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중국

중국 칭다오-항저우: 유학생, 카우치서핑 모임, 기차 (여행 5-6일째)

2016년 7월 23일 토요일


[등장인물]

믈라덴: 카우치서핑 호스트. 불가리아에서 히치하이킹으로 중국까지 와서 영어를 가르친다.

샹송: 믈라덴의 여자친구.

준희: 황다오 석유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1. 믈라덴이 출근하는 시간에 같이 집을 나와서, 할일도 없이 무더운 황다오를 돌아다닌다. 결국 다시 석유대학으로 가서 준희 학생에게 연락을 하고, 그 앞의 해안 공원에 가서 나무그늘에 누워 낮잠을 좀 잔다(중국에 오고부터 거의 매일 6시면 일어난다). 준희 학생이 전기자전거를 끌고 와서 식당으로 태워다 준다. 점심을 먹고, 쇼핑몰(쇼핑몰에서 믈라덴의 여자친구 샹송을 우연히 만났다), 마트를 구경하면서 데이트라도 하는 것처럼 몇 시간을 같이 있었다. 한국인이 없어서 그동안 대화를 많이 못했다고 격투기, 격투기 선수들이 사용하는 약물, 신발, 운동과 중국에 관한 많은 얘기를 해준다. 얘기를 나누다가 준희 학생이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전화가 30통이나 와있었다. 황다오에서 같이 살고 있는 8살 차이 나는 누나가 낯선 사람을 만나러 간 동생이 걱정이 되어서 계속 전화한 것이었다. 스케이트장, 편의점, 신발가게, 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덕분에 하루를 재미있게 보냈다.


2. 저녁에 카우치서핑 모임이 있어서 믈라덴과 샹송을 만나 칭다오로 향한다. 차가 밀려서 15-20km거리에 2시간이나 걸린 버스여행. 저녁 식비 때문에 걱정하며 들어간 비싸 보이는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을 한 시간 정도 기다린다. 길이 막혀서 늦게 도착해 사람들이 다들 떠난 줄 알았는데 우리가 제일 먼저 온 것이었다. 음식도 잔뜩 시키고 맥주도 잔뜩 시켜서 테이블을 돌려가며 잔뜩 먹었다. 카우치서핑 모임인데 나 같은 여행자는 한명도 없었고, 모두 칭다오에 사는 사람들로 중국인들과 약간의 외국인이 섞여 있었다.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리키'라는 웨이하이(위해, 威海)에서 요트를 가르치는 중국인, 그 옆에 앉은 '모모'는 말이 별로 없었고, 에어컨에 민감해서 냉방을 계속 꺼달라고 했던 '루시아',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던 눈이 작고 얼굴에 점이 있는 예쁜 중국인, 같이 농담하던 방글라데시 사람, 내몽고에서 온 중국인, 소주를 시켜서 마시던 영국인 '레오', 까만 파마머리의 스페인 친구가 있었다. 레오는 신장에서 히치하이킹으로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알려줬고, 스페인 파마머리 친구는 내 여행에 대해 너무 부러워하고 자신도 머리로는 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실천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Into the Wild>라는 영화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이 영화는 나중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봤다). 이 스페인 친구의 중국어 선생님인 신장에서 온 키 큰 중국인 여자애도 마음에 들었고, 같이 춤을 추며 놀았다. 2차로 갔던 높은 빌딩 옥상에 있던 바와 3차로 갔던 클럽은 외국인들이 무지 많았고 술값도 비쌌는데,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멀뚱히 앉아 있으니 믈라덴이 와서 술을 한 잔 건네준다. 이렇게 밤늦게까지 놀다가 택시를 타고 황다오로 돌아와서 잤다. 내몽고에서 온 중국인 여자애도 믈라덴네 집에서 자기로 했는데 술에 많이 취해서 같은 방에서 자자고 한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어젯밤 잤던 방을 넘겨준 후 거실 소파에서 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믈라덴, 샹송, 내몽고 여자애에게 인사도 못하고 짐을 싸서 일찍 집을 나선다. 다시 기차를 타러 칭다오로...


2016년 7월 24일 일요일 오전 10시 20분 칭다오북역(青岛北站) 대합실


3. 칭다오북역이라고 해서 칭다오역보다 훨씬 후지고 낡은, 인도의 델리역 같은 기차역을 생각하고 왔는데, 새로 지은 역인지 서울역보다 깨끗하고 좋아 보인다. 집에서 챙겨온 플라스틱 물통에 뜨거운 물을 받아보려고 하다가 순식간에 찌그러지는 바람에 물통을 버려야 했다. 물은 마시고 싶고(중국에는 공공장소마다 뜨거운 물 받는 곳이 있지만 찬물은 없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컵라면 용기가 생각이 났다. 역내 식당에서 어찌어찌 나무젓가락을 구해서 맛있고 감사하게 컵라면을 먹는다(컵라면 먹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다 먹고 나서는 컵라면 컵을 깨끗이 씻은 다음, 차를 타 마시니 이렇게 좋을 수가.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016년 7월 24일 일요일 오후 10시쯤 기차안


4. 기차안 분위기가 시끌시끌 재미있어서 좋다. 사람들이 뜨거운 물을 받아서 차로 마시고 컵라면도 먹고 과일도 먹고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하다. 애기 한명이 마구 날뛰면서 장난치는데 너무 귀엽다. 아이를 안아주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친근한 풍경과 기분 좋은 소란함은 곧 끝나고 사람들이 잔뜩 내린다. 애기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더니 기차 바닥에 스케치북만한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한다. 나중에 바닥에 붙은 스티커를 발견한 여승무원들이 한참을 낑낑거리며 스티커를 뜯어낸다. 뜨거운 물도 부어 보고 걸레도 가져와서 문질러 보지만 잘 안 떨어진다.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승무원이 보더니 카메라를 달라고 하고 사진을 다 지운다. 버스터미널에서 맨발로 앉아 있다가 지적당한 것과 이렇게 사진을 지우는 것처럼 뜬금없이 규제하는 경우가 있다. 횡단보도, 교통신호 무시, 길에서 대소변 보는 것은 괜찮은데 왜 엉뚱한 곳에서 권위적인 걸까? 기차 내 환경은 생각보다 좋았고, 앞자리 옆자리에 앉은 대학생과 졸업생들도 밤새 간다고 한다. 중국어를 못해서 대화가 안 통하니까 좀 아쉽다. 중국 사람들은 신기하게 모르는 사람이 옆자리에 앉아도 금방 대화를 시작하고 친구가 된다. 내 주변에 앉은 대학생들도 내릴 때는 모두 번호를 교환했고, 건너편에 앉은 여자들은 처음 만났는데 마치 소꿉친구인 것처럼 3시간동안 수다를 떤다. 이제 열 시간만 더 가면 되는군.


※ 지출


지출내역 

금액(위안) 

금액(원) 

비고 

점심(면) 

36 

 6120

18*2인분(준희 학생)

저녁식사

47 

 7990

카우치서핑 모임 

택시(우버)

25 

 4250

칭다오-황다오

버스 

 340

황다오-칭다오 

버스

 170

칭다오-칭다오북역 



※ 여행정보

  • 카우치서핑: 카우치서핑의 장점이자 단점은 많은 경우 호스트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집 열쇠를 주고 마음대로 집을 쓰게 해주는 호스트도 있지만, 호스트가 집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같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호스트가 하는 활동에 초대를 받으면 흥미가 있건 없건 같이 참가하는 게 좋다. 가끔 피곤할 수도 있지만, 호스트와의 관계도 깊어질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온수병: 중국 여행 시 온수병을 챙기면 매우 유용하다. 중국에서는 차를 마시는 문화 때문인지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시는데, 기차역, 공항 같은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길거리에도 뜨거운 물이나 차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 기차: 기차의 일반석(硬座, yìngzuò)은 값이 싸지만 장거리 이동시 불편하다. 의자의 뒤편에도 사람이 등을 대고 앉기 때문에 좌석버스처럼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고, 맞은편 사람들과 다리를 한 공간에 두기 때문에 다리 둘 곳도 마땅치 않다. 전반적으로 매우 좁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들이 이런 불편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밤을 새워 기차를 타고 다니니 여행객이라고 못 탈 것도 없겠지.

믈라덴네 집 손님방에서 일어난다. 선반에 올려진 구성물들의 조합이 참 특이하다.


믈라덴 집 테라스. 믈라덴이 일하는 영어 학원 사장이 제공해 준 집이란다.


믈라덴이 일을 하러 나가는 길에 같이 나왔다. 여기는 믈라덴이 일하는 학원. 불가리아인이지만 생긴게 일단 백인이고 영어를 할 줄 아니 영어 교사로 문제가 없다. 백인 영어 교사는 특히 수요가 많단다.


석유대학에 가는 길. 버스전용차로가 있듯이 자전거 전용차로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띠엔동(전동 자전거)을 타고 다닌다.


석유대학 입구


인증할 필요 없이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던 소중한 장소.


무지막지한 더위. 사람들이 그늘에 앉아있다. 나도 할 일은 없고, 편하고 시원하게 누워 있을 만한 공간도 없고, 그저 노인들처럼 공원을 서성거린다.


신도시인 황다오에는 새건물과 아스팔트로 뒤덮인 넓직한 길, 갓 심은 조그만 나무들과 드문 인적 때문에 송도신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고, 무지 더웠다.


중국 화장실에서 무지 자주 볼 수 있는 글귀.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서 싸라는 얘긴데, 거창하게 '문명'까지 들먹거린다. 영어 번역은 가는 곳마다 다르고(매우 창의적이다), 여기엔 일어와 한국어 번역까지 있다.


황다오의 바닷가


더위 때문인지 매우 한적한 공원. 하지만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이 하나 둘 보인다. 날씨가 시원할 때는 좀 더 북적이려나.


더위 때문에 목이 너무 마른데, 물을 사기는 싫고(돈도 아깝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니), 그저 목마름을 참으며 돌아다니는데, 누가 마시다 말고 버린 물병이 있다. 뜨뜻 미지근한 물을 꿀물 넘기듯 감사히 마신다.


준희 학생이 전동 자전거에 태워서 여기저기 구경 시켜줬다. 여기는 식당가.


쇼핑몰에 있던 스케이트장. 시원한 공기에 좀 살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황다오에서 다시 칭다오로 넘어왔다. 카우치서핑 모임이 있다길래.



어둑해진 거리에 보이는 식당가. 중국에 있는 한국 식당인데 중화요리를 판단다.


모임이 있던 식당. 맛있는 음식이 많았는데 찍은 사진은 커다란 번데기 사진 밖에 없다.


2차로 갔던 옥상의 바. 술값에 쓸 돈은 없고, 믈라덴을 따라다녀야 하니 어딜 갈 수도 없고, 그저 멍하니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가져온 책을 본다.



3차로 갔던 바


이건 3차로 갔던 곳 입구다.


밤늦게 우버였나? 비슷한 걸 불러서 해저 터널을 통해 황다오로 돌아간다. 


다음날 아침. 기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일찍 떠나야 하는데, 다들 자고 있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메모와 커피 믹스를 남겨 놓은 채 집을 떠난다.


길가의 쓰레기통


어린 맹자와 어머니


깨끗한 황다오 풍경


칭다오북역에 도착. 칭다오역보다 훨씬 크고 깨끗하다.



한국 음료수를 잔뜩 팔고 있다. 한글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야 더 잘 팔리나보다.


한국 과자도 많다.


목은 마르고, 플라스틱병은 뜨거운 물에 찌그러져 버리고, 해서 라면을 먹고 나서 찻잔으로 사용한 종이컵.


기차가 출발한다.


개구장이 꼬마 여자애


의자가 90도여서 자기 힘들다.


기차안 풍경


창밖 풍경



기차 안(일반석, hard seat)의 화장실, 쪼그려 싸이고 물도 안 나오지만 깨끗한 편이다.


객실 풍경


해는 떨어지고 기차는 밤새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