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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칭하이호 - 차카: 들판, 야생마, 폐차된 버스 (여행 23일째)

2016년 8월 10일 수요일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1. 인생에서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을 한 날. 시닝에서 출발해 차카염호까지 다섯 번을 얻어 탔다. 시닝에서 다섯 밤을 보내며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후, 약간 떨리면서도 걱정은 되지 않는 묘한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시닝시 외곽으로 나간다. 줄리가 주유소에서 몇몇 운전자들에게 태워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을 옆에서 멀뚱히 보지만, 다들 멀리 가지 않는 차들이어서 고속도로 입구까지 걸어 가기로 한다. 고속도로까지는 5km 거리라고 해서 걸으며 지나가는 차들을 세워 보는데, 생각보다 차들이 많이 선다. 하지만 시내여서 그런지 다들 돈을 달라고 하는데(택시처럼), 그렇게 사람들을 보내다가 한 아저씨가 마음을 바꿔서 공짜로 태워주신다. 줄리 덕분에 되지도 않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려고 고생할 필요 없이 편하게 가고, 줄리는 운전자와 열심히 대화를 나눈다. 아저씨들이 트럭 운전기사들은 담배를 좋아한다는 얘기와 카드보드지에 목적지를 적으면 좋다는 조언을 해준다. 히치하이킹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서부터 두꺼운 매직펜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버려진 박스만 찾아서 목적지를 크게 적으니 준비완료.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카드보드지를 들고 손을 흔든다. 사람들이 차 안에서 그 방향으로 안간다고 손짓을 보내 준다. 


2. 그러다가 아저씨 두 분이 탄 승용차에 얻어 타고, 칭하이호(青海湖)를 북쪽으로 돌아 신장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호수 남쪽 길을 따라 간다. 아저씨가 운영하는 텐트에 잠깐 들러 구경하고 다시 이름 모를 길가에 내린다. 곧 '니취날리(你去那里)?' 라며 창문을 열고 물어보는 아저씨를 만나 아저씨의 아들 12살 꼬마와 넷이서 칭하이호를 따라 달린다. 창문의 썬팅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못 찍어 아쉬웠지만 두 눈에 담긴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초원의 수없이 많은 양, 털이 긴 소(야크), 야생마, 고원, 목초지, 산을 지나간다. 저녁을 먹을 만한 곳에서 내려 저녁을 사먹고, 또 차를 열심히 잡아서 차카(茶卡)까지 온다.


19시 55분 차카염호(茶卡盐湖) 부근의 도로변


3.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현실인지. 언제나 마음 속으로 그리고 바라왔던 풍경과 색깔과 경험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다. 360도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꿈 속 같이 아름답지만, 꿈과는 달리 선명한 하늘과 들판과 구름과 석양이 펼쳐져 있다. 교통표지판과 녹색 들판과 그 너머의 호수와 하늘 빛깔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다. 게다가 든든한 길동무까지 있어 외롭지 않다. 줄리는 대만에서 온 중의학(中医学)을 배운 의사인데, 신장에서 몇 개월 여행할 예정이란다.


22시 7분 유스호스텔


3. 그림같은 해질녘의 들판에서 어디서 자야할 지 고민하다가, 호스텔이 하나 보이기에 가격을 물어보러 들어갔다. 가장 싼 옵션은 호스텔 앞의 버스에서 자는 것과 소파에서 자는 것이다. 줄리도 나도 버스에서 자는 것이 맘에 들어 그렇게 한다. 캠핑보다는 훨씬 낫다! 호스텔에서 인터넷도 하고, 샤워도 하고, 뜨거운 물을 받아 차를 마시며 소파에 앉아 호강하네. 고장난 버스 내부를 개조한 오늘의 침실에 돗자리를 깔고, 각각의 침낭속으로 들어가 잔다. 기나긴 하루였다.


칭하이에서 차를 태워준 아저씨가 운영하는 텐트. 색깔이 예쁘다.



창밖 풍경


도로를 건너는 야생마들. 초록빛 언덕에는 하얀 양들이 가득 풀을 뜯고 있다.


차카(茶卡)의 아름다운 하늘과 담장에 그려진 견우와 직녀(牛郎织女)


차카(茶卡)의 들판. 꿈속처럼 아름다웠다.


차카(茶卡)의 들판. 캠핑을 할 장소를 찾다가 다행히 유스호스텔을 찾아서 편안한 밤을 보냈다.


사진 더보기: 2018/08/22 - [사진첩] - 중국 칭하이(青海省) 히치하이킹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