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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시안: 서부, 비단길, 티베트 사원 (여행 16-17일째)

2016년 8월 3일 시안 서부


[등장인물]

아서: 호스텔을 관리감독하는 성실한 사장. 2개월 전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야진: 방학동안 여행겸 체험을 위해 20일간 호스텔에서 봉사활동하는 산둥 출신 여자아이.

에이미: 호스텔에서 장기투숙중인 시안 출신 여자아이.


1. 매일 선착순 4000명이 무료입장이라는 산시 역사박물관(陕西历史博物馆, Shaanxi History Museum)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기분 좋은 햇살과 기온과 바람을 느끼며 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내려서 조금 더 걷고 모퉁이를 도니 긴 줄이 보인다. 일단 줄에 서고 보자. 아침 9시도 안되었는데 줄이 이렇게 긴 걸 보니 당연히 무료 표를 받는 줄이라고 생각하고, 줄 서있는 사람들, 아이들, 상인들, 여행상품 찌라시 등을 구경하며 30분 가량 기다린다.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러다가 어떤 글귀를 읽었는데, [무료(免费, miǎnfèi)], [서쪽], [2번 창구]같은 단어들이 보인다. 어라, 나는 건물 입구에서 동쪽에 있는데... 이 줄이 서쪽으로 이어지나? 좀 더 기다려 보다가 불안한 마음으로 줄에서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줄을 잘못섰다. 서쪽의 무료 표 줄은 끝도 없이 이어져, 박물관 담장 남서쪽 귀퉁이를 꺾어 북쪽으로 이어져 올라간다. 입장을 포기하고 전철역으로 간다. 지난 3일간 동쪽 남쪽 북쪽을 구경했으니 오늘은 시안의 서부를 볼 차례이다. 지도에 조각상 그림이 그려진 곳이 있길래(丝绸之路群雕, The Silk Road Qundiao), 그곳을 목적지로 삼아 열심히 걸어간다. 낙타에 탄 여행자, 상인들의 조각과 비단길 경로가 그려져 있는 석판이 덩그러니 있다. 이곳은 전혀 관광지가 아니었고 볼 것도 없었다!! 그래도 사진 찍는 사람들이 한두 명 있어서 위안이 된다. 어떤 아주머니는 아이를 조각상 구멍의 그늘에 앉혀 놓았고, 그걸 본 지나가던 아저씨도 아이를 구멍에 올려놓는다. 정말 좋아 보인다.


2. 시안 서부 시찰을 끝내고 성내로 돌아와 성벽을 따라 쭉 걷는다. 걷다보면 힘들고, 허무하고, 입에선 노래가 나온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외롭고, 목마르고, 배고프고, 피곤하고, 덥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있고 열심히 놀고 있다. 플라스틱 병을 줍는 사람들, 물건을 잔뜩 싸매고 나와서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팔고 있는 사람들, 아이스크림을 파는 소녀들, 과일 장수들, 음식 파는 사람들, 모두들 열심히 일한다. 또 다들 열심히 놀고 있다. 술을 마시고, 장기를 두고, 낮잠을 자고, 그저 앉아있고, 운동을 하면서 놀고 있다. 


3. 성벽 안쪽을 따라 걷다보니 시안 성내 북서쪽 귀퉁이에 티베트 불교 사원(广仁寺, Guangrensi)이 보인다. 색색의 깃발이 너무 예뻐 안에 들어가 보려고 학생증과 10위안을 준비해 매표소에 갔는데 사람이 없다. 일단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향냄새와 바람에 나부끼는 알록달록한 천, 황금색의 지붕, 불상, 빨간 승복의 승려들이 너무 아름답다. 조심스레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지붕의 장식이나 사원의 색깔이 너무 좋다.


4. 밤에는 호스텔에 장기 투숙중인 예술가 아저씨에게 종이를 찢어서 십자가 모양과 LOVE라는 글자를 만드는 법을 야진이와 함께 배우고, 한글을 가르쳐주면서 친해졌다. 첫째 날부터 잘해주던 에이미(코스프레하는 것을 좋아한다)도 좋은데, 말이 잘 안통해서 아쉽다. 


5. 헬프엑스(helpx)에서 러시아 부부에게 보냈던 메시지에 답장이 와있다. 드디어 첫 헬프엑스 호스트를 찾았다! 호스텔 소파에서 눈을 붙인다. 오늘의 나는 또 이렇게 삶을 마감하는구나.


후아 치우 쿠(Hua Qiu Ku, 花秋酷 - 쿨한 가을꽃) 호스텔


버스정류장 풍경


시안 성밖 서쪽으로 조각상을 찾아오니 비단길 경로를 표시한 지도가 있다.


조각상에서 놀고 있는 아이





성벽과 성문


천천히


티베트 불교 사원(广仁寺, Guangrensi)


오색 기도 깃발(prayer flags) 룽타(風馬)





방문객 출입 금지 표시



인생 참 힘들지...?


기와 위의 잡상(雜像)


길거리에 무슬림 식당이 보인다



무슬림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다시 돌아온 회족 거리


초록색 공산당 군복을 입고 빨간 완장에 별이 달린 모자를 쓴 여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쓰레기 수레와 온갖 잡탕 쓰레기들


마작하는 사람들



길거리 풍경


호스텔 주변, 저녁무렵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다.


2016년 8월 4일 시안-시닝(서녕, 西宁)


6. 아침 7시쯤 일어나면 부지런한 아서와 야진이는 이미 일어나 있다. 어제 메뉴를 읽을줄 몰라 야채무침과 음료수만 먹었던 집에 야진이와 또 다른 여자애와 같이 다시 갔다. 나 혼자 면을 하나 시켜먹고 야진이는 간식거리를 사와서 먹으며 식당 아주머니와 여자애와 얘기한다. 그러다가 아주머니가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자, 내가 밥 먹는 사진을 몇 번 찍더니 옆에서 같이 사진을 찍는다. 어제 내가 혼자 왔다가 말도 못 알아듣고 음식을 시켜먹고 간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커다란 포도 한송이를 대야에 담아주신다. 조금만 먹다가 가려고 하니까 남은 포도를 또 봉지에 담아주신다. 너무 기분 좋고 감사하다... 시닝에 가는 기차에서 속이 편안하려면 오늘은 더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7.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와 새로 생긴 친구들을 떠나 나온다는 것이 약간 우울한 상태에서 기차역에 가니, 앉을 곳도 없이 사람이 빽빽하고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다. 맨바닥에 앉아 땅콩과 대추를 먹고 나니 기분이 약간 더 비참해진다. 아슬아슬 기차에 타니, 더 이상 들어갈 구멍이 없을 정도로 기차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내 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에게 표를 보여줘 밀어내고 자리에 앉는다. 내가 무슨 권리로, 어디서 굴러 와서 현지 중국인을, 그것도 나이 지긋한 아저씨를 밀어내고 앉는 건지. 그 죄책감과, 피곤함과, 기차의 소란스러움, 객실에 빽빽하게 서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을 애써 무시하고 눈을 감는다. 


※ 여행정보 

  • 헬프엑스(www.helpx.net): 각국에서 도움(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호스트를 찾아서 연락하고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프로필을 잘 만들어 두면 먼저 호스트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20유로를 내면 2년간 호스트의 연락처를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비슷한 사이트로는 워커웨이(www.workaway.info)가 있는데 가격이 더 비싸고 기한도 짧지만(1년에 29달러) 등록된 호스트가 더 많고 인터페이스도 깔끔하다. 호스텔, 농장, 가정집 등에서 일을 할 수 있는데,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의 많은 호스트들은 노동력 제공 대가로 숙박을 제공하지만 식비를 따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모로코, 콜롬비아에서는 하루에 약5달러씩 식비를 지불했다).

시안에서의 마지막 아침. 전날 왔던 식당에 다시 왔다.


길거리에서 산 야채빵과 량피


해질무렵, 기차타기 전 시안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