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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시닝: 요가, 티베트 사원, 갈림길 (여행 22일째)

2016년 8월 9일 시닝-타얼쓰


배경음악: 月亮代表我的心


[등장인물]

치준: 카우치서핑 호스트. 체구가 작은 예술가.

퍄오퍄오: 청두 출신 카우치서퍼. 까까머리 여자애. 노래를 잘하고 나무로 장신구를 만들어 판다. 

제시카: 광둥 출신 카우치서퍼. 인도에서 요가를 공부하고 있다. 

뤼루: 시닝에 사는 치준 친구. 티베트 소녀 느낌이 난다.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1. 오전 11시. 이렇게 한 시간 앞도 예측할 수 없는게 인생이다. 아침 일찍 제시카와 옥상에 올라가서 요가 개인 강습을 받고, 상쾌한 기분으로 내려와 옥수수를 먹고 차를 마시며 우루무치(乌鲁木齐)로 가는 기차를 타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부터 줄리가 자기도 신장(新疆)으로 간다고 같이 히치하이킹을 하자고 졸랐지만, 이미 표를 끊어둔 상태이고, 우루무치에 카우치서핑 호스트도 찾아 놓은 터라 거절을 했었다. 하지만 퍄오퍄오에게 들어온 히치하이킹 얘기와, 불확실성을 즐기자던 여행 시작전의 다짐과, 자기 혼자서는 히치하이킹이 위험할 수 있으니 동행을 하자는 줄리의 부탁이 겹치면서 세워놓은 일정을 바꾸게 되었다. 5분만에 기차를 취소하고, 우루무치의 호스트에게는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며 일정을 취소했다. 그러고 나니 시닝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되어서, 한가하게 시장에 다녀오고, 푸짐하게 점심을 차려먹고, 제시카와 줄리, 뤼루를 따라서 나간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다니던 것처럼, 대화 내용도 모르고, 어디에 가는 줄도 모른 채 맘편히 따라 다닌다. 뤼루가 버스비를 내주고 쿨하게 어디론가 가버리고, 제시카와 줄리와 나 셋은 전자상가에 거쳐 여기 저기를 걷다가, 5.5위안짜리 장거리 버스를 탄다. 가는 길의 풍경이 멋있다. 버스에 앉아서 아까 길에서 받은 휴지에 적힌 산부인과 광고를 보고 있는데, 제시카가 낙태 광고라고 알려준다. 아... 중국은 인구 조절을 위해 낙태가 합법일테고, 이렇게 광고까지 하는구나. 사소하지만 새롭다. 


2. 버스에서 내리니 타얼사(타얼쓰 塔尔寺, Kumbum Monastery)라는 티베트 불교 사원인데 관광객들이 많다. 스님들이 입은 붉은 옷과, 망토, 두꺼운 털장화가 멋있다. 너무 멋진 곳인데 빛이 약해져서 휴대폰 카메라로는 아무리 찍어봐도 엉망이다. 단지 눈에 담아야 될 것 같다. 점점 더 어두워지고 막차 시간도 지나자 사람들도 적어지고, 조용한 사찰의 분위기가 좋은데, 돌아갈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무 걱정이 없다. 제시카와 줄리만 믿으면 된다. 돈 걱정도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돈을 안쓰고 아끼다가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서 돈좀 쓸걸~하고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어짜피 죽고 나면, 잃어버리고 나면 땡인 것이다. 타얼스에서 시닝으로 돌아가는 차를 찾아 타고, 시닝에 도착해서는 디디(滴滴) 택시(우버 비슷한 것)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줄리와 히치하이킹 시작이다.


 

치준네 집을 떠날 때 꾸며 놓은 벽면.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시장의 향신료


시닝의 빨래하는 풍경


타얼쓰(塔尔寺) 근처의 마을 풍경


해질 무렵 사찰 밖으로 내려가는 관광객들과 사찰 안으로 올라오는 승려들.


하얀 현수막에 그려진 문양이 아름답다. 건물 앞 바위에는 관광객들이 시주한 세계각국의 동전과 지폐들이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