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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에스테르곰: 가톨릭 수도승과 도나우 강의 다리 (여행 105일째) 2016년 10월 31일 월요일헝가리 에스테르곰(Esztergom)날씨 매우 좋음 배경음악 듣기(새창): 콰이강의 다리 행진곡 가보르 아저씨와 아침식사를 하며 수도승(monk)에 관한 질문을 했다. "수도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물었다. "수도회마다 다르지만, 먼저 독실한 신앙심을 가져야 하고, 가족, 재산, 지위를 포기하는 서약을 해야 해. 관심이 있으면, 먼저 수도원에서 잠시 생활해 보며 수도사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체험해 보는 게 좋을거야." 가보르 아저씨가 대답했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원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갈 수 있나요? 그리고 만약 제가 여기서 수도원에 들어간다면 말이 통하지 않을 텐데 괜찮을까요?" "수도원에서 생활해 보는 건 누구든지 할 수 있어. 말..
헝가리 에스테르곰: 꽃다발, 파이프 오르간, 타우 십자가 (여행 104일째) 2016년 10월 30일 일요일헝가리 에스테르곰 배경음악 듣기(새창):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왈츠 서머타임이 끝났다. 핸드폰 시간에 서머타임 해제가 자동으로 반영되는 줄 모르고 시간을 바꿔 놓아서, 아침 7시 10분에 일어난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8시 10분이었다. 전날 새벽 늦게까지 를 봐서 그런지 꽤나 늦잠을 잤다. 침대에서 나와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가보르 아저씨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일요일. 독실한 카톨릭 교회 예수회 신자인 가보르 아저씨는 차를 타고 에스테르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예수회(jesuit) 교회에 간다고 했다.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굳이 나를 데려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나는 혼자서 에스테르곰의 거대한 바질리카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파랗고 노..
헝가리 에스테르곰: 황금빛 언덕 & 전쟁과 평화 (여행 103일째)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에스테르곰 (지난 글에서 이어서...) 지친 다리를 움직여 언덕을 오른다. 아... 그리고 언덕 위. 이 성취감과 감동을 어찌 표현할까. 그렇게 세상의 중심에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헤죽 웃음이 나왔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고 태양은 저물어가며 주황빛을 뿌렸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 주었다. 더 이상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언제까지고 머물러 있고픈 순간. 마을. 낮은 건물들 사이로 뾰족 뾰족 솟아오른 교회의 첨탑. 산. 햇빛. 그리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 위 하얀 교회(St. Thomas Chapel), 그리고 거대한 성당(Basilica of Esztergom). 그리고 도나우 강과 강 건너편 슬로바키아로 넘어가는 다리. 아! 아무리 적어봐야 그 아름다움을..
헝가리 부다페스트: 걸어서 세계속으로 & 거대 건축물 (여행 103일째)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부다페스트 꿈 속에서 까마득하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현실 세계에서는 단지 몇 분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오늘 하루가 그랬다. 24시간 안에 담겼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긴긴 하루였다. 6시간의 걷기와 6시간의 전쟁과 평화. 데이빗과 헤어진게 바로 오늘 아침이라니!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신사분, 그동안 함께해서 영광이오. (It was nice hosting you, gentleman.)" 데이빗은 언제나 나에게 젠틀맨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고, 젠틀맨 눈에는 젠틀맨만 보이나 보다. 그동안 받기만 한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선물할 것이 없나 생각하다가, 데이빗이 얼마 뒤 한국에 간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참고로 데이빗은 2016년 ..
헝가리 부다페스트: 마법의 가을, 예쁜 간판, 할머니 채식 버거 (여행 102일째) 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부다페스트 오늘은 아름다운날. 아침부터 하늘이 파랗다. 어제 집에 늦게 돌아온 데이빗을 깨우지 않고 뮤슬리를 오트 밀크에 조용히 말아먹은 후 집을 나선다. 지도에서 확인한 부다페스트 서쪽의 산에 가려고 한다. 212번 버스가 산쪽으로 가는 것을 확인해 뒀지만, 아침의 기분에 따라, 발걸음을 따라, 본능을 따라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간다. 햇살과 파란 하늘 덕분에 걷는 맛이 난다. 걷다가 다리 밑 노숙자가 살고 있는 곳을 지나쳤다. 침실로 사용하는 듯한 매트리스가 있고, 화장실로 사용하는 듯한 공간에는 똥무더기가 쌓여 있다. 나도 그 옆에 오줌을 쌌다. 일주일 내내 흐리더니 떠날 때가 되니 하늘이 파랗게 갰다. 그리고 부다페스트는 더 예뻐졌다. 노숙자가 지내고 있는 듯한 고..
헝가리 솔녹: 기차, 팔린카, 히치하이킹 (여행 101일째) 2016년 10월 27일 목요일 부다페스트 그렇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진리를 찾아다가 떠먹여 줄 수 없다. 깨달음도 현명한 사람들을 따라다니고, 그 사람들의 글을 읽는다고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은 자기 자신의 용기를 짜내어 무언가를 시도하고 부딪히고 경험하는 수밖에. 오늘은 데이빗의 고향 마을인 솔녹(Szolnok)에 가기로 했다. 기차역으로 가는 전철표를 끊기 위해 350포린트를 내면서 (돌아올 때를 위해 2장을 사는 대신 1장만 샀다) 형언할 수 없는 찝찝함을 느꼈다. 그리고 기차역에서 약 1900포린트(7-8000원)짜리 솔녹으로 가는 표를 끊으면서 마음의 심란함은 더욱 커져간다. 오... 이번 부다페스트 생활에서 돈을 안쓰려는 노력 때문에 데이빗을 얼마나 불편하게 했을지. 너무 ..
헝가리 부다페스트: 후무스 바, 도나우 강, 비트 수프(여행 100일째) 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부다페스트 오전에는 집에서 푹 쉬고 데이빗과 장을 보러 슈퍼마켓에 다녀왔다. 마트에서는 뮤슬리만 두 봉지 사서 순식간에 빠져나오고 (살 것을 확실히 정해서 살 것만 사서 나왔다. 배워야 할 좋은 습관) 유기농 매장에 가서 귀리유(oat milk) 두 팩을 샀다. 아직 한국에는 우유의 대체 식품으로 두유 말고는 딱히 없지만, 여기에는 귀리, 아몬드, 코코넛, 쌀 등으로 만든 각종 우유(소 젖이 없는)가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격은 조금 비쌌다. 다음에는 채소 가게에 가서 비트, 감자, 양배추, 당근, 양파, 마늘 등을 잔뜩 샀다. 680포린트가 나왔고 여기서는 내가 돈을 냈다. 야채와 빵 같은 필수 식품을 사는데 돈을 내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 게다가 별로 비싸지도 ..
헝가리 부다페스트: 영웅 광장, 어부의 요새, 겔레르트 언덕 (여행 99일째) 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부다페스트 오전에는 데이빗과 영웅 광장(회쇠크 광장)과 공원을 보러 갔다. 한참을 걷다가, 트램을 타야 해서 또 다시 무임승차를 했다. (데이빗은 정기권을 사용함.) 혼자였으면 걸어 갔을테고, 무임승차를 할 일도 없었겠지만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내 마음대로만 할 수 없다. 데이빗 말로는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이 많고, 특정 구간의 특정 시간대에는 표를 검사하는 일이 거의 없다지만, 무임승차를 한다는 것 자체가 떳떳하지 못하고 불안한 일이다. 트램에서 내려 공원을 향해 걷는 길(Andrássy út)에는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을 포함해 많은 국가의 대사관이 보였다. 데이빗 말로는 땅값이 비싼 부자 동네란다. 광장에 도착하니 관광객이 바글바글하고 한국인도 많이 보인다. ..
헝가리 부다페스트: 루다스 온천, 성 이슈트반 대성당, 거리 풍경 (여행 98일째) 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벌써 부다페스트에서 2박이나 했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별로 한것도 없는것 같은데 말이야. 주로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보다. 혼자서 돌아다니는 시간도 없었고. 그만큼 편안하기도 하다. 우리집에 있는 기분이다. 아니면 친척집에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나.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에는 뭔가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일기장의 위치표시란에 부다페스트라고 적는 것이 왠지 기분이 좋다. 그 내용물이 어떻든간에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주일'이라고 하면 왠지 낭만적이고, 소설의 한 챕터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곳에서는 (지나간 다른 도시나 마을들에서처럼) 마법같은 일들은 없었다. 그저 관광명소를 돌아다니고 친구 집에서 편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래도 좋다. 행복하기 위해서 마..
헝가리 부다페스트: 산책, 사자 다리, 마차시 성당 (여행 97일째) 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침식사로 데이빗의 집에 있는 뮤슬리와 오트밀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첫 아침이다. 부다페스트는 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부다(Buda)' 지역과 '페쉬(Pest)' 지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부다' 지역은 언덕 지형이고, '페쉬' 지역은 평야 지대이다. 부다페쉬(=부다페스트)로 합쳐지기 전에는 서로 다른 두 마을이었다고 한다. 데이빗의 집은 강 동편의 페쉬 지역에 있다. 데이빗과 함께 강변을 따라 다운타운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강 건너편으로 예쁜 집과 커다란 건축물들이 보이고 중간중간 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그리고 부다와 페쉬를 잇는 다리가 여러 개 보인다. 강변을 따라 걷다가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들어가 화장실을 썼다. 데..
베오그라드 & 헝가리 부다페스트: 요새, 무임승차, 노숙자 (여행 96일째) 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아침 일찍 베오그라드의 호스텔에서 일어났다. 기차를 타기 전에 일찍 나가서 베오그라드를 구경하고 싶었다. 호스텔 로비에 나와서 바나나를 먹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다. 새벽 기차를 타고 온 손님인가? 남자는 취해 있었다. 술이 아니고 약에 취해 있었다. 남자가 기분좋은 미소를 헤벌쭉 지으며, "나 여기서 자도 돼?"라고 묻는다. 호스텔 주인 아주머니는 어디에 계신지 모르겠고, 내 맘대로 쫓아낼수도, 받아줄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는 호스텔이라고, 돈을 내야 될거라고 대답하자, 원래는 아무나 와서 자던 곳이라고 대답한다. 기분이 정말 좋아 보이지만 졸려 보인다. 자기는 약을 피웠는데 (하시시인지 대마초인지), 나도 약을 하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