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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영국

영국 옥스포드: 과학 역사 박물관, 애쉬몰리안 박물관, 영국식 건물들 (여행 194일째)

2017년 1월 28일 토요일

영국 옥스포드(Oxford)

[1] 마법의 램프: 며칠 전 영감님이 궁금한 게 없냐고 물어봤을 때 깨달은 것처럼, 눈 앞에 신이 앉아 묻고 싶은게 없냐고 물어본다고 해도 이 순간에는 묻고 싶은게 없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손에 마법의 램프가 있다고 해도, 바라고 싶은 소원이 없다. 나만의 아름다운 농장도, 수백 명의 미녀도, 몇 십 억이 든 통장도, 순간이동 능력도, 그저 그 순간일뿐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무엇을 택하겠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이 침대에 앉아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 일어날 일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하는 것을 택하겠다. 지금 이대로.

[2] 성희롱: 데이브 영감님이 희미한 성적 암시를 담고 있는 농담을 할 때나 신체 접촉을 할 때마다(특히 뒤에서 끌어안으며 거시기를 내 엉덩이에 비비듯 밀착시킬 때), 내가 외롭고 불쌍한 노인에게 과민 반응을 하는 건지, 아니면 바로 죽빵을 날려야 되는 건지 혼란스럽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처럼 자기 자신을 지키되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겠지. 결국 저 사람도 나 자신이 아닌가. 나도 비슷한 행동(혹은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저 사람이 어떤 의도로(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떤 행동을 한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3] 반감기(半減期): 우리는 한 사람(혹은 한 쌍)으로 시작했지만 수십 억으로 분열되었다(야곱으로부터 생긴 12지파, 20만년 전 아프리카의 한 여성으로부터 생긴 모든 인류). 반대로 만약 지구의 80억 남녀가 결합을 통해 딱 한 명씩 자식을 낳는 것을 반복한다면, 인류의 숫자는 40억, 20억, 10억, 5억, 2억 5천, 이렇게 절반씩 줄어들다가 결국 1이 될 것이다. 80억의 "나"들이 하나의 "나"가 되는 것이다. 그 점에 우리는(적어도 인류는) 어쩔 수 없는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을 동물, 식물, 광물, 원자, 원소와 별들에 확장할 수 있다면, 빅뱅 직전에 우리는 모두 하나의 점이었다는 걸 알겠지.

[4] 과학 역사 박물관: 오후에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길래 시내로 나갔다. 커다란 원형 도서관(Radcliffe Camera)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학생만 입장 가능), 더 뒤편에 있는 과학 역사 박물관(History of Science Museum)에 들어갔다. 각종 측정 도구, 측량 도구, 항해 도구, 현미경, 육분의, 천구 등이 있었다. 특별 전시 구역에는 항생제에 관한 전시가 있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인해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되었지만, 현대의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항생제에 저항하는 슈퍼 박테리아들이 탄생한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5] 애쉬몰리안 박물관: 그 다음엔 애쉬몰리안 박물관(Ashmolean Museum)에 갔다. 박물관이 상당히 크고 읽을 거리도 많아서, 오후 잠깐의 방문으로는 관람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이집트, 에게 해, 인도, 중국, 그리스, 로마 유물이 전시된 구역과 동전, 지폐, 섬유 등의 역사가 전시된 구역이 있었다. 인도의 신상과 세밀화, 이집트의 파라오 관에 그려진 그림들, 고대 주화에 새겨진 인물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각 시대에 은화나 금화로 살 수 있었던 식량이나 섬유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특별 전시 구역에 전시된 중국 화가가 나무 뿌리나 기암괴석을 그린 무의미하면서도 신비로운(마치 파도나 빗방울처럼) 패턴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전시품을 구경하며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5파운드나 4파운드라고 적힌 기부함들이 보였지만 돈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박물관이 무료 입장이라니 정말 좋은 세상이다! 박물관 화장실에 가는 길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오늘은 영감님이 점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냄새가 더 향긋했다. 음식도 무료인 세상은 얼마나 더 좋을까!

[6] 블랙웰 서점: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길래 비를 피할 겸 블랙웰(Blackwell's Bookshop)이라는 서점에 들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니 무지 넓고 책도 많았다. 영화(책)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의 주인공 크리스(Christopher McCandless)의 여동생이 쓴 책 <거친 진실(The Wild Truth)>이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수많은 다른 여행책들이 보인다. 지구의 수백 만 여행자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여행하는 것일까. 

알란 와츠(Alan Watts)의 책이 참 좋다. 오직 이 순간. 어떠한 동기나 미래의 목적, 목표, 계획 없이 순간에 충실하고, '자기'가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비추는 대신 남을 비추는 것. 즉, 사랑하는 것(거울은 자기 자신을 비출 수 없음).

모들린 다리(Magdalen Bridge)를 건너서 시내로. 오른쪽으로는 모들린 칼리지(Magdalen College)의 예배당 건물이 보인다.

빨간 공중전화 박스

래드클리프 카메라(Radcliffe Camera)

보들리언 도서관(Bodleian Library)

보들리언 도서관(Bodleian Library)

머리의 솔방울 장식과 파란 하늘을 맑게 반사하는 유리창이 예뻐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도서관 건물(Weston Library)에 내린 극장 건물(The Sheldonian Theatre) 돔의 그림자

과학 역사 박물관으로 들어오는 햇살

Lynx, Gemini, Cancer, Taurus 등의 별자리가 보인다.

연금술사의 실험실

비전(祕傳)

애쉬몰리안 박물관의 조각상

학생들이 그린 만다라

가네쉬

Martyrs Memorial

모들린 칼리지(Magdalen Colle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