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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중국

중국 칭하이 - 신장 히치하이킹: 광야, 석유회사, 지프차 (여행 25일째)

2016년 8월 12일 칭하이성 렁후(冷湖) - 화투거우(花土沟) - 신장 뤄창(若羌)


[등장인물] 

줄리: 타이완에서 온 여행자. 같이 히치하이킹 중. 중국 친구들은 샤오마오(小猫, 작은고양이)라고 부른다.

보물사냥꾼들: 지프차를 타고 보물과 유적지를 찾아 다니는 아저씨들.


1. 캠핑 장소인 학교(冷湖中学)에서 일어나 덮개(방수포)와 매트(돗자리) 등을 햇볕에 말리고, 줄리가 소림사에서 배워온(농담이 아니라 진짜 소림사에서 배워 왔음) 태극권 비슷한 운동 동작을 한 후, 학교 건물을 나온다. 저렴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푸짐하게 하고, 공중화장실에서 똥 싸고 이빨 닦은 후, 길을 걷기 시작한다. 두 시간 넘게 차들을 불러 세워 봐도 화투거우(花土沟) 방면으로 가는 차가 없다. 그러다가 어떤 일행이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관광명소에 내려준다. 이미 주변 지형은 풀이 보이지 않는 불모지였는데, 이 관광지에는 암석들이 울룩불룩 솟아 있어, 이십 여명의 관광객들이 언덕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의 신비로운 풍경이어서 신나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줄리를 보니 차가 잡히지 않는 것이 걱정이 되는지 기운이 없다. 그러다가 아저씨 두 분이 차를 태워주신다. 


2. 어제 차를 태워주고 밥을 사준 빨간 옷을 입은 아저씨들은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이었는데, 오늘 만난 아저씨 두 분도 같은 석유회사에서 일하신다고 한다. 차를 타고 300km 가량, 화투궈까지 이동한다. 피곤한지 아저씨들은 말이 별로 없으시고, 줄리도 말이 없다. 창 밖으로는 석유를 채굴하는 기계들이 보인다. 한때 환경운동가 존 프란시스(John Francis, 유조선이 침몰하여 더럽혀진 바다와 죽어가는 생명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22년 동안 탈 것을 타지 않고 걸어서 여행함)같은 사람의 글을 읽으며, 거대 석유회사들에 대한 반감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내가 여행하면서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석유를 사용하는 운송수단들을 이용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누구든지 죄 없는 자가 저 여인을 돌로 치라"는 말씀이 있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현대 문명과 산업을 비판해왔던 것일까...


3. 다음에 내린 곳에서는 신장(新疆)이라고 적힌 카드보드지를 들고 지나가는 차들에 손짓을 보낸다. 여기서 한두 시간은 보낸 듯 하다. 차들이 쌩쌩 지나간다.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어떻게든 일이 풀릴 거라는 확신은 있다. 어떤 커플이 신장으로 넘어가는 체크포인트까지 태워 준다. 국경을 넘듯이 차량에서 모든 사람이 내려 검문소의 경찰들이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고 기록을 남긴다. 줄리의 타이완 신분증은 문제없이 통과가 되었는데, 한국 여권을 받더니 경찰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찰에게 줄리가 뭐라고 말을 하자, 경찰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표정으로 통과시켜 준다. 검문소를 나오자 마자 바로 지프차를 얻어탄다. 날은 어두워지고 지프차는 달린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끝없이 달린다. 지프차를 태워준 아저씨들은 보석과 유적을 찾아다니는 탐험가-보물사냥꾼(treasure hunter)-들이다.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에 게임 속 직업 같지만 정말이다!! 하하. 지프차에는 아저씨들이 이틀 전 산속에서 발견했다는 4000위안(약 70만원)짜리 옥석이 놓여 있었다. 


4. 밤늦게 뤄창(若羌)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보물사냥꾼 아저씨들과 내일 다시 만나서 쿠얼러(库尔勒)까지 같이 가기로 약속한 후, 헤어져 숙소를 찾는다. 값이 싼 숙소를 찾았는데 외국인은 머물 수 없는 숙소란다. 아... 그냥 재워주면 참 좋을텐데. 좀 더 규모가 큰 빈관(宾馆)을 찾아서 체크인 한다. 1박에 128위안(약 22000원)을 둘이서 나눠 내지만 그래도 꽤 비싼 편이다. 너무 피곤하다!



질리지 않는 풍경



렁후(冷湖) 근처에 있던 명소. 이런 외진 곳까지 사람들이 찾아 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중국 구석구석에는 숨겨진 미지의 땅이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