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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도

자이살메르: 사막 사파리, 시간, 숙소 사장 (인도여행 7일째)

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인도 자이살메르(Jaisalmer)

[1] 개 짖는 소리에 불안해 하며 추위에 떨다가 영영 잠들지 못할 것 같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꿈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며 잠깐 잠들었던것 같다. 여기서 현실 세계는 사막 여우가 어슬렁거리는 별빛 사막이었기 때문에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건 어려웠다. 아침을 간절히 기다렸고, 결국 아침이 왔다. 일찍 일어난 사막 가이드 아저씨들이 토스트, 비스켓, 귤, 바나나, 옥수수 맛이 나는 곡물 밥을 아침식사로 준비해 주셨다. 곡물 밥이 무지 맛있었고, 불에 굽다가 탄 식빵에서는 묘하게 쫀디기 맛이 났다.

[2] 다시 낙타에 올라 이동했다. 가는 길에 사슴 몇 마리가 보였다. 우리 일행 말고 다른 여행자가 보였다. 근처의 다른 모래밭에서 야영을 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얼굴을 두건으로 칭칭 감은 백인 여자였는데, 2박 3일동안 사막을 돌아다니다가 이제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가이드와 단 둘이 2박 3일을 사막에서 보냈다는 것인데(침구와 음식을 조달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여자 혼자 사막으로 들어와 이 짓을 2박 3일동안 했다는 것이(나는 아침이 되자 얼른 숙소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존경스러웠다. 여자의 미소와 얼굴과 온 몸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3] 아침의 짧은 사막 산책이 끝난 후에는 그새 정든 가이드들과 헤어졌다. 아무 생각없이 가이드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지프차에 올랐는데, 프랑스 부부와 캐나다 여행자는 각각 본인의 가이드에게 팁을 주고 있었다. 사막 사파리 비용 자체가 꽤 비싸서 팁을 주겠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들어보니 이분들이 가져가는 금액은 별로 없다고 한다. 타이밍을 놓쳐서인지 돈이 아까워서인지 우물쭈물 하다가 지프차는 출발했다. 주지 못한 팁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자이살메르로 돌아가는 길에는 길을 막은 소떼도 있었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4] 자이살메르에 도착한 후에는 우선 씻었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선셋 팰리스 레스토랑에 가서 거의 3-4시간을 앉아 있었다. 밥 먹고, 짜이 마시고, 혼자 식당에 온 여행객과 한 두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자이살메르 성은 작고 관광객들은 대부분 성 안에서 머물기 때문에 식당에서 본 손님들은 나중에 길에서 또 보이곤 했다. 식당에 너무 오래 있었다 싶어 소화도 할겸 어제 갔던 쥬스 가게에 갔다. 걸죽한 파파야 쥬스와 귤 쥬스를 마시고 10루피짜리 인공 쥬스도 마셨다. 성문 근처에서는 땅콩을 한 봉지 사서 옆에 있던 아이에게 조금 나눠주고 나도 조금 까먹었다.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5] 숙소의 사장 미스터 파담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파담은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모르지만 30살쯤 되었을 거라고 했다. 관심사는 핸드폰과 여자였다. 윈도우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고 싶어하는데, 내 폰(할부원금 5만원짜리 갤럭시S2)을 보더니 부러워했다. 나중에 폰을 바꾸면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친구 얘기도 했는데 자기는 한국 여자나 유럽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인도여자를 사귀면 손 잡는데 2년이 걸리고, 같이 자려면 최소 4년은 만나야 된다는 얘기였다. 하하, 나는 그게 더 좋은것 같은데 파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파담은 내가 한국같이 부유한 나라에 산다는 것을 부러워했다. 한국이 더 잘산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더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었지만, 파담에게 그걸 이해시키지는 못했다. 숙소에서 일하는 17짜리 잘생긴 소년과도 잠깐 얘기했다. 이 소년은 2011년부터 여기서 일했다고 했다.

[6] 숙소 옥상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며 앉아 있다가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서 보니 같이 사막 사파리를 했던 캐나다인 맷 탄(Matt Tan)이다.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으며 리틀 티벳으로 갔다.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여행 얘기를 들었다. 밥을 먹는데 어떤 한국인이 올라오면서 인사를 했다. 자이살메르에서 처음 보는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오늘 밤에 조드푸르로 간다고 했다.

[7] 너무 여유롭고 한가로운 하루였다. 시간의 신이 시간의 반죽을 양쪽으로 쭈우우우욱 잡아 당긴 것 같았다.


사막의 일출

아침 식사

움막

토스트 굽기

진수성찬

모닝 낙타

모닝 양

엄마 낙타와 아기 낙타(코뚜레가 아직 없다)

길막하는 소떼

음식 가격(60루피=1000원)

선샛 팰리스 레스토랑

쥬스 가게

차에 손가락으로 낙서하는 해적 여자아이

땅콩 장수

숙소 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