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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동부: 산책 & 휴식 (여행 170일째)

호수인줄 알았는데 지도를 보니 바다까지 이어진 피오르(fjord) 지형이다.


2017년 1월 4일 수요일

아이슬란드 에이일 스타디르(Egilsstaðir) / 펠라배르(Fellabær)

[1] 산책: 느긋한 아침. 숙소 주인에게 연락해 하루 더 연장하고 한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노랗게 말라버린 풀들이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고흐의 풍경화같다. 파도와 하늘과 들판. 그리고 조그만 식물들. 조그만 아기 소나무들. 이끼로 뒤덮인 초록색 바위들.

[2] 휴식: 집으로 돌아와 심심한 오후를 보냈다. 컴퓨터가 없으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이제 곧 친척형과 헤어지기 때문에, 대신 먹여주고 재워줄 헬프엑스(helpx) 호스트를 찾아봤는데, 별 소득없이 마음만 어수선하다. 이제 집을 나온지 6개월. 집에서는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연락이 와서, 얼른 집에 돌아가 효자 노릇하고 싶기도 하다. 방에서 혼자 핸드폰으로 "Tashi and the Monk"라는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행복해진다. 마음 속에 뜨거운 감정들이 생겨, 어서 저 사람처럼 무엇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우선 눈 앞에 있는 일에 충실하고, 눈 앞의 사람들을 먼저 사랑하자.

[3] 피자: 물가가 무지 비싼 아이슬란드. 쇼핑을 하던 친척형과 재혁이가 무지 싼 피자를 찾았다. 기회를 놓칠새라 잔뜩 쓸어담아 왔는데, 숙소에 와서 뜯어보니 둘둘 말린 밀가루 반죽 덩어리 밖에 없었다. 포장지의 사진을 보고 냉동피자라고 착각한 것이다. 돈 날렸다고 버리자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못 버리게 막고 매일 피자를 굽기 시작했다. 따로 치즈와 토마토 소스를 사서 버섯이나 야채와 함께 구울 때도 있었고, 재료가 없을 때는 도우만 구워서 소스에 찍어 먹을 때도 있었다. 피자를 만들고 있자니, 러시아에서 피자를 만들며, "요리하기 귀찮을 때는 피자를 만들어 먹는게 짱이야"-라고 말하던 블라디미르(보바)와 불가리아에서 환상적인 사각 피자를 구워주던 트레이시, 어렸을 적 피자를 사는 대신 직접 만들어 주던 엄마가 생각난다. 친척형과 주희는 처음에는 쳐다도 안보더니(재혁이는 아무거나 잘먹음), 나중에 음식이 점점 떨어지고 오븐에서 피자 향기가 새어 나오자 한조각 두조각씩 집어 먹었다.

[4] 마을 탐방: 숙소가 있는 작은 마을(인구 400명)에서 4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조금 더 큰 마을(인구 2300명)이 있다. 해가 지기 전에 다같이 나들이를 나와 시원한 생맥주도 마시고, 음식도 시켜먹고(무지 비쌈), 마트 구경, 술 쇼핑을 했다. 


에이비엔비 숙소 - 어린아이의 흔적들이 보인다.

주변 산책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의 주인공 크리스(Christopher McCandless)가 누워있을 것 같은 버스

새해 불꽃놀이의 잔해들

사슴뿔 장식

짐승 똥

아기 침엽수들

정체불명의 농기구

에이일 스타디르(Egilsstaðir)의 산타

작은 마을의 슈퍼마켓에 이렇게 털실을 많은 것을 보면 이쪽 아주머니들의 취미가 뭔지 알 수 있다.

The Healing Power of Faith