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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오데사 - 몰도바 키시나우 (여행 63일째)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sa, Одеса) [등장인물]야로슬라브(Yaroslav): 오데사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1. 어젯밤 늦게 카우치서핑 호스트 야로슬라브(이하 야로)네 집에 도착했다. 야로와는 오데사에 도착하기 전부터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처음 내가 보낸 2박 3일 요청에 '아마도(Maybe)'라는 애매한 답변이 왔다가, 내가 재차 요청을 보내자 1박을 승낙해 주었다. 야로는 30대 중반이고 요가 선생님이라는데, 프로필 사진에는 정장을 깔끔하게 입고 있어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편안한 인상이다. 야로의 집에 도착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하룻밤을 보낼 거실의 침대 겸용 소파(평소에는 소파로 쓰다가 소파 밑을 열어 펼치면 침..
우크라이나 오데사: 벼룩시장, 포템킨, 오바마의 소녀 (여행 62일째)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sa, Одеса) [등장인물]보람(가명):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 여자분. 믿기 힘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1.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 기차가 오데사에 도착한다. 기름진 걸 많이 먹어서 그런지 꾸륵거리는 배를 진정시키며,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길거리의 문 닫힌 환전소에서 깜박거리는 네온사인의 환율을 보며 호스텔을 찾아간다. 지금 찾아가는 호스텔의 이름은 달라스(Dallas). 원래 2박을 예약했는데, 야간 열차를 이용하면서 2박이나 할 필요가 없어졌고, 호스텔이 미리 연락해 1박으로 바꿔뒀다. 지도에 표시된 곳을 향해 어둡고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걷는다. 고맙게도 기차역에서 멀지 않다. 다행히 잠겨있지 않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러 개..
우크라이나 키예프: 둥지 떠나기 (여행 61일째) 2016년 9월 17일 토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등장인물] 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베로니카: 콘스탄틴의 아내. 둥지상자의 실세.퀸튼(Quinton): 오리건(Oregon)에서 온 젊고 가난한 여행자. 1.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던 둥지상자 공동체에서의 3박 4일이 종착역에 도달한다. 문도 없고 하수도도 없는 화장실에서 똥 싸는 것도, 머리위의 나무들을 보며 덜덜 떨며 샤워하고 나서 그 개운함에 빠져드는 것도 오늘 아침으로 끝이다. 기차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마지막으로 둥지상자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이곳에 다시 올 일이 있을런지? 강변 모래사장에 앉아 어제 조달한 식량(토마토, 빵 등)을 먹었는데, 오전 11시쯤 고맙게도 콘스탄틴이 아침 식사를 마..
우크라이나 키예프: 도시 산책과 보름달 축제 (여행 60일째) 2016년 9월 16일 금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등장인물]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 요가선생님: 레옹의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조용한 분위기의 요가 선생님.퀸튼(Quinton): 오리건(Oregon)에서 온 젊고 가난한 여행자. 1.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요(Ask, and it shall be given to you). 와이파이 핫스팟을 열어달라고만 하면 바로 열리는 것을, 누구한테도 부탁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겨우겨우 용기를 짜내어 와이파이 좀 열어달라고 하니, 자비로우신 요가 선생님이 한참동안 열어 두고 계신다. 실컷 인터넷을 썼다. 그러면서도 먹을 것을 달라는 말은 잘 나오지 않아서 하루종일 주방에서 얼쩡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가 뭘 먹겠냐고 물어봐 주기만을 기다린..
우크라이나 키예프: 둥지상자의 하루 (여행 59일째) 2016년 9월 15일 목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베로니카: 콘스탄틴의 아내. 둥지상자의 실세.맥스: 둥지상자 공동체 멤버중 한 명. 마른 팔다리가 문신으로 뒤덮여 있고 진한 검정색 수염을 하고 있다.요가선생님: 레옹의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조용한 분위기의 요가 선생님. 1. 강변의 찬 바람을 막아주는 티피(tepee)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돌오돌 떨며 침낭과 그 위를 덮은 겹겹의 모포를 빠져 나온다. 새 아침의 시작이다.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져서, 둥지상자의 나무 오두막이나 텐트에서 자던 공동체 사람들 중 몇몇은 더 이상 여기에서 지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여기서 밤을 보낸 몇몇의 긴머리 남자들이 일어나 명상하고, 강변을 뛰어다니고, 턱걸..
우크라이나 키예프: 둥지상자 (여행 58일째) 2016년 9월 14일 수요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 Київ) [등장인물] 콘스탄틴: 카우치서핑 호스트. 베로니카: 콘스탄틴의 아내. 둥지상자의 실세. 맥스: 둥지상자 공동체 멤버중 한 명. 마른 팔다리가 문신으로 뒤덮여 있고 진한 검정색 수염을 하고 있다. 요가선생님: 레옹의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조용한 분위기의 요가 선생님. 안드레: 악기 선생님. 베트남 악기 단모이를 가르치러 둥지상자에 옴. 미라: 둥지상자에서 차를 만들거나 다도(茶道)를 가르치고 팁을 받는다. 1. 아침, 버스 창 밖은 이미 밝아졌고, 꽤나 북적이는 도시에 들어온 것을 보니 키예프에 들어온 것 같다. 도시의 북동쪽에서부터 내려온 버스가 드네프르 강(Dnieper River)을 건너자 언덕 위에 검과 방패를 높이 들고 있는 ..
러시아 모스크바 - 우크라이나 키예프 행 버스 (여행 57일째)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러시아 모스크바 [등장인물] 파리다(Farida): 모스크바의 두 번째 카우치서핑 집주인 1. 어제 새벽 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난다. 나는 여행을 다니고 남의 집에서 숙식을 하며, 정신적인 긴장 때문에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게 일상이 되었지만, 파리다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내는지... 정말 에너지와 삶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대단하다. 어젯밤 한참 동안 삶던 옥수수와 어제 파리다에게 사주었던 케이크를 아침으로 먹고, 타이밍을 잘 계산해 화장실에서 똥도 싼다. 집주인보다 빨리 일어나면 먼저 싸고 씻으면 되지만, 이렇게 집주인이 부지런한 경우에는 타이밍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집주인이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타이밍에 내가 화장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