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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시안: 한국 여행자와 회족거리 (여행 12일째)

2016년 7월 30일 시안(서안, 西安) 후아 치우 쿠 호스텔(花秋酷连锁青年旅舍)


[등장인물]

준호: 시안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


1. 기차에서는 화장실에 가기 싫어서 뭘 먹거나 마시지는 않았지만 차를 마실 물병이나 컵라면이 있다는 그 자체로 위안이 되었다. 기차 좌석이 의자 세 개가 이어진 것이어서 넓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끝에 앉은 여자가 가방을 옆에 높고 앉았고, 가운데 앉은 남자는 덩치가 커서, 나는 의자의 끝부분을 조금 차지하고 걸터앉아 가는 신세가 되었다. 또다시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이리저리 끼깅거리게 되었고 오히려 처음 기차를 탔을 때보다 불편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먹는 간식거리나 과일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앞줄의 가족과 아이, 옆자리의 다리를 떠는 은색 가방 여자와 덩치 큰 남자아이 모두 시안까지 간다. 잠을 자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는 애매모호함 속에서도 어찌어찌 시간은 가고 아침이 되어서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멋진 산들을 본다. 


2. 오후 12시 40분이 되어서야 시안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웅장한 북문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배낭을 메고 길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 내려간다. 가는 길에 커다란 빵을 파는 곳, 10위안에 3권씩 책을 파는 서점, 식당, 편의점 등 들어가 보고픈 곳이 많이 보이지만 일단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으니 숙소를 찾아 걷는다. 도로는 널찍하고, 건물에는 기와 장식이 들어있고, 가로수도 꽤나 많고, 하늘빛과 구름이 예쁘다. 기온은 높지만 항저우처럼 습하지가 않아 날씨가 좋다. 하지만 가방은 무겁다. 숙소를 찾아 들어가니, 시원하게 냉방된 깔끔한 로비에는 사람들이 잔뜩 앉아있고, 커다란 개 한마리가 다가온다. 그밖에도 토끼 한마리가 호스텔 로비를 돌아다닌다. 체크인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와서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돌리며 도와줘야 했다. 15위안짜리 소파를 예약했는데 도미토리 침대로 무료 업그레이드 해준다.


3. 어색하게 호스텔에 앉아있는데 누군가가 들어오더니 반갑게 인사를 한다. 준호라는 한국인이다. 백두산, 칭다오, 베이징을 지나와서 여기서 3일 정도 머물렀다는데, 키도 크고 잘생긴 25살 학생이다. 어제 기차표를 사러 갔다가 말도 안통하고 무시를 당해서 소리 지르고 난리를 치다가 발가락을 다쳤다고 한다. 인도도 혼자 갔다 오고 이렇게 중국에도 혼자 다니는 용감한 학생인데, 이렇게 몸 사리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하는걸 보니 대단하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차역에 가서 표도 끊고, 회족거리(回族街)에 가기로 한다. 준호가 사람들에게 길 물어보는걸 좋아해서, 기차역 앞에 있는 3명의 중국 여자애들에게 회족거리에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어를 못 알아듣는걸 보더니, 이 3명의 여자애들이 기차를 기다리다 말고 자신들의 캐리어를 질질 끌며 우리를 전철역까지 데려다 주려고 한참을 함께 걷는 것이다... 이렇게 고맙고 친절할 수가! 전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니 종루(钟楼)가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니 회족거리의 먹거리 시장이 나온다.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게 많았지만 거의 다 고기어서 먹을만한 게 없었다. 걸걸하고 낮은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까맣게 탄 남자 아이들을 지나 10위안짜리 국수집을 찾아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4. 준호를 버스 타는 곳까지 마중하고 시안의 밤거리를 걷는다. 거리가 깨끗하고, 건물들도 화려해서 서울이나 부산보다 좋아 보인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태국이나 인도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본과 비슷할 정도다. 남문까지 걸어갔다가 성벽에 올라가는 것은 입장료가 있어서 들어가지 않고, 친구가 알려준 덕복항(더푸샹, 德福巷) 거리로 갔다. 여기는 술집이 많은 거리였는데 돈이 많았거나 좋은 친구가 같이 있었으면 오고 싶었을 만한 곳이지만 현재의 나에겐 큰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의 길거리 음식이나 오토바이, 택시 같은 것이 방콕을 떠올리게 한다. 깨끗한 방콕. 슈퍼에 가보니 과일, 맥주, 과자 등이 싸다.



항저우에서부터 밤새 달려온 기차.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능선이 멋지다.


기차는 강을 건너 시골 옥수수 밭을 지나 내륙으로 들어간다.


시골 역에 잠깐 정차했다.



다시 달리는 기차와 초록빛의 산골 풍경


기차 객실 사이에는 흡연 장소도 있다.



다들 핸드폰으로 지루함을 달랜다.


시안역에 도착하자 웅장한 성벽과 성문이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시안 역전 풍경


역사도시라서 그런지 옥상에 기와장식을 한 건물들이 종종 보인다


항저우처럼 나무가 우거지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하늘이 선명하게 보이는 시안


도착한 호스텔의 로비. 여기의 바 테이블에 앉아 많은 중국 손님들이 컴퓨터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자 뒷편 구석에는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가 누워 있다.


호스텔에는 개 두 마리와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호스텔에 있던 또 한 마리의 개


종루 주변. 오른쪽에는 아주머니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정말 땡기는 날씨다.


종루를 향해 올라가는 길


종루 뒤편의 회족거리. 가게도 많고 간판도 많고 사람도 많다.


길에서 파는 꼬치


하얀색 모자를 쓴 무슬림 청년이 양고기를 팔고 있다.


이 구역은 한국의 노래방 구역처럼 간판에 네온사인을 사용한다.


털과 가죽이 벗겨지고 머리와 발이 잘려 거꾸로 매달려 있는 양의 사체들.


무슬림 여인들이 곶감을 팔고 있다.


골목 여기저기에서 먹을 것을 판다. 중국 아저씨들은 티셔츠를 배 위로 말아 올려 배를 내 놓고 다닌다.


회족거리 골목 풍경


준호와 면을 사 먹는다.


호스텔에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던 강아지


밤이 되자 화려한 조명이 밝혀진다.


성벽 위로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지도에는 한국어로도 안내가 되어 있다.


한국에는 편의점이 대부분 체인점인데, 시안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가 많은 듯 했다. 


이름은 다른데 어째 다들 세븐일레븐과 비슷한 줄이 들어가 있다.


노란 간판의 슈퍼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