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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파라과이

파라과이: 우유공장, 아두아나, 버스 (여행 297-298일째)

2017년 5월 11일

 

[1] 아침에는 클리포드 듀익(Clifford Dueck)을 만나 우유 공장을 했다. 하루에 몇십 만 리터를 가공한다더라? 초코우유, 흰우유, 딸기우유 등 다양한 우유를 생산하는데 멸균 우유여서 유통기한이 6개월 정도 된다고 한다.

 

끊임없이 포장되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도는 우유를 보니 찰리와 초콜렛 공장이 떠오른다. 창고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우유가 쌓여 있었는데, 이 재고가 2주일이면 순환된단다.

 

공장 견학이 끝난 후에는 무료 제공된 요거트를 먹으며 메노나이트 협동조합에 관한 비디오를 봤다.

 

내가 수많은 비건 영상을 보며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유제품 및 육류 생산'이 이곳에서는 수천 명의 생활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채식과 비건 운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2] 크리스틴클리포드는 현대 문명과 기술을 받아들인 메노나이트 지파인 반면, 영화 <위트니스(Witness, 1985)>에 나오는 아미시(Amish)처럼 전통적인 생활 방식(전통 복식, 사진 거부, 전기 미사용 등)을 고수하는 메노나이트 지파도 있다. 크리스틴이 이런 전통적 메노나이트의 사진을 보여줬다. 대놓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손이나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화난 눈으로 쳐다봤다고 한다. 한편 그 사람들도 크리스틴같은 현대적 메노나이트를 알아본다고 한다.

 

[3] 클리포드로부터는 우유니 사막에 꼭 가라는, 크리스틴으로부터는 꼭 마추픽추에 가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두 사람과 헤어져 볼리비아 행 버스를 타기 위해 마리깔(Mariscal Estigarribia)로 이동했다. 

 

우유공장 견학
Bottle tree (Ceiba chodatii)

 

[4] 마리깔에 도착한 후 버스 승무원과 창구 직원에게 볼리비아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물어봤지만 자기들도 모른다고 오텔로 가라고 한다. 이건 뭐 말이 안 통하니. 지도를 보이며 물어보자, 지도에 있는 가게를 하나 찍어준다. 거기로 가서 물어보니, 또 오텔로 가란다.

 

오텔(Hotel La Estancia)을 찾아갔다. 호텔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새벽 4시쯤 버스가 오는데 표를 구해줄 수 있단다. 가격은 아순시온-산타크루즈 운임인 35만 과라니이고, 깎아줄 수는 없단다. 알았다고 하니 1km 정도 걸어가면 아두아나가 있다고 거기로 가란다.

 

아두아나(Aduanas, Customs office)로 가니, 경비원이 옆의 사무실 건물을 가리키며 거기서 기다리란다.

 

철문을 열고 잡초가 무성한 마당을 지나 경비원이 알려준 건물로 갔다.

 

[5] 말도 안되는 풍경이군. 사무실 불은 켜 있지만 사람은 없다. 건물 앞 벤치에는 쪼리가 한 켤레 놓여 있고, 주변에는 닭과 영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쪼리를 신고 있던 사람들이 마법에 걸려 동물로 변한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왠지 신기한 공간. 어디선가 하양-갈색 고양이가 나타나더니 창구에 난 구멍을 통해 사무실로 들어간다.

 

모기에 뜯기며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곧 아줌마 한 분이 장바구니를 들고 왔다. 아줌마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볼리비아행 버스를 탈 예정이라고 하니, 알았다며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온 여행자들도 새벽에 버스를 탈 예정이라고 한다. 아줌마는 정말 친절했다.

 

아줌마가 모기가 많다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흙투성이 신발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오늘 버스를 탄다는 유럽 여행자들이 돌아왔다. 여자는 방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해가 떨어지고 있는 밖에서 색소폰으로 핑크팬더 테마곡을 연주했다. 뚜두- 뚜두- 뚜두뚜두 뚜두뚜두 뚜두- 뚜루루루. 저 남자는 모기에 뜯기지 않는걸까.

 

친절한 아줌마는 사무실 한쪽에 매트리스와 시트를 깔아 주고는 떠났다.

 

고양이는 저 구멍을 통해 자유로이 드나들지만 닭은 지능이 비교적 떨어진다.

 

2017년 5월 12일

 

[6] 더러운 매트리스에 누워 쉬다가 새벽에 어찌어찌 버스가 오는 소리를 듣고 아두아나로 갔다. 갖고 있던 현금 전부인 35만 과라니를 내고 버스에 탔다.

 

에어컨도 없는 버스다. 덕분에 창문을 열 수 있어서 좋았다. 버스 승무원이 밥도 주고, 음료도 줬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하는 바람과 버스에 계속 앉아있고 싶은 바람이 뒤섞인 마음으로 파라과이와 볼리비아의 들판을 가로지른다.

 

[7] 이번 목적지는 산타 크루즈(Santa Cruz). 이번 카우치서핑 호스트는 볼프강 도로시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