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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영국

영국 런던 카우치서핑: 메트로폴리탄 침례교회, 전쟁 박물관, 천로역정 (여행 202일째)

2017년 2월 5일 일요일

영국 런던(London)

[1] 런던에서 만난 사람들: 정말 멋진 집주인과 멋진 손님들. 10명이 넘는 카우치서퍼들 모두 마음이 순수한 사람들이라 너무 좋다. 체코에서 온 데이빗과 다니엘 형제, 러시아에서 5년째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인 코, 키가 무척 크지만 아직 어리고, 뚱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호기심으로 가득한, 너무도 하얗고 맑은 러시아 소년 블라디, 미국 텍사스에서 온 제프, 어제 셜록 게임을 할 때 같은 팀이었던 홍콩 출신 앨런, 하와이에서 온 조쉬와 알바니아에서 온 에듀알트(둘은 돈과 사회 제도에 대한 열띤 논쟁을 펼쳤다), 그리고 정말 다정자감한 리처드... 논리, 이성, 감성, 이런걸 모두 떠나서, 이 사람이 믿는 종교면 나도 믿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2]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Tabernacle) 침례교회: 아침에는 리처드가 아홉 가지 곡식과 과일로 만든, 맛도 좋고 건강도 좋은 포리지를 먹었다. 심부름으로 포리지에 넣을 바나나를 한 다발 사오니, 리처드가 요리사에게 배웠다는 고속 썰기(손이 다치지 않도록 칼날을 바깥쪽으로 기울임)로 순식간에 바나나를 조각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침 식사 후 시내에 내려준다고 해서 사람들과 함께 밴을 타고 교회로 갔다. 교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때, 원인은 모르겠지만 분노로 가득찬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차로 와서, 리처드가 쓰고 있던 안경을 집어 던지며 싸움을 걸었다. 그것도 모자라 소동을 진정시키려는 동네 사람들과도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다. 마크(우리 숙소에 상주하는 리처드의 충실하고 젊은 친구)는 빡쳐서 싸우려고 했지만(마치 칼을 뽑은 베드로처럼), 다른 카우치서퍼들이 말렸다. 옆에서 보고 있던 (제 3자인) 나도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피가 머리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런 폭력과 욕설을 조용히 잘 견뎌내는 리처드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리처드는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그저 그 폭력배에게 미안하고만 했다. 이 분은 진정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고 계신다.

그러다 보니 혼자 관광 좀 하겠다고 빠져나오기가 미안해서, 어찌어찌 같이 아침 예배를 드리게 되고, 어찌어찌 교회에서 점심까지 먹었다. 마크와 마크의 피앙세 조안나, 마크의 형과 그 부인(스페인계), 그리고 리처드와 카우치서퍼들까지 12명이 모여 앉아, 리처드 등이 도시락으로 준비해 온 빵, 샐러드, 과일, 파스타를 먹었다.

[3] 전쟁 박물관(Imperial War Museum): 점심 식사 후, 카우치서퍼들과 함께 근처의 전쟁 박물관에 다녀왔다. 1차대전 당시 크리스마스에 독일군과 영국군이 만나서 사진을 찍고 단추를 교환하던 것, 참호, 비행기, 편지, 지원, 양심적 병역 거부 등 많은 흥미로운 주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감정이 북받히는 장면이 많았다. 4층의 홀로코스트 전시관이 절정이었다. 평화로운 시절의 유대인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차별, 그리고 학살. 총구가 머리에 겨누어져 있고, 시체 구덩이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유대인의 타오르는 눈빛, 그리고 눈빛이 보이지 않는 독일 병사들. 인간이란, 인간이란.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대영박물관 대신 간 전쟁 박물관이었지만 느껴지는게 너무나 많았다. 다른 카우치서퍼들과 서로의 감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중 한 두 순간들이라도 마음에 잘 담아가길. 

[4] 천로역정: 박물관 구경이 끝난 후에는 교회로 돌아가 티 모임에 참석했다. 루마니아에서 온 친구들, 런던 출신 친구와 한 테이블에 앉아 얘기하며 간식을 먹었다. 잔뜩 있는 간식을 종류별로 다 먹고 싶었는데, 많이 못 먹고 자리가 파해서 아쉬웠다. (풍족했던) 어느 시절에는 거들떠도 안 봤을 과자들, 지금은 너무도 달콤해 보인다. 모임 후 숙소로 돌아오니, 따뜻한 수프와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정말 행복한 곳이다. 리처드에게 내일 일찍 일어나 떠날 예정이라고 얘기하니까, 왜 다른 카우치서퍼들처럼 하루 더 머물지 않느냐고 아쉬워하며, 존 번연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을 선물로 줬다. "내가 이 책을 선물로 줘도 괜찮을까? 만약 받아주겠다면, 남에게 주거나 버리기 전에 꼭 한번은 읽어줘."

카우치서퍼들

리처드의 숙소 주방

카우치서퍼들의 이름

교회 풍경

전쟁 박물관

교회에 있던 천로역정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