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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독일 & 네덜란드

베를린 - 암스테르담: 버스, 묘지, 판타지 (여행 113일째)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독일 베를린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배경음악: Electro - Swing || Jamie Berry Ft. Octavia Rose - Delight


요나스 가족과 함께 한 4박 5일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요나스와 헤어져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베를린에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버스표를 플릭스버스(FlixBus)에서 11유로에 샀다.


네덜란드에서 만나게 될 사람은 3명이다.


몇 년 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베라나타샤, 그리고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던 푸이. 사실 이번 세계 여행의 소목표 중 하나는 베라를 다시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필수로 거쳐가고 싶었다. 꼭 암스테르담(Amsterdam)에 갈 생각은 없었는데, 대도시이다 보니 싼 교통편이 많아서, 베라가 살고 있는 우트레흐트(Utrecht)에 가기 전에 경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네덜란드의 물가 때문에 감히 숙박 시설을 찾아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 만났던 해먹 여행자 퀸튼에게 메시지를 보내 노숙할 만한 곳을 물어봤다. 


[나: 이제 곧 암스테르담에 갈건데 해먹 설치 장소 좀 추천해 줄 수 있어?]


[퀸튼: 응 내가 머물렀던 장소를 보내줄게.]


[퀸튼: 학교 맞은편에 수풀이 우거진 곳이 있는데 그 사이로 들어갈 수 있어. 거기에 있는 나무 중 아무 곳에나 해먹을 설치할 수 있어.]

[퀸튼: 하지만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하도록 해. 그러면 문제 없이 잘 수 있을거야. 청소하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올 건데 너한테 별 신경 안쓸거야.]

[퀸튼: 너무 티나게 하지는 마. 누가 나타나면 자는 척 하고 눈을 마주치지마.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니까.]


퀸튼이 알려준 곳을 지도에 잘 표시해 놓았다. 이렇게 해서 최악의 상황에 잘 곳을 확보해 두었지만, 퀸튼이 암스테르담에 있었던 시기와는 달리 지금은 비가 많이 오고 추운 계절이다. 비가 올 때 해먹 캠핑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친하게 지냈지만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나타샤를 떠올렸다. 몇 년 만에 뜬금없이 연락해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건 정말 염치가 없는 일이라서 꽤나 망설였지만, 체면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타샤에게 연락을 했다.


나타샤는 정말 반갑게 연락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재워줄 수 있냐는 요청에는 룸메이트와 상의를 해 보고 알려주겠다는 답을 줬다. 부담을 주기 싫어서, 어떻게든 잘 곳은 마련할 수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얼마 뒤 나타샤에게 온 응답은 '예스'였다. 룸메이트의 승낙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지금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2박할 곳을 찾아 이렇게 베를린의 버스 터미널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요나스의 집에서부터 플릭스버스를 타는 버스 터미널(Berlin Central Bus Station)은 약 6-7km 거리였다. 기찻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쭉 따라가면 된다. 역시나 젖은 길을 물이 새어 들어오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베를린에 와서는 파란 하늘과 태양을 못 보고 가는 것 같다. 요나스 어머니의 말대로 여름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우중충한 11월 오전의 베를린.


가는 길에 있던 공동묘지 (Grunewald Cemetery).


Maria Teresa De Carlo, 8.5.1933 - 4.8.2011, Grunewald Cemetery


Grunewald Cemetery


Grunewald Cemetery



드디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 올랐다. 맨 앞자리에 앉았다.


8시간의 버스여행. 고속도로 양쪽으로 그래피티가 정말 많았다.


그러더니 길 양편에 하얀색 물질이 보인다.


어느새 눈이 나무와 길에 잔뜩 쌓여 있었다.


휴게소에 들렀다. ...don't worry, be heavy! METALLICA Universal Transport


여름에 시작한 여행... 이제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왔나 보다.



사람들이 음식을 사 먹는 동안 나는 가방에 있던 빵과 바나나를 먹었다.


맨발에 샌들형 신발로는 다니기가 힘들어졌다.




8시간의 버스 여행이 끝나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고 사방은 이미 깜깜했다. 아! 저기 나타샤가 보인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버스 터미널(Amsterdam Sloterdijk)은 암스테르담 중심부에서 약간 서쪽에 위치해 있었고, 나타샤가 사는 곳은 암스테르담 남쪽 외곽의 암스텔벤(Amstelveen)으로 8km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여기까지 나와 준 것이 정말 고마웠다.


1시간 동안 유효한 전철표 값은 2.9유로... 정말 눈물나게 비싸다. (이 금액은 다음날 하루 종일 쓴 식량값의 거의 두 배였다.)


전철을 타고 나타샤를 따라 나타샤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따라 들어갔다. 나타샤의 룸메이트와 고양이 두 마리가 반겨준다. 나타샤와 룸메이트에게 선물로 사온 과자와 슬로바키아에서 라스타 가족에게 받은 초코렛을 줬다. 비싸지 않은 것들이지만 두 사람이 정말 좋아했다.


고양이들은 덩치는 큰데 집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눈도 동글동글하고 겁이 많다. 러시아와 불가리아에서 봤던 야성미 넘치던 고양이들과는 눈빛부터가 다르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타샤가 두 마리에게 붙여준 이름은 덤블도어멀린이었다. 책꽂이에는 각종 판타지 소설과 게임책들이 꽂혀 있었다. 아... 소파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저 책들을 하나 하나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벽에는 J. R. R. 톨킨의 글귀가 붙어 있었다.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 J.R.R. Tolkien (떠돌아 다니는 모든 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던전 앤 드래곤, 엘더스크롤, 디아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