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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오데사: 벼룩시장, 포템킨, 오바마의 소녀 (여행 62일째)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sa, Одеса) [등장인물]보람(가명):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 여자분. 믿기 힘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1.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 기차가 오데사에 도착한다. 기름진 걸 많이 먹어서 그런지 꾸륵거리는 배를 진정시키며,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길거리의 문 닫힌 환전소에서 깜박거리는 네온사인의 환율을 보며 호스텔을 찾아간다. 지금 찾아가는 호스텔의 이름은 달라스(Dallas). 원래 2박을 예약했는데, 야간 열차를 이용하면서 2박이나 할 필요가 없어졌고, 호스텔이 미리 연락해 1박으로 바꿔뒀다. 지도에 표시된 곳을 향해 어둡고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걷는다. 고맙게도 기차역에서 멀지 않다. 다행히 잠겨있지 않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러 개..
우크라이나 키예프: 둥지 떠나기 (여행 61일째) 2016년 9월 17일 토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등장인물] 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베로니카: 콘스탄틴의 아내. 둥지상자의 실세.퀸튼(Quinton): 오리건(Oregon)에서 온 젊고 가난한 여행자. 1.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던 둥지상자 공동체에서의 3박 4일이 종착역에 도달한다. 문도 없고 하수도도 없는 화장실에서 똥 싸는 것도, 머리위의 나무들을 보며 덜덜 떨며 샤워하고 나서 그 개운함에 빠져드는 것도 오늘 아침으로 끝이다. 기차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마지막으로 둥지상자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이곳에 다시 올 일이 있을런지? 강변 모래사장에 앉아 어제 조달한 식량(토마토, 빵 등)을 먹었는데, 오전 11시쯤 고맙게도 콘스탄틴이 아침 식사를 마..
우크라이나 키예프: 도시 산책과 보름달 축제 (여행 60일째) 2016년 9월 16일 금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등장인물]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 요가선생님: 레옹의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조용한 분위기의 요가 선생님.퀸튼(Quinton): 오리건(Oregon)에서 온 젊고 가난한 여행자. 1.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요(Ask, and it shall be given to you). 와이파이 핫스팟을 열어달라고만 하면 바로 열리는 것을, 누구한테도 부탁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겨우겨우 용기를 짜내어 와이파이 좀 열어달라고 하니, 자비로우신 요가 선생님이 한참동안 열어 두고 계신다. 실컷 인터넷을 썼다. 그러면서도 먹을 것을 달라는 말은 잘 나오지 않아서 하루종일 주방에서 얼쩡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가 뭘 먹겠냐고 물어봐 주기만을 기다린..
우크라이나 키예프: 둥지상자의 하루 (여행 59일째) 2016년 9월 15일 목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베로니카: 콘스탄틴의 아내. 둥지상자의 실세.맥스: 둥지상자 공동체 멤버중 한 명. 마른 팔다리가 문신으로 뒤덮여 있고 진한 검정색 수염을 하고 있다.요가선생님: 레옹의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조용한 분위기의 요가 선생님. 1. 강변의 찬 바람을 막아주는 티피(tepee)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돌오돌 떨며 침낭과 그 위를 덮은 겹겹의 모포를 빠져 나온다. 새 아침의 시작이다.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져서, 둥지상자의 나무 오두막이나 텐트에서 자던 공동체 사람들 중 몇몇은 더 이상 여기에서 지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여기서 밤을 보낸 몇몇의 긴머리 남자들이 일어나 명상하고, 강변을 뛰어다니고, 턱걸..
우크라이나 키예프: 둥지상자 (여행 58일째) 2016년 9월 14일 수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등장인물] 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 베로니카: 콘스탄틴의 아내. 둥지상자의 실세. 맥스: 둥지상자 공동체 멤버중 한 명. 마른 팔다리가 문신으로 뒤덮여 있고 진한 검정색 수염을 하고 있다. 요가선생님: 레옹의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조용한 분위기의 요가 선생님. 안드레: 악기 선생님. 베트남 악기 단모이를 가르치러 둥지상자에 옴. 미라: 둥지상자에서 차를 만들거나 다도(茶道)를 가르치고 팁을 받는다. 1. 아침, 버스 창 밖은 이미 밝아졌고, 꽤나 북적이는 도시에 들어온 것을 보니 키예프에 들어온 것 같다. 도시의 북동쪽에서부터 내려온 버스가 드네프르 강(Dnieper River)을 건너자 언덕 위에 검과 방패를 높이 들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