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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영국

영국 옥스포드 헬프엑스: 계속되는 노예생활 (여행 197일째)

2017년 1월 31일 화요일

영국 옥스포드(Oxford)

배경음악: Dave Greenslade - Cactus Choir

[1] 작업: 가스레인지 윗부분 청소, 주방 수납장 청소, 창고 물 샌 것 받은 통 비우기, 사다리 꺼내서 윗부분 솔질하는 것 보조, 욕실 바닥 청소, 수프와 케이크 만드는 것 보조.

[2] 새우버거: 오후에는 어떤 인도쪽 계열 남자(아마도 네팔)가 차를 타고 왔다. 남자는 맥도날드 새우버거를 건네주고 영감님과 얘기를 하다가 갔다. 점심으로 그 새우버거를 반으로 갈라 영감님이랑 나눠 먹었다.

[3] 성폭력: 케이크를 만들면서 설탕을 저울에 계량하는데, 그램수가 정확히 맞나 확인을 하던 영감님이,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를 껴안으면서 몸을 비볐다. 명백하게 거시기를 내 왼쪽 허벅지에다가 비비적대는게 느껴졌다. 이번에도 단호하게 몸을 밀쳐냈지만 기분이 꽤 우울해졌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수많은 여자들이 당하고 있을 성희롱, 신체접촉, 성적인 암시와, 그것에 (피해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저항할 수 없는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최악의 경우, (영감님 집을 나와 호스텔로 가야 하기 때문에) 수십만원을 써야하고, (나쁜 후기가 달릴테니) 앞으로 헬프엑스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직장이나 학위 등이 걸린 사람들은 어떨까. 좀 더 생각을 보태서, 만성적인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학교폭력에 시달리며 도망갈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 사람들에게 폭력자 앞에서 그저 미소를 짓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4] 괴롭힘: 불쾌한 신체접촉 때문에 기분이 안좋은 상태에서 같이 산책을 하는데, 영감님이 나에게 "오늘 너 일을 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어"라며 지적했다. 아까도 그 말을 했었는데, 그때는 내가 찬장까지 청소해 놓은 걸 보자 착각했다며 미안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다시 속도가 느리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내가 스킨십에 불쾌감을 드러내자 괜한 트집을 잡아 괴롭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제가 할일이 더 있었나요?"라고 물어보자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참 피곤하다.

[5] 노예: 오후에는 케이크 만들기를 더 돕다가 설거지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다시 설거지하고, 접시를 말리고, 차를 타 드렸다. 하하하! 어딜 가나 노예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이다. 故 다이애나 공주(Diana, Princess of Wales)도 젊은 시절 경험삼아 유치원 보모, 청소부, 웨이트리스 등을 했단다. (나는 공주는 아니지만) 다 경험이라고 생각하자.

[6] 명상: 영감님이 추천해 주신 얇은 영국 불교회 소개 책자를 읽고 있다. '상기(recollection)'라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위빠사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Studio album by Dave Greenslade

10파운드 지폐(내가 가진 영국돈 전부)에 그려진 찰스 다윈. 2018년 3월 1일까지만 사용되고 지폐가 바뀌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