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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게이시르 간헐천 & 굴포스 폭포 (여행 168일째)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힘보다 자신의 욕망의 힘 자체를 더 자랑한다. 얼마나 해괴한 미망인가!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161쪽)


2017년 1월 2일 월요일

아이슬란드 게이시르(Geysir, 간헐천) & 굴포스 폭포(Gullfoss Falls)

[1] 말농장: 어젯밤, 모두가 기대했던 오로라는 볼 수 없었지만 술자리는 늦게까지 이어졌고, 다들 아침 10시가 넘어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밖은 아직도 새벽처럼 어두웠기에 잠꾸러기들도 부지런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도착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말농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과 음료와 책을 잔뜩 쟁여 놓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긴긴 밤을 만끽하고 싶은 곳이어서, 하룻밤만에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2] 게이시르: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간헐천을 관광했다. 아이슬란드에 온지 사흘만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관광지였다. 날씨가 흐리고 시야가 짧아서 이동하는 동안의 풍경은 그리 좋지 않았다. 도착하니 커다란 주차장과 식당, 기념품 가게가 있고, 꽤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게이시르 구역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크고 작은 웅덩이가 여럿 있었지만 분출을 볼 수 있었던 곳은 커다란 웅덩이 한 곳 뿐이었다. 약간의 지루함과 초조함으로 웅덩이를 바라보다가, "정말 분출이 되는 건가"-하는 의심이 들 때 쯤 수면이 한번 (마치 물의 정령이 형성되듯) 꿀렁하며 푸른 빛을 비추더니 "푸확!"-하고 물기둥이 솟는다. 그러고 나면 주변 사람들의 "와아!"-하는 탄성과 함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정말이지 자연은 세상의 어떤 장난감이나 오락보다 흥미로운 것 같다. 이후로도 수차례 분출장면을 봤다. 재혁이와 함께 귀신같은 감으로 분출되기 전 타이밍을 잡아 동영상을 찍었다. 주희는 사진만 찍고 빨리 다음 장소로 가자고 하더니, 삼각대까지 세워 놓고 제일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3] 굴포스: 게이시르 근처에 굴포스라는 유명한 폭포도 있었다. 여기서도 구름과 안개 때문에 시계가 매우 짧았다. 날씨 때문인지 중간의 진입로를 막아놔서 (여름에는 더 가까이 갈 수 있는듯) 멀찍이서 폭포를 봤는데도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어마어마했다. 눈이나 사진에 담기에는 각도도 빛도 모자랐다(맑은날 드론으로 찍으면 근사했을듯). 대신 온몸으로 속박되지 않은 자연의 강대한 힘과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4] 이름없는 장소: 짧은 낮의 짧은 관광을 마치고 숙소(린다브레카, Lindarbrekka)로 가는 머나먼 길(거의 600km를 이동한듯). 갑자기 구름이 좀 사라지고 빛이 비추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이슬란드의 환상적인 풍경이 드러난다. 친척형을 보채 차를 세우고 재혁이, 주희와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었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개울가인데 어찌나 아름답던지, 우리 셋 모두 요정에라도 홀린듯 주변을 돌아다녔다(친척형은 차에서 핸드폰 게임). 이 이상 무엇을 더 보기를 바라랴!

[5] 탐화봉접(探花蜂蝶): 오늘밤의 대화에서도 유익함보다는 허망한 수다와 떠벌임 밖에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살짝 도망 나왔다. 사실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는 그 누구와 대화하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침묵. 동물이나 아이들처럼 말 대신 눈빛과 몸짓으로 대화했으면. 이렇게 사람들과 뒤섞이는 것을 피하면서도, 은근히 그 욕망과 욕정과 에고 부풀리기 행렬에 동참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 느껴져, 더 경계를 하게 된다.


아이슬란드 지폐. 알록달록 패턴이 예쁘다.

숙소에 있던 스티븐 킹의 소설. 맘 편히 앉아 하루종일 이런거나 읽었으면!

밖에서 보니 더 아늑해 보인다.

게이시르 주변

물빛이 신비하다.

심연으로 이어지는 듯한 웅덩이

수정빛 물웅덩이

이 웅덩이에서 분출이 일어났다.

굴포스 폭포

막강한 자연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숙소 가는 길. 갑자기 하늘이 맑아졌다.

소변 보는 남자들

풍경이 너무 좋아 차를 한번 더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