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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포르투갈

포르투갈 리스본: 메트로 호스텔의 크눌프 (여행 203일째)

2017년 2월 6일 월요일

영국 런던(London) - 포르투갈 리스본(Lisbon) 메트로 호스텔

아! 리스본의 물가와 맑은 날씨와 따뜻한 공기가 너무 좋다. 작년 크리스마스의 기억도 하나 둘 떠오른다. 승희와 바닷가에서 와인을 마시던 생각, 상선형과 밤거리를 돌아다니던 생각, 주연이와 거리를 헤매다 러시아 마트에 간 생각.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장소들은 모두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 아침까지 런던에 있었다는게 신기하다.

새벽 다섯시에 런던의 숙소에서 일어나,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리처드가 남겨둔 포리지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집을 나왔다. 너무 많이 먹어서, 버스터미널(Victoria Coach Station)까지 걸어가는 동안 배가 자꾸 꾸륵거렸다. 새벽의 거리는, 제 3세계의 중소도시처럼 황량하고 으슥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 타기 전 물어물어 화장실을 찾아갔으나, 사용료가 30펜스(0.3파운드)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나는 돈이 13펜스밖에 없었다. 화장실을 지키고 있던 흑인 직원에게 말하니 그냥 들여보내준다. 감사함을 형용할 수가 없다. 이것이 진정한 인류애... 고맙다고 인사하고 들어가 똥을 신나게 싼다. 

7시 버스를 타고 8시반쯤 스탠스테드 공항(London Stansted Airport)에 도착한다. 공항 평점도 낮고 안좋은 댓글이 많이 달려 있어서, 불안한 마음에 버스표를 하나 날리면서 일찍 도착했는데, 체크인과 보안 검사가 금방 끝나서, 9시에는 이미 게이트 넘버 뜨기를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죽음과 사고가 떠오르는 비행이 끝나고 리스본에 도착했다. 작년에 리스본에서 동주에게 받은 카드를 사용해(7.5유로가 남아 있었음) 전철을 타고 호스텔로 왔다.

바다, 광장, 성당, 언덕을 구경하고, 예전에 묵었던 숙소 쪽을 걷다가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슈퍼에서 당근, 오렌지, 사과, 난을 사서 저녁으로 먹었다. 같은 방에 동양인 중년 아저씨가 한 명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인이었다. 서로가 상대방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도미토리에서 아저씨가 사온 와인과 과자를 먹으며 얘기를 했다. 아저씨는 한국에 거처도 친지도 없어서 고시원을 전전하며 생활하다가, 정착할 곳을 찾아 세계를 떠돌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학원도 했었고, 우크라이나에서 사업도 했었는데, 우크라이나 경제가 무너지는 바람에 사업용으로 환전한 1억 상당의 돈이 우크라이나에 묶여있다고 (날렸다고) 했다. 아저씨는 미국, 호주 등에서도 살았다고 했다. 아... 이렇게 환갑이 되어가는 나이에 떠돌이 생활이라니.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도 생각나지만, 아저씨의 모습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불안하고 궁핍해 보였다. 내가 꿈꾸는 삶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떠도는 것도 젊을 때 일이구나...

포스터가 예쁘다

바닷가의 남녀

돌멩이 사람들

돌멩이 가족

바닷가 풍경

아줄레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정신없이 뻗은 안테나와 빨래 너는 할머니

아줄레주

바다

아줄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