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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불가리아

불가리아 헬프엑스: 당김칼, 집값, 래리 (여행 77일째)

2016년 10월 3일 월요일 

불가리아 롬치(Lomtsi) 


[등장인물] 

트레이시: 영국 출신 50대 여성. 헬프엑스(helpx) 호스트. 

: 영국 출신 50대 남성. 트레이시의 남편.


1. (08:15) 맑음. 감사하게도 어젯밤도 따뜻하게 잘 잤고 (역시 오늘도 아침인데 한기가 없다), 창 밖을 보니 아름다운 날씨에다가 꿈에서는 보고싶은 사람을 봤다. 


2. (22:17) 오늘 하루도 어느새 이렇게 끝나버렸는가. 아침의 고요함을 깨기 싫어 어색하게 마당에 나와 있다가 폴이 시작하는 프로젝트, 당김칼(drawknife) - 폴은 당김톱(draw saw)이라고 부른다 - 을 사용할 때 나무를 고정할 기구를 만드는 일을 하루종일 구경하고, 도와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허기가 들지 않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하루 종일 커피만 마시면서 저녁밥을 먹을 때까지 버텼다. 저녁은 어제 예고된 대로 채식에다가 약간 실패한 분위기라 폴은 수프와 빵을 먹은 다음 메인 요리(치즈와 빵을 오븐에 쪄낸것)는 거의 남겼고, 내가 또 하이에나처럼 남은 것을 잔뜩 챙겨 먹었다.


3. 지난 달 일기를 보니 러시아 땅값 집값이 2천만원이라고 놀라는 대목이 있군. 여기(폴과 트레이시의 집)는 10,000유로(약 1300-1400만원)에 샀다는데 비싸게 샀단다. 옆집은 3000유로(약 350만원) 정도 한단다. 러시아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여기는 진지하게 이민 올 생각도 든다.


4. 다시 도살 얘기로 돌아가서, 전에 트레이시와 폴이 양을 키울 때는, 냉장고(냉동실) 안에 도살한 양의 고기를 팩으로 싸서 '래리의 고기(Larry's meat)'와 같이 동물의 이름을 적어 두었다고 한다. 만약 양이 아니고 사람이나 개라고 생각해 보면(키우던 개나 아는 사람을 직접 도살해 그 개나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고기를 보관해 둔다고 하면) 싸이코패스로 의심받을 수 있을 정도이다. 좀 충격을 받았지만(처음엔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어제 생각한대로, 그저 고기를 사먹는 것 보다는 인간적이고, 책임감도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트레이시와 폴에 의하면 래리(Larry)를 추억하는 방법도 된다고... 얼핏 그럴 듯 하지만, 그냥 안 먹으면 되는거 아닌가.


불가리아 롬치의 멋진 시골집. 산만하면서도 조화롭고 날씨는 아름답다.


오래된 의자와 사향오리(Muscovy duck)


날짐승들은 자유롭게 마당을 헤집고 다니고 폴과 함께 당김칼용 받침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전기톱도 사용해 보고 싶은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나무 토막들이 점점 형체를 갖춰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