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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도

자이살메르: 수리아 게스트하우스, 가디사르 호수, 리틀 티벳 (인도여행 5일째)

Gadisar Lake, Jaisalmer

2014년 11월 15일 토요일

인도 자이살메르(Jaisalmer)

[1] 기차가 자이살메르에 도착했다. 기차역 앞에서 게스트하우스 이름 대신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는 미스터 파담(Padam)을 만났다. 파담이 직접 운전하는 릭샤를 타고 길을 따라 자이살메르 성 입구로 향했다. 성문 앞에서 다른 남자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성문을 통과해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니 수리아(Surya) 게스트 하우스가 나왔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알록달록 예쁜 벽화가 그려진 곳이었다. 조그만 발코니가 있는 식당에서 피자와 비르야니(카레 볶음밥)를 시켜 먹었다. 피자는 피자보다는 피자빵에 가까웠지만 맛있게 먹었다. 사진을 찍으며 게스트하우스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백발이 듬성듬성 나 있는 프랑스 여행객들이 몇몇 보였다. "아저씨와 아줌마"보다는 "마담(madame)과 무슈(monsieur)"가 어울리는 중년들이었다. 혼자 온 사람도 있었고 부부가 같이 온 경우도 있었다. 우리 아빠나 엄마가 이런 곳을 단둘이 여행할 수 있을까?-하고 질문해보니 이분들 모험심의 격을 느낄 수 있었다.

[2] 자이살메르의 황토-금빛으로 빛나는 성벽도 좋았고, 델리보다 훨씬 깨끗한 거리도 좋았고, 구걸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좋았고, 이곳의 사람들도 좋았다. 수염을 기른 노인들, 해적같은 복장을 하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소녀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 눈빛이 빛나는 상인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호객행위하는 사람들, 식당에서 서빙하는 조그만 소년들, 다들 순수하고 친근했다. 아무 꿍꿍이 없는 관심과 호의로 외부인을 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상처입은 동물처럼 모든 사람들을 의심이 눈초리로 바라보는 나 자신의 마음이 가련해 보였다.

[3] 그리고 동물들이 많아서 좋았다. 길을 막고 서 있는 소들이 많았다(델리에서는 길에서 소를 볼 수 없었다). 소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툭툭 들이받기도 했다(나만 들이받힌 것일 수도 있다). 뭘 먹었는지 배가 양 옆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는 소, 뿔이 큰 소, 다리가 이상하게 뒤틀린 소, 뿔이 덜렁거리는 소, 누워있는 소, 내가 쓰레기통에 버린 버터밀크를 혓바닥으로 꿀떡꿀떡 핥아 마시는 소가 있었다. 그리고 개들도 많았다. 길바닥에 눈 감고 누워있는 개들도 있고, 병에 걸린 개들도 있었다. 비둘기들도 많았다.

[4] 자이살메르의 골목길은 힌두교 신들의 그림, 양탄자, 형형색색의 사리(sari, 인도 여성의 전통 복장)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쓸데없지만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한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레스토랑으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조그만 간판들이 보였다. 거의 모든 레스토랑이 옥상(rooftop)의 일출 및 일몰 풍경(sunrise & sunset view)을 자랑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꽤나 "비싼" 레스토랑들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했다. 음식은 다 맛있었다. 쫄깃쫄깃한 난, 기름진 커리, 인도식 어정쩡한 피자, 달콤한 짜이, 시원한 라시를 원없이 먹었다.

[5] 저녁은 리틀 티벳(Little Tibet)이라는 티벳 음식점에서 먹었다. 옥상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일고여덟살 쯤 먹은 소년이 주문을 받으러 올라왔다. 키와 덩치는 작은데 얼굴 표정이나 눈빛은 서른 다섯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만두국 비슷한 음식을 시켜 먹었다. 옥상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서빙하는 아이가 우리 때문에 올라와 있어야 했다. 여기서 얼마나 일했는지, 아는 사람의 가게인지, 돈은 얼마나 받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우리가 한끼 식사하며 쓰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해야 했던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당연히 푼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 돈을 쓰고 팁을 주고 가는 우리들을 보고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세상의 부조리와 불공평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기차 밖 풍경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수리아(surya) 게스트 하우스. 수리아는 태양(sun)을 뜻한다.

게스트 하우스 식당에서 먹은 비르야니(biryani)와 피자(피자빵)

성 입구와 성 밖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수리아 게스트 하우스

자이살메르 성

성 입구

줄타기 훈련 중인 소녀와 북을 치며 딸을 훈련시키는 아빠

술집에서만 술을 살 수 있다.

차 밑에서 놀고 있는 강아지들

호수(Gadisar Lake)까지 걸어왔다.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신나게 뛰더니 갑자기 엎어져 자는 멍멍이

모니카 레스토랑

미적 감각이 있는 도시다.

신발이 잔뜩 쌓여 있다. 모여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우풍당당

리틀 티벳

자이살메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