중국 체류 가능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히치하이킹으로 기차역이 있는 쿠얼러까지 간 다음, 기차를 타고 우루무치까지 가능한 빨리 가야 한다. 2. 어제 여기까지 데려다 주시고 오늘 다음 목적지인 쿠얼러까지 태워주기로 하신 보물사냥꾼 아저씨들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체..
중국 칭하이 - 신장 히치하이킹: 광야, 석유회사, 지프차 (여행 25일째) 2016년 8월 12일 칭하이성 렁후(冷湖) - 화투거우(花土沟) - 신장 뤄창(若羌)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보물사냥꾼들: 지프차를 타고 보물과 유적지를 찾아 다니는 아저씨들. 1. 캠핑 장소인 학교(冷湖中学)에서 일어나 덮개(방수포)와 매트(돗자리) 등을 햇볕에 말리고, 줄리가 소림사에서 배워온(농담이 아니라 진짜 소림사에서 배워 왔음) 태극권 비슷한 운동 동작을 한 후, 학교 건물을 나온다. 저렴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푸짐하게 하고, 공중화장실에서 똥 싸고 이빨 닦은 후, 길을 걷기 시작한다. 두 시간 넘게 차들을 불러 세워 봐도 화투거우(花土沟) 방면으로 가는 차가 없다. 그러다가 어떤 일행이 차로 1..
중국 칭하이 차카염호 히치하이킹: 소금 나라와 고원 (여행 24일째) 2016년 8월 11일 칭하이성 차카염호 - 다차이단(大柴旦) - 신장 방면 [등장인물]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1. 새벽 5시 30분경 일어나 어둠속에서 차카염호(茶卡盐湖)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꽤나 춥고 걸어도 걸어도 거리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동쪽의 산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고, 해는 아직 산 너머에 있지만 이미 밝아졌을 무렵 기찻길을 만난다. 아저씨 두 명이 해가 뜨는 동쪽 방향으로 커다란 카메라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가, 줄리를 모델로 기찻길을 걷는 모습을 찍어준다. 덕분에 나도 보조물(?)이 되어 같이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차카염호 입구에서 매표소로 들어가는 대신 반대편으로 호수의 동북쪽을 따라 걷자..
중국 칭하이호 - 차카: 들판, 야생마, 폐차된 버스 (여행 23일째) 2016년 8월 10일 수요일 [등장인물]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1. 인생에서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을 한 날. 시닝에서 출발해 차카염호까지 다섯 번을 얻어 탔다. 시닝에서 다섯 밤을 보내며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후, 약간 떨리면서도 걱정은 되지 않는 묘한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시닝시 외곽으로 나간다. 줄리가 주유소에서 몇몇 운전자들에게 태워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을 옆에서 멀뚱히 보지만, 다들 멀리 가지 않는 차들이어서 고속도로 입구까지 걸어 가기로 한다. 고속도로까지는 5km 거리라고 해서 걸으며 지나가는 차들을 세워 보는데, 생각보다 차들이 많이 선다. 하지만 시내여서 그런지 다들 돈을 달라고 하는데(택시처럼), 그렇게 사람들을 보내..
중국 시닝: 요가, 티베트 사원, 갈림길 (여행 22일째) 2016년 8월 9일 시닝-타얼쓰 배경음악: 月亮代表我的心 [등장인물]치준: 카우치서핑 호스트. 체구가 작은 예술가.퍄오퍄오: 청두 출신 카우치서퍼. 까까머리 여자애. 노래를 잘하고 나무로 장신구를 만들어 판다. 제시카: 광둥 출신 카우치서퍼. 인도에서 요가를 공부하고 있다. 뤼루: 시닝에 사는 치준 친구. 티베트 소녀 느낌이 난다.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1. 오전 11시. 이렇게 한 시간 앞도 예측할 수 없는게 인생이다. 아침 일찍 제시카와 옥상에 올라가서 요가 개인 강습을 받고, 상쾌한 기분으로 내려와 옥수수를 먹고 차를 마시며 우루무치(乌鲁木齐)로 가는 기차를 타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부터 줄리가 자기도 신장(新疆)으로 간다..
중국 시닝: 젊은 여행자들과 길거리 장사 (여행 19-20일째) 2016년 8월 6일 칭하이성 시닝 배경음악: 庾澄慶 - 情非得已 [등장인물] 치준: 카우치서핑 호스트. 체구가 작은 예술가.두오두오: 치준이 키우는 새끼 고양이.퍄오퍄오: 청두 출신 카우치서퍼. 까까머리 여자애. 노래를 잘하고 나무로 장신구를 만들어 판다.제시카: 광둥 출신 카우치서퍼. 인도에서 요가를 공부하고 있다.뤼루: 시닝에 사는 치준 친구. 티베트 소녀 느낌이 난다.에이린: 싱가포르에서 온 여행자. 치준네서 묵고 있는 손님. 1. 아홉시가 넘어서 여유롭게 일어난 다음, 씻지도 않고, 똥도 안싸고(이렇게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에서도 화장실은 재래식이다), 거실에 나와서 버벅거리는 인터넷으로 카자흐스탄 기차표(알마티-아스타나 구간)를 알아본다. 기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번역기도 돌리고, 링크도 누르..
중국 시닝: 아기 고양이와 사찰 (여행 18일째) 2016년 8월 5일 시닝(西宁) 치준네 집 32층 거실 배경음악: 夢回蘭若 [등장인물]치준: 카우치서핑 호스트. 체구가 작은 예술가.두오두오: 치준이 키우는 새끼 고양이.퍄오퍄오: 삭발하고 다니는 중국 여자애. 노래를 잘하고 나무로 장신구를 만들어 판다. 1. 천국과 지옥 사이를 하룻밤 사이에 왔다갔다 하는구나! 지금 여기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따스한 햇살에, 파란하늘과 구름, 귀여운 아기 고양이, 머리를 빡빡 민 재미있는 여자아이, 따뜻한 물과 차가 있다. 영혼이 맑아지고, 걱정이 없어지고, 나른해진다. 반면 어젯밤에는... 죄책감과 피곤함 속에서 잠을 청하다가, 밤새 이상하고 우울하고 무서운 꿈과 현실을 오고갔다. 기차가 중간중간 심하게 덜컹거렸는데, 꿈속의 사람들이 기차를 따라 달려와 선..
중국 시안: 서부, 비단길, 티베트 사원 (여행 16-17일째) 2016년 8월 3일 시안 서부 [등장인물]아서: 호스텔을 관리감독하는 성실한 사장. 2개월 전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야진: 방학동안 여행겸 체험을 위해 20일간 호스텔에서 봉사활동하는 산둥 출신 여자아이.에이미: 호스텔에서 장기투숙중인 시안 출신 여자아이. 1. 매일 선착순 4000명이 무료입장이라는 산시 역사박물관(陕西历史博物馆, Shaanxi History Museum)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기분 좋은 햇살과 기온과 바람을 느끼며 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내려서 조금 더 걷고 모퉁이를 도니 긴 줄이 보인다. 일단 줄에 서고 보자. 아침 9시도 안되었는데 줄이 이렇게 긴 걸 보니 당연히 무료 표를 받는 줄이라고 생각하고, 줄 서있는 사람들, 아이들, 상인들,..
중국 시안: 남부, 거위탑, 호스텔 사람들 (여행 14-15일째) 2016년 8월 1일 후아 치우 쿠 호스텔(花秋酷连锁青年旅舍)-시안 남부 [등장인물]아서: 호스텔을 관리하는 성실한 청년. 2개월 전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야진: 방학동안 여행겸 체험을 위해 20일간 호스텔에서 봉사활동하는 산둥 출신 여자아이.에이미: 호스텔에서 장기투숙중인 시안 출신 여자아이. 1. 간밤에 소파에 눕자, 소파에서 개냄새가 나고, 침낭에 들어가 있자니 덥고, 모기가 앵앵거려서 잘 수 가 없다. 복면에 안대에 양파망까지 뒤집어 쓰고있다가, 소파 옆에 있는 텐트로 피신한다(텐트가 소파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비어 있어서 호스텔 직원 아서가 쓰게 해줬다). 텐트가 이렇게 쾌적할 줄이야! 2. 아침에 일어나 컵라면을 먹으려 하니 아서가 밖에서 파는 중국음식도 먹어보라고 하길래 나가서 바오즈(..
중국 시안: 동부, 공원, 결혼중매시장 (여행 13일째) 2016년 7월 31일 시안 숙소-시안 동부 1. 호스텔에 있던 인도 아저씨와 프랑스 사람도 떠나고 이제 외국인은 나만 남은 듯 하다. 여기에는 손님인지 일하는 사람인지 주인장의 친구인지 헷갈리는 중국 친구들이 여럿 있는데, 이 친구들은 여기서 하루 종일 카드게임이나 컴퓨터를 하면서 노는 듯 하다. 오늘은 시안의 동쪽을 탐험하기로 한다. 지도를 보니 동쪽으로 흥경궁공원(兴庆宫公园, Xingqinggong Park)과 창러공원(长乐公园, Changle Park), 개천이 하나 보인다. 2. 길거리에는 아저씨들이 웃통을 벗고 돗자리만한 커다란 장기판에 짱돌만한 장기 알을 탁탁 내리치며 장기를 두거나 탁자에 돈다발을 올려놓고 카드게임을 하고, 사람들은 그 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한다. 길거리의 또 한편에서는 쓰레..
중국 시안: 한국 여행자와 회족거리 (여행 12일째) 2016년 7월 30일 시안(서안, 西安) 후아 치우 쿠 호스텔(花秋酷连锁青年旅舍) [등장인물]준호: 시안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 1. 기차에서는 화장실에 가기 싫어서 뭘 먹거나 마시지는 않았지만 차를 마실 물병이나 컵라면이 있다는 그 자체로 위안이 되었다. 기차 좌석이 의자 세 개가 이어진 것이어서 넓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끝에 앉은 여자가 가방을 옆에 높고 앉았고, 가운데 앉은 남자는 덩치가 커서, 나는 의자의 끝부분을 조금 차지하고 걸터앉아 가는 신세가 되었다. 또다시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이리저리 끼깅거리게 되었고 오히려 처음 기차를 탔을 때보다 불편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먹는 간식거리나 과일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앞줄의 가족과 아이, 옆자리의 다리를 떠는 은색 가방 여자와 덩치 큰 남자아이..
중국 항저우: 저장대학, 서호, 운하, 역사거리 (여행 7-8일째)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항저우 (저장대학-서호) [등장인물]제이슨: 태국에서 같이 일했던 중국 친구. 항저우에서 박사과정 중이고 본명은 니하오.료루: 제이슨과 같이 일하는 여학생. 발랄하고 예쁘다.저핑: 제이슨과 같이 일하는 여학생. 코 옆에 큰 점이 있다. 1. 기차에서 해가 뜨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항저우에 도착했고, 제이슨이 항저우역에 보이지 않아 와이파이도 찾아보고 화장실도 갔다 와서 전화를 하려하니 저기 변하지 않은 모습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전철과 버스를 타고 제이슨을 따라가며, G20 문구로 도배된 도시를 둘러본다. 섭씨 40도의 한증막에서 커다란 나무들이 널찍한 도로를 시원하게 덮고 있는 시내를 지나 저장대학(浙江大学) 기숙사와 캠퍼스를 구경했다. 기숙사는 대학시절 교내 기숙사와 ..
중국 칭다오-항저우: 유학생, 카우치서핑 모임, 기차 (여행 5-6일째) 2016년 7월 23일 토요일 [등장인물]믈라덴: 카우치서핑 호스트. 불가리아에서 히치하이킹으로 중국까지 와서 영어를 가르친다.샹송: 믈라덴의 여자친구.준희: 황다오 석유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1. 믈라덴이 출근하는 시간에 같이 집을 나와서, 할일도 없이 무더운 황다오를 돌아다닌다. 결국 다시 석유대학으로 가서 준희 학생에게 연락을 하고, 그 앞의 해안 공원에 가서 나무그늘에 누워 낮잠을 좀 잔다(중국에 오고부터 거의 매일 6시면 일어난다). 준희 학생이 전기자전거를 끌고 와서 식당으로 태워다 준다. 점심을 먹고, 쇼핑몰(쇼핑몰에서 믈라덴의 여자친구 샹송을 우연히 만났다), 마트를 구경하면서 데이트라도 하는 것처럼 몇 시간을 같이 있었다. 한국인이 없어서 그동안 대화를 많이 못했다고 격투기, 격투기 ..
중국 칭다오-황다오: 기차표, 해저터널, 석유대학 (여행 4일째)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아침 [등장인물]다이(Dai): 칭다오의 카우치서핑 호스트.믈라덴(Mladen): 황다오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불가리아 출신으로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침.준희: 황다오의 석유대학에서 유학중인 학생. 1. 어제도 모기와 약간의 땀과 찝찝함 때문에 잠을 못 잘 뻔 했으나 꿈까지 꾸면서 잘 잤다. 간밤에도 비가 오더니 아침에는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맑다. 여섯시에 일어났는데 벌써 훤하게 밝다. 맘에 드는 아파트이고 다이도 좋아서 며칠 더 묵으면 좋겠지만 다음 카우치서핑 약속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야겠지. 집주인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나 똥 싸고 씻었는데 쪼그려 앉는 변기여서 왠지 좋았다. 한국에서는 가정집에서 재래식 변기를 못 본지 오래된 것 같은데 중국에서는 재래식을 더 많..
중국 칭다오: 밤의 소동과 초록바다 (여행 3일째) 2016년 7월 21일 22시 53분 다이(Dai)네 집 6층 손님방 [등장인물]주황색 아저씨: 여행 첫 날 배에서 만난 호탕한 무역상 아저씨.점잖은 아저씨: 주황색 아저씨와 친구. 다양한 일을 해왔고 현재는 골프 강사.싱가포르 아가씨: 칭다오 호스텔에서 만난 싱가포르 여학생. 상하이에서 교환학생 중.다이: 카우치서핑 호스트. 30대 초반의 조그맣고 차분한 직장인. 1. 어젯밤 호스텔에서는, 언젠가 두려워했던 것처럼, 모기에 뜯겨 온몸이 간지럽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민감해지고, 피곤하고, 발가락의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이 신경 쓰이고 해서 절망적일 정도로 잠 못 들고 있었다. 겨우 잠이 든 것 같았을 때, 어떤 남자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몰려들어와 형광등을 켜고, 내 밑 침대에서 자고 있던..
중국 칭다오: 보따리상과 짭퉁 시장 (여행 2일째) 2016년 7월 20일 수요일 오후 10시경 25°C 포시즌 유스호스텔 (青岛25度四季青年旅舍, 25° Four Season Youth Hostel) [등장인물]주황색 아저씨: 여행 첫 날 배에서 만난 호탕한 무역상 아저씨.점잖은 아저씨: 주황색 아저씨와 친구. 다양한 일을 해왔고 현재는 골프 강사.다이: 카우치서핑 호스트. 30대 초반의 조그맣고 차분한 직장인. 1. 일단 현재 여기 호스텔에는 젊은 중국인들이 많다. 깨끗하고 잘 꾸며놓은 카페 겸 바에서도 술을 많이 먹거나(서양 배낭여행자들처럼) 시끄러운 분위기도 아니고 좋은 것이, 과거 언젠가 현실에 불만족하던 시기 바랐을 만한 환경이다. 사실 어제 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저기 소파를 옮겨 다니며 앉아서 소설책에 빠져 있을 수 있는 시간.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