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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칭다오: 보따리상과 짭퉁 시장 (여행 2일째)

2016년 7월 20일 수요일 오후 10시경 25°C 포시즌 유스호스텔 (青岛25度四季青年旅舍, 25° Four Season Youth Hostel)


[등장인물]

주황색 아저씨: 여행 첫 날 배에서 만난 호탕한 무역상 아저씨.

점잖은 아저씨: 주황색 아저씨와 친구. 다양한 일을 해왔고 현재는 골프 강사.

다이: 카우치서핑 호스트. 30대 초반의 조그맣고 차분한 직장인.


1. 일단 현재 여기 호스텔에는 젊은 중국인들이 많다. 깨끗하고 잘 꾸며놓은 카페 겸 바에서도 술을 많이 먹거나(서양 배낭여행자들처럼) 시끄러운 분위기도 아니고 좋은 것이, 과거 언젠가 현실에 불만족하던 시기 바랐을 만한 환경이다. 사실 어제 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저기 소파를 옮겨 다니며 앉아서 소설책에 빠져 있을 수 있는 시간.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 왔던가.


2. 새벽에 페리에서 잠을 설쳤다. 샤워장 문이 잠겨 있어서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수건을 말리다 보니 금방 하선 시간이 되었고, 배에서 내려 도착비자를 받았다. 첫 날 배에서 사진 찍어드린 아저씨 두 분(주황색 아저씨와 점잖은 아저씨)도 도착비자여서 같이 비자를 받다가 숙소 이야기가 나왔고, 아저씨들에게 숙소 가격을 알려드리자(32위안) 가격이 싸다고 같이 가자고 하신다. 


일단 아저씨들이 가자는 곳으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보따리상인들 1톤 트럭 짐칸에 쪼그려 앉아 구름 낀 청도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었다. 주황색 폴로셔츠 아저씨는 말투나 행동거지가 동네 반항아 형이 중년이 된 느낌이 난다. 이 분은 중국어로 사람들에게 말도 잘 걸고 호탕하시다. 또 다른, 점잖은 시골 교회 목사님 분위기의 아저씨는 호주에 15년, 브라질에 3년, 아프리카에도 다니셨고 잠수부 일을 하셨단다. 두 분 다 좋은 말을 많이 해주신다.


숙소에 가서 체크인 하고 다시 항구 쪽으로 나가서 만두를 얻어먹었다. 그리고 보따리상 아줌마 아저씨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한국어, 중국어를 다들 하시니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전혀 구분이 안된다), 워크래프트 둠해머 모양의 파워뱅크를 포장 분리하는 걸 도와드린다. 


3. 정리하는 일이 끝난 후에는 택시를 타고 모조품 시장-찌모루 시장(即墨路小商品市場)-으로 간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저씨들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을 한다. 짝퉁 구경을 하고 아저씨들 얘기도 들으며 엄청난 양의 새로운 정보들이 머릿속에 들어오니 정리가 잘 안된다. 상인들과 이미 친해서 아는 사람들을 불쑥불쑥 만나고, 말도 잘하는 주황색 아저씨에게 놀랐다. 아저씨들에게 양꼬치와 닭심장을 얻어먹고(여행 시작 전에는 채식을 해왔지만 여행을 시작하며 식단을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기로 마음먹었다) 숙소로 걸어 돌아왔다. 


4. 첫번째 카우치서핑 호스트 '다이'와의 만남이 약속된 날이다. 처음에는 2박을 부탁했다가, 파출소에 거주지 등록하는 일이 복잡해보여 첫 1박은 호스텔에서 하기로 말을 바꾸며, 첫째 날에는 만나서 저녁만 먹자고 했다. 여러 번 예정을 변경하면서 나쁜 인상을 준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조금 늦을 것 같아서 전화 한 통 하고, 오래된 아파트들 사이를 열심히 뛰어가서 만났다. 다행히도 만나보니 너무 느낌이 좋은 사람이다. 야채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어떤 식당으로 데리고 간다. 같이 야채랑 해산물 등을 고르니, 냄비에 요리되어 나온다. 훠궈(火鍋, hot pot)라는 요리인데 보통은 식재료를 고르면 뜨거운 탕에 요리를 해주지만, 여기서는 국물이 없는 훠궈(dry hot pot)를 시켜 유리병에 담긴 두유와 함께 먹었다. 다이는 이미 카우치서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그중에 한국인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나이가 나보다 조금 많아서인지 차분한 태도 때문인지, 같이 있는 동안 친누나처럼 편안한 느낌이었다. 


※ 지출


 지출내역

금액(위안)

금액(원) 

비고 

도착비자

170 

28900 

 

숙박비

32 

5440 

25°C 포시즌 유스호스텔

택시비

10 

1700 

호스텔-항구

저녁식사

48 

8160 

2인분 (다이와 식사) 

 버스비

170 

호스텔-다이집 

 버스비

170 

다이집-호스텔 



※ 여행정보

  • 인터넷: 중국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없어, 지도나 정보 검색이 어렵다. 한국어 정보가 필요할 때는 네이버, 영어로 정보를 검색할 때는 빙(www.bing.com)을 사용했다.
  • 지도: 구글맵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오프라인 지도앱(맵스미, maps.me)을 사용하거나 바이두 지도(map.baidu.com)를 사용해야 한다. 바이두 지도로 버스 경로를 찾을 수 있어 교통비를 아낄 수 있지만(청도의 경우 시내버스비가 1위안으로 매우 쌌음),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어를 못할 경우, Pleco라는 앱을 이용하면 한자를 찾아 바이두 지도에 입력할 수 있다.
  • 메신저: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미리 다른 연락수단(카카오톡, LINE, Wechat 등)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중국에서는 대부분 Wechat을 사용한다.
  • 카우치서핑(Couchsurfing): 가난한 여행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커뮤니티(www.couchsurfing.com).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숙박비를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생활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볼 수 있다.
  • 숙소검색: 카우치서핑에서 호스트를 찾기가 힘들 경우 여러 사이트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본다- 부킹닷컴(www.booking.com), 아고다(www.agoda.com), 호스텔월드(www.hostelworld.com), 에어비엔비(www.airbnb.com)

중국이 보인다


아저씨들을 따라 트럭에 올라타고 보따리상들에게 짐을 가져다주러 왔다. 사실 이렇게 아무나 막 따라가면 안되는 것 같은데, 아저씨들로부터 사악한 기운을 느낄 수 없었기에... ㅎㅎ


아저씨들이 같이 밥먹자고 데리고 간 중국 식당


만두와 (1인당 만두 한접시) 칭따오 맥주, 땅콩까지 사주셨다. 금주와 채식의 계율은 이렇게 여행 첫 날부터 깨져버린다. 하하하..


배에서 만난 아저씨와 친분이 있는 보따리상 아저씨 아줌마들을 도와서 둠해머 포장을 벗겨 따로따로 분류해 담는 작업을 했다. 제품만 따로 박스에 몰아 넣고, 나머지 종이 박스와 플라스틱 포장은 차곡차곡 쌓아 넣는다. 통관에 관련이 있는 것인지(새 제품을 뜯어내는 것이니), 그저 부피를 줄이고자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도와드렸다. 중국말을 할 때는 중국인 같고 한국말을 할 때는 한국인 같은 아줌마와 아저씨들.


아저씨들을 따라간 찌모루 시장. 유명한 짭퉁 시장이라는데 불경기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주황색 아저씨는 이전에 거래를 많이 했는지 아는 상인들이 많았다.


시장 뒷편 길가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상인. 거봉 알이 무지 크고, 잎사귀에 담겨 있는 오디도 알이 무지 크다. 한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망고스틴을 길에서 팔고 있는것도 신기하다.



시장 지하로 내려가 보니 사람은 더 없고, 문 닫은 가게도 많다. 아저씨 말에 의하면 이쪽 시장은 많이 죽었다고 한다.


보핑루


찌모루. 찌모루 시장이 있는 길 이름이다.


가게들 문이 많이 닫힌 것이 보인다. 이 지역도 죽은 것 같다.


뒷골목의 오래된 건물들


아저씨를 따라 미용용품 가게에 왔다. 확실히 중국이 훨씬 싸다고 한다. 가게 주인은 커다란 거봉을 먹고 있었다. 탁자 오른쪽의 담뱃값과 비교해 보면 알이 무지 큰게 보인다.


아저씨는 염색약을 사러 오셨단다. 여기서는 얼마 안하는데, 한국에서는 비싸단다.


바다만 잠깐 건너면 올 수 있는 가까운 외국인데, TV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오래된 것을 쓰고 있다.


한적한 길거리 풍경


가게를 보고 있는 멍멍이



좀 더 사람이 많은 거리. 하늘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뿌옇다.


다이네 집으로 가기 위해 칭다오역 맞은편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저씨 한 분에게 여기에 몇 번 버스가 서는게 맞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그렇다고 알려주신다. 물론 중국어를 못하니 분위기로 알아들었지.


다이를 만나러 가는길


내일 재워줄 소중한 호스트이기 때문에 밥값은 내가 냈다. 같이 음식 재료를 고르니 사진과 같이 드라이 핫팟이 요리되어 나왔고 공기밥, 두유(콜라병 모양 유리병에 담아 판다)와 함께 먹었다.


항저우로 가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아는 한자 몇 글자로는 전혀 감히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어로 물어보는 것도 잘 안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무더기로 버려진 과일을 보는게 안타깝다. 예전 태국에서 살 때 쓰레기통을 뒤지던 생각도 나고.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2018/05/13 - [세계일주/소개] - ★ 세계일주 글 전체 목록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