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인도

자이살메르: 사막 사파리, 야생동물, 은하수 (인도여행 6일째)

자이살메르 사막 사파리

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인도 자이살메르(Jaisalmer)

[1] 오전에는 자이살메르를 돌아다녔다. 길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소와 돼지들을 봤다. 새끼돼지들은 정말 귀여웠다. 다들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더미를 헤집고 있었다. 소의 불룩한 뱃속에는 플라스틱 쪼가리나 과자 봉지가 잔뜩 들어있을 것 같았다. 

[2]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쥬스를 파는 조그만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주인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생과일쥬스는 30루피(500원)였고, 과일향이나는 시럽에 물과 얼음을 섞어서 만드는 인공쥬스는 15루피였다. 가게 앞의 의자에 앉아 생과일 쥬스를 시켜 먹었다. 과일과 물로만 만든 쥬스인데 어찌나 달콤한지!

[3] 선셋 팰리스(Sunset Palace)라는 식당의 시간이 멈춘 듯한 옥상에서 점심(피자, 커리, 라씨)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사막 사파리 투어를 기다렸다. 투어는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신청했다. 우리는 1박 2일 투어를 신청했고 가격은 1인당 1650루피(약 25000원)였다. 곧 지프차가 와서 우리를 태웠다. 차에는 우리 말고 다른 관광객들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중년 부부와 캐나다에서 온 젊은 동양계 남자였다. 사람을 다 실은 지프차는 성문을 빠져나와 황무지 사이로 난 길을 달렸다. 자이살메르 성이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사라졌다. 가는 길에 지프차가 한번 길에 멈춰 섰다. 운전사가 관광객들을 손짓으로 부르더니 커다란 돌덩어리 앞으로 데리고 갔다. 돌덩어리에는 조개화석이 있었다. 이 사막이 한때는 바닷속에 있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주변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여럿 보였다.

[4] 자이살메르에서 약 50km 떨어진 마을에 도착했다.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 두 명이 와서 구걸을 했다. 돈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빈 플라스틱 병을 구걸했다. 이 마을에서 낙타로 갈아탔다. 낙타의 등에는 안장과 방석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었다. 낙타에 올라탄 후 낙타가 일어서자 높이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작은 공룡 등 위에 올라탄 것 같았다. 발을 고정시킬 등자가 없어서 오래 타고 있으니 엉덩이가 무지 아팠다. 생각해 보면 캠프장으로 갈 때 1시간 반, 돌아올 때 1시간 정도 탄 것 뿐인데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사막을 떠돌아 다닌 기분이 들었다. 아마 엉덩이가 아파서 그랬을 것이다(정신과 시간의 방). 프랑스 아주머니는 중간부터 내려서 낙타와 함께 걸어 가셨다. 낙타마다 낙타 몰이꾼이 한 명씩 붙었는데, 낙타 하나는 11살짜리 소년이 몰고 있었다. 거대한 낙타와 조그마한 낙타몰이꾼 소년.

[5] 먼지를 뒤집어쓴 식물들이 듬성듬성 나있고 염소들이 매매거리고 가끔씩 모래언덕이 보이는 사막 풍경. 너무도 인상적이고 오염되지 않았으면서도 약간 비현실적이고 서부영화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그러다 갑자기 내 낙타를 몰아주던 아저씨가 "저길 봐!"라고 소리쳤다. 쏜살같이 내달리는 야생 사슴이었다! 아저씨는 몇 번 더 이쪽저쪽을 가리켰다. 심지어 사막여우도 있었다! 사막여우는 이곳 황야의 색깔처럼 잿빛이었고, 금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운이 정말 좋았다. 

[6] 낙타와 사막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캠핑장에서 해준 짜이와 저녁식사였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즉석에서 끓인 따뜻하고 달콤한 짜이와 함께 튀김과 '매직 파스타'라는 것을 간식으로 먹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질 즈음에는 모닥불 옆에서 카레, 밥, 빵, 짜파티를 먹었다. 모닥불에서 바로 구워낸 짜파티는 정말 맛있었다. 모래가 잔뜩 묻어있고 씻지도 않은 손인데도 일단 손으로 밥을 집어 먹기 시작하니, 청결이니 위생이니 따지지 않게 되었다. 똥은 똥이고, 밥은 밥이고...

[7] 7시쯤 되니 사막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모닥불에 둘러 앉아 낙타몰이꾼 소년(19살)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다. 소년은 자기는 이 지역을 벗어나 본 적이 없지만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기 때문에 여행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몇 년이 지났고 이 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고기는 먹지 않냐고 물어보니 가끔 낙타고기를 먹는다고 했다. 소년은 세계 각국의 언어와 노래를 많이 알고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유투브가 없기 때문에 소년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관광객들이 가르쳐주고 간 노래들이었다. 프랑스 관광객이 많기 때문인지 프랑스 노래를 많이 알았고, 영어 노래 중에는 징글벨을 좋아했고, 한국 노래는 송아지와 아리랑을 알고 있었다. 키는 다 자랐고 얼굴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아직 변성기의 소년이었다. 마지막에는 11살 소년과 터번을 두른 아저씨까지 합세한 트리오가 전통 노래를 불렀다. 탁탁 들어맞는 박자와 구슬픈 음조가 모닥불의 불씨와 함께 허공으로 울려 퍼졌다.

[8] 은하수. 수천 개의 별들. 우리는 지구를 벗어나 본 적이 없지만 우주에서 많은 별빛들이 이곳으로 오기 때문에 우주여행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곳이 곧 우주다. 자다가 눈을 뜨면 아직도 있는 별들. 추위. 바닥에는 두꺼운 매트리스를 깔고 모포를 여러 겹 덮었는데도 추웠다. 바람을 막아줄 벽도 비를 막아줄 지붕도 없었다. 지붕이 없는 덕분에 잠이 안와서 눈을 뜨면 천장에 붙여 놓은 야광 스티커처럼 반짝이는 별빛을 볼 수 있었다. 개들의 울음소리. 추위. "아우우우우-" 주위에서 개들이 늑대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조금 무섭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오늘 본 양, 염소, 사슴, 사막여우, 낙타, 개, 풍뎅이들은 항상 지붕도 없고 이불도 없이 밤을 보낸다. 동물들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엄살이 심한지! 쉽사리 오지 않는 잠. 꿈. 추위. 쉬지 않고 빛을 뿜어내고 있는 별들. 


자이살메르 성 주변의 소들

아기돼지 여럿이 먼지를 먹고 있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는 하지만 돼지공장의 돼지들보다는 행복해 보인다.

자이살메르 성 파노라마

싸고 맛있는 생과일쥬스

선셋 팰리스 레스토랑

우리가 묵었던 수리아 게스트 하우스

미스터 파담과 암캐

조개화석

사막식물

사막 마을에서 낙타들이 대기하고 있다.

지프차에는 캠핑장에서 사용할 침구류와 식재료 등이 실려 있다.

등에는 무거운 안장이 실려 있었고 코에는 코뚜레가 꽂혀 있었다. 같이 있던 어린 낙타는 아직 코뚜레가 없었는데 힘이 세지면 말을 안듣기 때문에 곧 뚫어야 한다고 했다. 코를 뚫을 때 낙타가 많이 아파한다고 했다. 이런 사막 사파리도 동물들에게는 좋을 것 하나 없는 일이다.

프랑스 부부와 캐나다에서 온 맷 탄(Matt Tan).

플라스틱 병을 구걸하던 소녀들

낙타가 멀리 도망가지 못하게 앞다리는 수갑을 채우듯이 끈으로 매여있다.

양떼다!

11살 몰이꾼 소년

마른 풀을 뜯고 있는 양들. 이런 사막에서는 목축이 생존 수단이다.

좋은 몰이꾼을 만난 덕분에 여우와 사슴을 봤다.

낙타와 몰이꾼 아저씨

모래언덕과 석양

모래밭에 자리를 잡았다.

풍뎅이들이 모래 위를 걸으며 자전거 바퀴 자국 같은 흔적을 남겨 놓고 있다.

무거운 안장을 내려놓고 쉬는 낙타들.

몰이꾼들은 불을 피우고 식사를 준비하고, 관광객들은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주변에서 주워온 나무로 불을 피워서 짜이를 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