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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시안: 남부, 거위탑, 호스텔 사람들 (여행 14-15일째)

2016년 8월 1일 후아 치우 쿠 호스텔(花秋酷连锁青年旅舍)-시안 남부


[등장인물]

아서: 호스텔을 관리하는 성실한 청년. 2개월 전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야진: 방학동안 여행겸 체험을 위해 20일간 호스텔에서 봉사활동하는 산둥 출신 여자아이.

에이미: 호스텔에서 장기투숙중인 시안 출신 여자아이.


1. 간밤에 소파에 눕자, 소파에서 개냄새가 나고, 침낭에 들어가 있자니 덥고, 모기가 앵앵거려서 잘 수 가 없다. 복면에 안대에 양파망까지 뒤집어 쓰고있다가, 소파 옆에 있는 텐트로 피신한다(텐트가 소파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비어 있어서 호스텔 직원 아서가 쓰게 해줬다). 텐트가 이렇게 쾌적할 줄이야!


2. 아침에 일어나 컵라면을 먹으려 하니 아서가 밖에서 파는 중국음식도 먹어보라고 하길래 나가서 바오즈(包子, 속있는 만두나 빵 같은 것)를 사왔다. 한 개에 1위안(170원)! 이게 뭐라고 그동안 돈을 아끼겠답시고 굶어 왔던 건지! 배고픔을 알고 결핍의 감정을 나누고 절제하기 위해서라면 굶어도 좋다. 하지만 돈 조금 아끼겠다고 굶지는 말자.


3. 여행의 한 가지 좋은 점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대화를 나누며 같은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기 게스트하우스의 아서는 영어를 2달 전에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서툴지만 벌써 손님들과 대화가 가능하다. 산둥성에서 온 야진(아정)이라는 아이는 여기서 20일간 일을 도와주며 숙식을 제공받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것을 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외에도 이렇게 커다란 도시가 존재하는 것도 몰랐고, 사람들이 기차 앉아 밤을 새워 가는 것도 몰랐고, 중국의 공기와 하늘이 이렇게 맑은 줄도 몰랐다. 모든 것이 새롭다! 비록 입장료가 비싼 화산(華山)이나 병마용에는 못 가지만... 그래도 좋다.


4. 시안 남쪽으로 쭈욱 내려가 시안의 유명 관광지인 대안탑(大雁塔, Giant Wild Goose Pagoda)에 다녀왔다. 입장료가 있어서 입장은 하지 않고 주변을 한 바퀴를 쭉 둘러본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있었고(왠지 반가웠다), 중국인들도 많았다. 시안의 유명인 현장(玄奘, <서유기>의 삼장법사)의 동상을 보니, 동경의 마음과 함께 울컥한 기분이 든다. 법사님 저도 서쪽으로 갑니다...


5. 저녁을 먹고 호스텔로 돌아왔는데, 검정 옷을 예쁘게 입은 에이미가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배는 안고프지만 초대를 거절하기도 싫어, 에이미와 야진, 또 다른 여자애까지 넷이서 국수집에 갔다. 에이미는 자장면을 시켰고, 나와 야진이는 다른 면을 시켰다. 호스텔에서 개가 한 마리 따라왔는데, 면요리에 들어있던 고기를 손바닥에 담에 개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갑자기 에이미가 개 먹으라고 자장면을 덜어서 바닥에 놓기 시작한다! 식당에 개가 따라 들어오는 것도 웃긴데, 식당 바닥에 자장면을 뿌려도 아무 문제없는 문화라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다. 중국의 이런 면이 너무 좋다.


6. 저녁을 같이 먹은 후로는 에이미가 계속 말을 걸어주고, 포도와 수박도 챙겨준다. 내 여행 계획을 듣더니 일기장에 有志者 事意成(유지자 사의성, '뜻이 있는 사람은 그 목적을 달성한다')이라는 글귀와 영어 해석(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을 적어준다. 흑흑... 너무 감격적이고 고마운 일이다.


호스텔 옥상. 빨래할 수 있는 수돗가가 있어서 좋았다. 먼 미래에 남미에서 갔던 호스텔들은 거의다 빨래가 금지되어 있고 돈 주고 빨래를 맡겨야 했다. 시안에서의 여름은 덥고 찝찝해서 옷을 하루 입으면 바로 빨래를 해야만 했다.


호스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얀 벽면을 낙서와 그림, 글귀로 꾸며놨다.


시안의 건물들과 복잡하게 얽힌 전깃줄 사이로 보이는 하늘


하나에 1위안(170원)짜리 바오쯔


아주 복잡한 한자가 간판에 적혀있는 면요리 가게. 지나다니며 볼 때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못갔다.


서예작품을 파는 가게.


길거리에서도 붓글씨 작품을 팔고 있다.


붓과 종이 등 서예용구를 파는 거리. 날씨는 별로였지만 매력적인 거리다.


붓글씨 거리로 들어가는 입구와 그 근처에 세워진 탑.


오늘은 성문을 나와 시안 남쪽으로 쭈욱 가본다.


거리의 상점과 아파트. 빨간 간판의 노란 글자들.


대안탑의 현장(玄奘) 동상


공사중인 대안탑.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안탑 주변의 거리상점


가판대를 장식하는 그림들이 예쁘다.


대안탑 주변의 골목 상가.


길거리의 쓰레기


지나가다가 보이는 장안대학. 장안(長安)의 서안(西安)의 옛 이름이다.


이렇게 도시 곳곳에서 삼장법사와 서유기 주인공들을 볼 수 있다.


지나가다가 구인 공고가 보인다. 월급이 2500-3000위안정도 하는 듯 한데 한국으로 환전하면 42-50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급여가 적은만큼 음식값도 이렇게 싸다. 어지간한 음식은 5-6위안(약 800-1000원)이다.


2위안짜리 뚸장(豆浆, 두유)과 면요리를 시켜먹는다. 미량피(米凉皮)를 시키고 싶었는데, 미피(米皮)라고 말하자 생각한것과 다른 음식이 나왔다. 맛있게 먹었다.


길거리에서 마작을 하는 노인들



2016년 8월 2일 시안 북부


7. 시안의 북쪽을 향해 걷는다. 시안 출신인 친구가 량피(凉皮, 비빔국수)와 빙펑(冰峰, IcePeak, 탄산음료)을 함께 먹으라고 한 것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었는데, 드디어 식당에 들어가 량피와 빙펑을 시켜 먹는다. 매우 싸다. 아주머니가 한국인인 것을 알자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아쉽다.


8. 지도를 보니 시안 북쪽에 대명궁공원(大明宫国家遗址公园, Daming Palace National Heritage Park)이라는 곳이 있길래 가본다. 무지 넓은 부지가 있고 깨끗하게 공원을 조성해 놓아서 사람들이 연도 날리고, 체조도 하고, 산책도 하는데, 막상 궁전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더위 속에서 그저 걷고 걸어 공원의 북쪽 끝부분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조그만 박물관이 하나 있었는데, 여권을 보여주고 이름을 적은 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퉁명스럽다가 한국인인 것을 아니까 또 무지 친절하게 대해주신다. 


오늘은 시안의 북쪽으로 가자. 길거리의 넝마주이 자전거.


거리의 우울해 보이는 멍멍이


보행로 한 가운데에 수돗가가 있고 거기서 빨래하는 사람이 있다.


다시 돌아온 시안 북쪽의 기차역 근처. 기차를 기다리는 듯한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시안 친구가 추천해준대로 량피(凉皮, 비빔국수)와 빙펑(冰峰, IcePeak, 탄산음료)을 함께 먹는다. 한국돈으로 천이백원. 무지 싸다.


무지무지 크지만 별다른 볼거리는 없었던 대명궁 공원 무지무지 걷기만 했다.


아이들 장난감을 파는 상인들.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도 없는데 나와있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대명궁 공원 내의 작은 박물관


이곳도 서예 작품이 많았는데, 글을 읽을 수 없어 아쉬웠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며 낮잠자는 아저씨. 어째 나와 신세가 비슷하다.


대명궁 공원에 있던 커다란 건축물. 오래된 유적인지, 새로 지은 건물인지는 모르겠다.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가 많이 보인다.



청소부의 자전거 수레


기찻길


청소부와 넝마주이


시안 아파트 풍경



주거지역 풍경. 왠 신라면이 여러 박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